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진화 - 연애의 주도권을 둘러싼 성 갈등의 자연사
리처드 프럼 지음, 양병찬 옮김 / 동아시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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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주도권을 둘러싼 성갈등의 자연사" 이토록 매력적인 제목의 방점은 어디에 찍을 수 있을까. 연애의 주도권과 성갈등도 맞지만 일단 이 책을 읽기에 앞서 방점은 "자연사"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연애의 주도권을 놓고 유혹하고 갈등하는 주체는 사람이 아니다. 대부분 새다. 물론 다른 동물이 등장하더라도 가장 양적으로, 질적으로 심도 있게 다뤄지는 것은 새다. 새들의 짝짓기.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눈길을 끌었던 그 장면 혹은 동물원의 공작이 꼬리를 활짝 폈을 때 연상되었던 이야기. 새들의 짝짓기는 그다지 관심분야가 아니지만 이 책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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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내 책장을 채운 거의 천권의 책들 중 아름다운 표지 상위 1%안에 들어간다. 제목에 '아름다움'이 들어감이 마땅할 만큼 표지 자체가 아름답다. 누군가 새그림일 뿐이잖아,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 새그림이 너무 예쁘잖아. 라고 답하고 싶다. 표지가 다가 아니다. 표지만 아름답다고 결코 좋은 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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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종의기원을 앞에만 살짝 본 적이 있다. 결국 좀더 쉬운 청소년 해설서를 봤는데도 큰 재미를 느낄수가 없었다. (내 문제) 동화모임에서 의인화동화가 주제였을 때도 동물의 생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또 알고자하는 탐구심이 부족해서 어려웠다. 그런 나에게 새의 짝짓기를 주로 다루는 자연사 연구서적이라니. 그럼에도 나의 선택에는 의심과 후회가 없었다. 저자의 문체 자체가 너무나 유쾌하다. 또한 저자가 갖는 새관찰에 대한 깊은 애정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에 연구서 이상의 재미를 주는 책으로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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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여행에서 새공원을 갔을 때, 돔 모양의 공원에서 자유롭게 나는 새들을 보면 부리가 먼저 눈에 들어올만큼 새와 나는 친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그들의 행동과 생태에 대해서 특별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새소리의 공명음과 진동음을, 깃털의 색과 모양 그리고 흔들릴 때의 형태까지도 새롭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눈'을 얻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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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진화라는 단어가 있다면 다윈을 경유해야한다. 시작부터 다윈이 언급된다. 공작꼬리와 같이 실용성없는 아름다움의 기원은 무엇일까. 질문을 던진다. 자연선택과 달리 성선택은 자기주도성에 의해 가능한 영역이다. 또한 "아름다움이 진화한 주된 이유는 관찰자에게 쾌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굉장히 독특한 것은 선택주체는 암컷이며 수컷은 대상이 된다. 아름다움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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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전반부에는 새들의 생태를 섬세하고 집요하게 관찰하며 놀라운 모습들을 독자에게 보여주며 학술적인 설명을 이어간다. (설명은 그럼이도 유쾌하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면 되는 것이다. 그 이후오 갈수록 이것이 결코 새를 비롯한 자연의 생태를 연구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안에서 인간사를 포착하게 하는 통찰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작할 때는 암수의 성역할과 일정부분 역전된 듯보이는 관계설정을 보며 신기함을 느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관계 혹은 집단의 권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볼만했다. 또한 생물과 성 그리고 아름다움과 권력, 진화와 역사에 대해 종횡무진을 보여주면서도 균형을 잡으며 생소한 분야임에도 큰 매력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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