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지하철 - 매일 오르고 내리니 어느덧 어른이 되어 있었다 날마다 시리즈
전혜성 지음 / 싱긋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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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하철 생활자의 소소한 추억으로 시작한다. 지하철을 타는 어른이 되어 서른 개의 역을 지나며 일상을 여행하는 필자의 이야기는 유쾌하면서도 통찰을 놓치지 않는다. 등교길에는 새내기 여대생으로 잡상인을 만나고, 자리를 쟁탈전 등으로 지쳐 학교에 간다. 집에 갈때는 만취한 대학생으로 막차를 타고 귀가하다 웃픈 상황을 맞기도 한다. 마치 하루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지하철은 수미상관처럼 일상을 여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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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유쾌한 재미를 넘어 지하철생활자다운 통찰이 돋보이는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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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던 초딩이 버스를 타는 중딩으로, 지하철을 타는 고딩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과 함께 나는 어른으로 진화했다. 일주일에 한 번 지하철을 타고 나와 어른 행세를 하다가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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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알게 되었다. 서울의 긴 지하철 노선에서 중요한 건 승차역보다 하차역이라는 것을. 부산의 지하철은 놀기 위해 내렸다면 서울의 지하철은 살기 위해 내려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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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지하철을 즐겨타기 때문에 공감하고 웃으며 읽었다. 특히 내릴 관상을 따지는 부분은 나와도 같았다. 과잠입은 대학생 앞에 서서 내릴 관상의 힌트를 받을 때가 떠올랐다. 작가의 말처럼 등산복, 쇼핑백도 힌트가 된다. 잠든 사람 앞에서는 희망을 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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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하철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는다. 작가의 삶 속에서 배경처럼 자리한 지하철이 주인공이 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바로 지하철에 대한 예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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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계속해서 돌을 굴려올리는 시시포스의 운명을 닮았다. 당장의 고생으로 수고스러운 하루와 그 합으로 온몸이 뻐근한 인생을 동시에 굴리며 살고 있다. 그리하여 지하철의 누구에게도 오늘 하루는 녹록하지 않았으며 그 합으로서의 인생 또한 유유자적할 리 없다. (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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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지하철에서 읽었다.
사람들은 무표정한데 그중에 이런 유쾌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까. 공간과 책 사이의 격차가 느껴졌다. 어쩌면 다들 재밌는 사연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7호선을 한 시간 이상타고 오고가면서 두시간 동안 읽었다. 읽으면서 지하철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또 나만의 역사를 떠올리기도 했다. 지하철노선도마다 사연이 있고 다시 가보고 싶은 역들도 생각났다. 덕분에 오늘의 출퇴근이 특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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