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가 내려온다
오정연 지음 / 허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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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내려온다
오정연
허블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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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도 우리가 그리워할 것은 결국 사랑하는 이의 숨소리일 것임을"-김보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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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상상의 세계를 마주했지만 책을 다 읽고 떠오른 것들은 미래에도 변치않을 소중한 것들이다. 이 책을 보고 느낀 인상이다.


내가 오로지 나인 상태로 지금과 여기를 버틴 뒤, 두려움 없이 모든 것을 뒤로하자. 그것이 우연히 주어진 인생이라는 게임의 주도권을 내게로 되찾아오는 마지막 방법이었다. - <마지막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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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로그>는 안락사 시설을 갖춘 실버라이닝이라는 공간에서 마지막 일주일을 보내러온 주인공 '나'와 담당 안드로이드 '조이'의 이야기다. 요양객인지 안락사희망자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을 보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생을 정리하는 과정이 sf적 상상력으로 구현되어 있다. 안드로이드지만 자유의지가 있는 조이는 나에게 규정과 달리 어떤 행동과 제안으로 나의 마음에 미묘한 파장을 남긴다. 그에게는 에러메시지와 경고가 뜨더라도 나와의 진심어린 대화는 이어진다. 삶과 죽음이라는 선택의 상황과 인생을 정리하는 미래적 상상이 독특하게 결합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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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로지 나인 상태로 지금과 여기를 버틴 뒤, 두려움 없이 모든 것을 뒤로 하자. 그것이 우연히 주어진 인생이라는 게임의 주도권을 내게로 찾아오는 마지막 방법이었다."(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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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을 완성할 마침표'라는 실버라이닝의 홍보 문구에 대해 생각해본다. 마침표를 의지대로 찍을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허용할 수 있는 것인가. 삶과 죽음에 대한 종교적, 도덕적 기준을 넘어서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이 소설의 미래적 상상력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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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은 흥미로운 작품이다. 2020년 이상기후와 유행병의 창궐 등 지구의 위기로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는 이들이 생기고 4분 30초의 시차에도 모니터를 통해 차례를 지내고 분향을 하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의 표제작인 <단어가 내려온다>는 지학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동시에 소설에서 구축한 지식세계의 체계가 대단히 정교하게 느껴진 작품이었다. 언어의 조합과 언어로부터의 영향을 받는 인간의 모습은 여타의 소설이서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처음에는 계시인가? 아니면 부여되는 것인가? 그 생경함이 갈피를 못잡았으나 작가가 추구하는 국어학sf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작가의 약력은 미학울 전공하고 영화잡지 기자로 일하고 영상물기록관리학을 공부하고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한다. 지식의 깊이가 깊고 활동범위가 넓은 만큼 이 책의 소설들이 보여주는 세계도 놀랍도록 깊고 넓다. 새로운 작가를 환영할 수 밖에 없다. 동시에 이 낯선 이야기들은 작가가 공들인 배경 혹은 설정은 미래적 상상으로 구축되어 있으나 주제의식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설은 우리가 지켜야할 것들이 무엇인지 전하고 있다. 아주 낯선 세계에서 그리고 새로운 방법으로. 이 소설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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