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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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테디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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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평의 시간, 하나의 작품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에 마음의 가장 여린 부분을 베인 사람이 떠올려본다. 작품을 보여줄 때, 그는 자만했었고 작품을 평가받고 나서 그는 자책한다. 이어서 자학한다. 자만에서 자책, 그리고 자학의 과정까지 ‘자신’이 존재하며 이는 자의식으로부터 비롯되는 사건이다. 작품만을 평가하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자의식은 작품으로 공격과 방어를 하면서 감정은 언제나 초과한다.
더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은 다음 일이다. 일단 지금 이 합평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작품을 잘 쓰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므로 전략이 필요하다. 누가 좋은 평가를 받는지, 나에게는 어떤 평가를 했는지 여러 번 따져봐야 한다. 교수는 “더 잘 실패하라”고 하지만 더는 실패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절박한 마음과 달리 날 선 공격들이 들어오고 나의 방패가 되어줄 작품은 너덜너덜 해진 상태다. 전의를 상실하고 어떤 반박도 해명도 할 수 없을 때, 구원자를 만난다. “다른 사람들 말 듣지 말아요.” 전우애를 나눌만한 동지의 말에 수십 번 비평이라는 창에 뚫린 마음이 빠르게 회복된다. 그리고 그의 말에만 귀를 기울인다.
예술대학의 합평시간에서 주인공인 나는 빌리라는 대학원생 동료로부터 긍정적인 코멘트를 받는다. 코멘트를 시작으로 그들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뉴욕에서의 베이스캠프인 아파트먼트를 함께 점유하게 된다. 나에게는 불법전대의 사정에도 제법 넓은 아파트가 있었고 재능말고는 믿을 만한 구석이 없는 빌리는 나의 배려로 아파트에서 함께 살게 된다. 서로의 글을 나누고 취향이나 관심사를 공유하며 미래를 응원하는 사이가 된다. 그것이 전부가 아님에도 전부여야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살아온 환경과 경제력, 가족의 배경을 비롯해 정치적 성향이나 가치관은 매우 달랐다. 그럼에도 그들은 가장 빈번하게 “내가 살게”라는 말을 하며 서로를 배려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성장소설만이 허락되지 않는다. 예술을 위해 분투하는 두 청년의 성장서사만이 이 소설을 이끌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환상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재능과 재력 사이의 묘한 권력 관계가 있다. 그것이 이 소설의 특별한 지점이다. 예술을 지향하지만 삶을 지탱해야하는 청년들이 할 수 있는 고민을 중심으로 예측불허의 사건들이 일어난다. 소설로서 완벽한 재미를 준다. 그래서 합평의 장면으로 추억에 사로 잡혔으나 이어지는 두 사람의 관계와 예상치못한 사건에 완벽히 사로잡힌 채로 읽었다. 잊지 못할 소설이 될 것이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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