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코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김병순 옮김 / 싱긋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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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불복종으로 유명한 소로우의 삶은 자신의 원칙에 철저함과 동시에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았던 것으로 말할 수 있다. 소로우는 살면서 세금을 내지 않고, 결혼을 하지 않았으며 육식 또한 거부했다고 한다. 세속적인 보편성에는 늘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혀왔다. 그가 우리와 이웃했다면 그의 신념에 대해 의문이 들거나 혹은 존경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를 멀리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위해 생을 위해 실천하는 사람이며 자연이라는 세계에 거스르지 않는 지혜를 보여주는 사람인 것이다. 그는 언제나 신중하고 헌신을 다한다. 나는 그를 닮겠다는 생각조차 가져본 적이 없다. 어딘가 거룩하게 느껴지는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순결한 도덕을 위해 헌신하는 그로부터 자극을 받기에는 나의 상황이나 태도에는 결핍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그의 여행기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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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케이프코드를 찾아간 것은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였다. 지구 표면적의 3분의 2 이상을 덮고 있다고는 하지만, 거기서 몇 마일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면서도 생전에 한 번도 그 자취를 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를,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세상, 그 바다의 풍경에 젖어보려고 말이다."(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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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코드>는 소로우가 바다에 대해 쓴 여행기다. 그의 글은 대상을 바라보는 투명하고 선명한 눈으로 객관적 세계를 전달하고 삶의 단면들을 통해 지혜를 찾아가는 과정은 단연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대상이 바다와 풍경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이다. 장거리 여행 중에 우여곡절도 있지만 무언가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그의 태도는 그의 철학과 맞닿아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 그 범주를 넘어 작은 조개껍데기에도 진심의 시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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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연다큐를 표방하는 것처럼 묘사가 대단히 치밀하다. 묘사라고 하면 문학 장르들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림처럼 그려진 대상을 통해 문학적 상상력을 이끄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어쩌면 관찰과 섬세한 묘사 그 자체로도 굉장하고 드라마틱하게 느껴진다. 사진도 첨부되어 소로의 묘사로 현장감이 느껴지는 대목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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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는 시인이기도 하다. 섬세한 관찰과 묘사 그리고 그의 여정 사이에 시선을 사로잡는 시 구절들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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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또다시 들판을 살포시 만졌다.
잔잔하게 흐르는 깊은 바다에서.
하늘로 솟구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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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말대로 엄청난 주석들도 이어지고 계속되는 여정으로 읽다 머무르는 부분도 있었지만 소로의 바다 여행기를 읽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책이었다. 바다를 보고 연구하고 철학적은 의미를 찾아가는 그의 모습 또한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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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이 해안이 어떻게 변하든 결코 지금보다 더 매력적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먹고 마시며 즐길 만한 해변은, 감히 말하건대, 끊임없이 모래를 이동시키는 바다에 의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린과 낸태스컷! 보스턴 근처에 있는 이곳들이 아늑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작은 만을 형성한 것은 바로 맨살을 드러낸 이 구부린 팔뚝, 케이프코드다."(398쪽)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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