마고 - 미군정기 윤박 교수 살해 사건에 얽힌 세 명의 여성 용의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1
한정현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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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에서 "살해사건에 얽힌 세명의 여성 용의자"라고 한다면 누가 진범인가를 추리하고 정황들을 짐작하며 읽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독자의 예상을 벗어난다. "태양과 달이 다르게 빛나는 것처럼" 다르게 빛나는 존재들을 매력적으로 그려낼 뿐만아니라 그 존재로부터 던져진 질문들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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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적 질서에서 벗어난다면, 식민치하의 일본에서 해방된다면 그것으로 자유와 평등의 필요충분조건이 가능한가. 역사에 대한 나의 안일한 인식은 거시적으로 범박하게 이어졌다. 모던걸, 모던 보이 그리고 미군정의 시작으로 인한 자유로운 문화. 하지만 그 시대, 이땅에서 존재의 자유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이들을 이 소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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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만약 신이 있다면 그 신은 남자이고 좌익이거나 우익일 테죠. 여성과 아이와 노인의 목숨 따윈 안중에도 없겠죠. 이 조선 땅에서 저 순교 같은 거 안 합니다.”(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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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운서를 만난다면, 가성은 자신들만의 시간을 다시 살아갈 것이라 다짐했다. 가성 은 포탄이 떨어지는 거리로 나섰다. 5월, 한반도에 꽃이 가장 만발할 시기였다."(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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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력적인 소설은 미군정이라는 역사적 배경에, 한번도 깊게 생각하지 못한 그 시절의 성소수자들 그리고 여성인권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추리의 형식으로 담아낸다. 그러나 누가 범인인지는 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범인으로 몰아가는 행태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암담한 사회의 분위기에 집중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강렬한 매력을 남긴다. 희망없는 무채색의 공간에서 화려하고 선명한 색깔로 자신을 드러내는 이들인 것이다. 검안의이면서 세개의 달이라는 이름으로 탐정활동을 하는 연가성(연가희), 그리고 가성에 대한 우정과 사랑을 보여주는 성소수자인 심문기자 권운서를 중심으로 용의자인 세명의 여인, 선주혜, 윤선자, 현초의 마지막으로 호텔포엠의 에리카까지. 이토록 매력적인 한편의 역사소설이 가능한 이유는 인물들 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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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계급, 민족, 이념... 경계들로부터 이탈되었으나 마치 달이 지구를 돌듯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환한 빛을 내는 이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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