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고백들 에세이&
이혜미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식탁위의고백들
#이혜미
#창비
#에세이
.
.
경계를 허무는 샐러드.
쌓아올린 생각의 단면이 연상되는 라자냐.
사랑의 응어리를 닮은 안키모.
...접시 위의 요리는 시인의 깊은 시선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난다. 접시 위의 시, 문장들의 요리의 접점에 이 요리에세이가 있다. 요리에 대한 소개와 사연 그리고 레시피까지 이어져 먹음직스러운 요리 사진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요리들은 익숙한 것이기도 하고 이름도 처음인 낯선 음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에 이 책은 어디에도 없는
특별함으로 기억할 수밖에 없다. 익숙한 요리에도 새로운 감성이 스며들며 새로운 요리로 만나게 된다.
.
.
이제 막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건이 있다.
손안에서 함부로 뭉개지는 작정들이 있다.
이 단단한 열매의 예감과 근심, 시름과 실망을 돌보는 일에는 꽤 많은 마음 품이 필요하다. 웅크린 갑각류의 동물처럼 견고한 몸. 조용한 기다림 속에서 무르익는 결심에 대해 생각한다. 공간의 방향을 가늠하듯이. 어제의 향방을 짐작하듯이. 손끝을 세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색을 헤아린다. 이 비밀스러운 세계 속으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사려 깊은 매만짐이 요구된다.
아보카도의 입구를 열어 그 안에 잠들어 있던 눈빛을 만나는 일은 빠르게 달아나는 어제 속에서 빛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다.
.
.
조금 길지만 리뷰에 남기고 싶은 대목이다. 요리에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나름 음식 만들기에 몰입할 때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아보카도를 가를 때다. 마치 운을 따져보듯 얼마나 잘 익었는지, 그리고 씨가 쏘옥 빠질 때의 쾌감, 마지막으로 시작과 끝의 둘레를 칼날아 지나갈 때의 정확성을 시험하는 것이다.
.
.
이 책의 특별한 지점.
시인의 사유가 온전히 담긴 음식에 대한 느낌과 기록.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특별한 레시피들.
감성어린 시선으로 만나는 아름다운 사진들.
.
.
식탁 위에 그리고 서재에 어울릴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