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편이 되어 줄게 - 할아버지가 엄마에게는 해 주지 못했던 말
한기호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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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편이되어줄게
한기호
창비 창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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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날 때, 주변의 사람들은 축복과 희망을 전함과 동시에 각자 이름을 하나씩 갖게 된다.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기는데 동시에 이들에게도 새로운 이름과 역할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한기호 작가님도 2019년 7월 19일 할아버지가 되었다. 그렇게 불러줄 사랑스러운 손자에게 응원의 마음을 담아 당부하는 글들이 한권의 책으로 나왔다.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찬 새내기(?)할아버지이기도 하지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으로 출판평론가로 알려진 작가님의 글은 출판에 대한 애정어린 조언과 분석으로 큰 신뢰를 주었다. 독서와 출판에 대한 그의 칼럼들을 읽으면 통찰과 혜안에 감탄한 적도 많았다. 그렇기에 손자를 향한 편지에서도 그 편지들의 수신자는 정해져 있다지만 지혜와 안목을 독자로서 나눌 수 있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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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에게 하는 말로 편지를 시작하지만 쓰다가 보면 세상에 대한 이해와 삶에 대한 철학이 이어지기도 한다. 일상의 실수담이 나오기도 하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전망을 전하기도 한다. 어떤 이야기가 나오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에게 전하는 진심이 느껴져 페이지마다 감동하게 되었다. 출판인으로서 출판저널인 <기획회의>와 <학교도서관저널>을 만들 때의 포부와 열정 동시에 그만두려다가 다시 일어선 이야기들 마저도 진정성이 느껴졌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들은 손자에게 하고 있다고 하지만 자신에게 울림을 남기는 고백처럼 들린다. 어쩌면 수신인이 손자로 정해진 사적인 편지를 넘어서 출판인의 깊은 지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로서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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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깊이, 소중한 사람과 보낸 시간의 깊이, 사유의 깊이를 느끼며 살았으면 한다. 네가 발을 딛고 있는 곳에서 조금씩 깊이를 더해 간다면 자연스럽게 높은 곳에서 더 많은 곳을 내려다보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어른이 될 수 있을 거야. 할아버지는 살아 있는 동안 너에게 꾸준히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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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를 위해 마음쓰는 일들은 어느 집들이나 닮아 있어 예전 생각이 나기도 했다. 애정과 걱정이 하루에도 수없이 오고가며 오직 아이만을 생각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게 했다. 이 책은 한이의 외할아버지가 쓴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이의 엄마 마음이 너무나 소중하게 담겨있다. 이를 지켜보는 작가님의 시선이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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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를 낳고나니 지금까지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껴요. 지난 시간 참 힘들었던 기억을 단 한번에 녹여 주는 위로, 아이의 들숨과 날숨이 나르는 삶의 온도, 엄마가 되었다는 책임감 덕분이 그간 방황하던 삶의 방향성은 명쾌해졌어요."(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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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엄마의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힘이 느껴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부분마다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 책은 "할아버지가 엄마에게는 해 주지 못했던 말"이라고 하지만 , 그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나는 함께 아버지와 딸로 살아가며 말들이 해주기전에 이미 전해졌다고 느낀다. 한없이 너그러우며 동시에 지혜로운 말, 아니 그 이전에 눈빛 혹은 마음. 이 책을 통해 가족의 사랑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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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이며 출판평론가로서 일반 독자에게 전하는 지혜는 한이라는 수신인을 만나 한결 부드럽게 다가온다. 하지만 결이 부드러워졌다고 예리한 통찰을 놓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나 고령사회에 대한 전망 뿐만 아니라 출판에 헌신한 삶으로부터 읽고 쓰는 삶에 대한 조언까지, 이 책이 전하는 지혜는 매우 깊고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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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며 이 책을 폈다. (커피소년) 네 편이 되어준다는 따스한 마음이 무한히 이어진다. 내가 듣는 말이 되어 마음이 든든해지고 동시에 나도 누군가에게 같은 마음으로 네편이 되어주겠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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