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법이 될 때 - 법이 되어 곁에 남은 사람들을 위한 변론
정혜진 지음 / 동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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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법이될때
정혜진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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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된 7명의 이름들을 세상에는 법으로 남았지만 동시에 우리의 마음에는 이름 자체로 남기고 싶다. 이름이 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기자출신의 변호사가 전하는 이 책은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물론 사회에서 실천되어야할 당위들을 연대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김용균법, 태완이법, 구하라법, 민식이법, 임세원법, 사랑이법, 김관홍법. 법으로 남은 이름들에는 법으로 남아야했던 힘들었던 분투들이, 가슴 아픈 사연들이 자리하고 있다. 뉴스에서 담지 못했던 사건 이전와 이후, 법개정을 위한 노력의 순간들이 저자의 시선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법으로 남아야하는 이름들이 우리에게 보다 정의롭고 안전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부당한 사건으로 고통받았음에도 법의 필요와 당위에 누구보다 절감하며 법개정의 용기를 보여준 유가족 혹은 당사자에게 우리는 많은 빚을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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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과 법’이 만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고 현재와 미래가 만나고 슬픔이 변화와 만나고 자신의 이름을 가졌던 한 구체적인 개인에게 일어난 일이 우리 모두의 운명과 만나는 이야기다. _정혜윤 CBS피디의 추천은 이 책에 대한 대단히 섬세한 소개라는 생각이 든다. 만남. 결국 그들을 법의 이름으로 만나게 되었지만 그 이후 법을 지켜야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기에 우리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이 법들과 함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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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안타까운 사연을 베테랑 취재기자의 시선으로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전달됨과 동시에 당사자 혹은 유가족과의 진심어린 인터뷰로 순간순간 눈시울을 적신다. 그러나 눈물은 단순히 슬픔만이 아니라 그동안 함께하지 못함에 대한 부채감 혹은 미안함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었다면 법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는 마음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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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슬픔 혹은 부당한 사건으로 삶을 위협당한 사건으로부터 문제를 직시하고 분투하며 법안으로 이끌어내는 시도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슬픔과 분노 혹은 억울함이라는 감정을 딛고, 모든 것을 잃었다는 절망과 좌절을 뒤로하고 법 개정을 위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시도를 보여주는 모습은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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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하는 모든 내용들이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고 그 이후 법개정에 대한 여론이 있었기에 대체로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 이후의 과정이 저자의 취재로 담겨져있어서 좀더 내용을 확실히 접근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법 조항의 내용과 법 개정과정이 도표로 제시되어 있어 이해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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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법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어머니 김미숙씨의 인터뷰에 여러번 눈물이 났다. 단순히 아들을 잃은 슬픔을 넘어 산재문제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행보에 대해 존경스러웠다. (존경이라는 말도 어딘가 부족함이 있다) 동시에 예전에 세월호 유족 어머니들을 뵈었던 기억이 났다. 단 한순간 눈물이나 목메임없이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진실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모습이 여전하다. 아마도 연습을 하셨을까. 왜 평범한 사람들이 투사가 되어야 하는가. 그 기억들이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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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구하라법을 이끌고 있는 친오빠 구호인씨의 용기는 동생에 대한 극진한 사랑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저렇게 예쁠 수 있을까 감탄했을 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둘도 없이 아름다운 얼굴에 채울 수 없는 슬픔이 있었다는 것을 그녀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나 알게되었다. 오빠 역시 가정사가 알려지는 것에 재해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오빠의 결단과 국회의원들, 담당변호사의 노력으로 시도는 빛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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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법에 대해 읽으며 여러번 울었지만 동시에 책을 읽는 자세를 바로 잡으며 숙연함을 느꼈다. 자살방지와 정신병환자의 인권에 대해 누구보다 고민하며 적극적인 연구를 했던 고 임세원 교수의 삶 자체가 존경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가족에게 원망과 슬픔의 강도가 크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가족의 입장은 놀라웠고 숙연함을 이끌었다. 가해자를 환자로 보고 모든 사람이 정신과적 치료와 지원을 받아야한다는 입장이었다. 마치 의롭게 세상을 떠난 임세원 교수의 뜻이 그대로 살아있기에 이름을 지키기 위한 태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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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만을 소개했지만 이 책은 잡자마자 단번에 읽어버렸다. 동녘서포터즈로 받은 책이고 이 글자체가 주관적일 수 있지만 이 책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읽는 것만으로도 연대의 시도라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김용균재단 이사장님이자 김용균의 어머니인 김미숙님도 인터뷰를 하면서 학생들이 이 책을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법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보편의 정신을 담고 있을 것이다. 정의를 실현하는 주체가 되기 위해 우리가 이 법들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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