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미술글쓰기레시피#정민영#아트북스..책을 읽으면 서평으로 남긴다. 가끔 책을 읽었다고 생각해도 한 문장도 기억나지 않거나 안 읽은 책 같은데 밑줄이 군데군데 보일 때가 있다. 이런 우스운 반전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서평을 써야한다. 아니면 감상이라도 남겨야한다. 영화나 연극, 무용에서도 주제가 있고 서사가 있다면 인상은 문장으로 남는다. 읽거나 보는 시간 동안 생각하고 느낌을 정리한다. 하지만 미술에 대한 감상은 어떻게 남겨야할까. 작품에서 서사를 발견하기도 어렵고 또 적절한 감상시간도 모른채 작품 앞에 서 있을 뿐이다. 전시회를 다녀오면 "좋아"정도의 감상과 "가봐"라는 추천을 남긴다. 그렇게 말 수가 없은 사람이 아닌데도 말이다. ..미술을 감상할 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절대적으로 믿어왔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주관적인 나의 감상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말은 알려고 하는 의지를 북돋기보다 미술감상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느낀 만큼 보인다"라는 문장을 만났을 때 강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감상의 주인은 나 자신이며 감상주권은 나에게 있다는 말로 시작한다. 또한 공간예술인 미술과 시간예술인 글에 대한 이해를 통해 미술글쓰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근본적인 가이드가 되었다. 동시에 제목의 '레시피'도 놓치지 않아서 실질적 조언과 더불어 개인레슨처럼 친절한 미술 글쓰기 책이었다. ..이 책은 구성부터 쓰는 방법, 글감을 정확하게 설명한다. 미술작품을 비롯해 기존의 평문이나 감상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해를 돕는다. 1부가 미술글쓰기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며 자신감을 준다면 2부부터 5부까지는 실질적 미술 글쓰기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 이어진다. ..2부는 구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구상의 단계와 쓰기의 단계는 평소 내가 서평을 작성하는 방식과 유사했다. 키워드로 문단을 만들어나가는 방식과 본론을 먼저 작성하는 방식이 그렇다. 그러나 키워드를 3개 혹은 1개로 문단을 키워나갈 때에 대한 안내는 이 책의 인상적인 지점 중 하나다. 3개의 키워드를 묶으며 연결의 상상력이 요구되며 1개의 키워드는 원포인트 글쓰기라는 설명으로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작가의 전작인 #원포인트그림감상 으로 좀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을 지을 때 '유혹이자 감동의 압축파일'(127쪽)이라는 인상적인 표현은 오랫동안 인용하고 싶다. 반드시 미술에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주제와 장르에도 활용하고 깊은 비책들이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다. ..3부는 미술 글쓰기의 방법에 대해 설명한더. 어떤 글쓰기보다 미술글쓰기에서는 묘사가 중요할 것이다. 이 책 역시 묘사를 기본으로 작가에 대한 소개나 시대에 대한 정보를 더하여 좀더 충실하고 풍요로운 미술 글쓰기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동시에 에피소드가 글쓰기의 감초이며 감상의 도우미가 된다고 말한다. 나 역시 작가나 대상의 사연이 담긴 그림에는 더욱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했다. 이어지는 4부는 글감에 대해서 말한다. 작가, 작품, 소재, 감상자의 에피소드나 이슈키워드를 통해 글감을 찾을 수 있다고 소개한다. 사실 나에게는 미술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소재라고 할 수 있는데 4부를 읽으며 미술에 대한 글을 자유롭게 써보고 싶다는 의욕이 들었다. 또한 작품 간 비교를 통해서 글감을 찾을 수 있다는 소개에 지금까지 전시회에서 본 그림들을 떠올려보기도 했다...마지막 5부에서는 쓰면서 알아야할 것들을 알려주며 본격적인 미술 글쓰기의 실제에 접근하도록 한다. 제목과 소제목에 대한 조언 용어와 용어풀이에 대한 안내, 도판 설명까지 미술 글쓰기를 하려면 반드시 알아야할 사항들이 꼼꼼하게 담겨있다...미술글쓰기를 목표하게 된 만큼 미술감상에 대해서도 전과 다른 관심이 생겼다. 특히 전시회에 갈 때마다 그림의 제목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무제'를 비롯해 단순한 제목들이 마치 소설의 열린 결말처럼 관람자의 감상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극적으로 감상하고 해석하는 자유를 만나게 된 것이다...이 책을 읽고 전시회에서 모아온 도록들을 다시 찾아보았다. 거의 이십년전에 다녀온 전시회의 감흥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제 이 책을 통해 다시 그림들을 만나며 미술 글쓰기를 시도하고 싶다. 느끼는 만큼 보인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면 이미 나는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의도는 미술로 하는 글쓰기를 시도하는 독자를 만나는 것이 아닐까. 내 마음 속에서 미술 혹은 글로 무게중심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나만의 균형을 찾으며 미술글쓰기에 도전하고 싶다. 도서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