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의 고독 - 시간과 자연을 걷는 일에 대하여
토르비에른 에켈룬 지음, 김병순 옮김 / 싱긋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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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의고독
토르비에른에켈룬
싱긋
교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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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인간, 그는 걷는다. 새로운 길을 떠나는 여정은 모험이며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은 새로운 생각을 만나게 한다. 일상의 잔잔한 즐거움을 주는 놀이이며 정체된 마음에 리듬을 주는 치유의 시간이기도 하다. 두발로 걷고 풍경들을 보며 무언가 생각한다. 길이 광범위한 은유의 서사를 품고 있다면 길 위를 걷는 인간은 서사의 주인공일 수밖에 없다. 나는 가강 강렬한 주인공이 이 책의 저자 토르비에른에켈룬 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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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걷는다. 대부분 걷는 이유는 목적지를 위한 수단적 행위이다. 걸어서 간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걷는다는 것이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의미있음을 점점 알아가고 있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 '걷기'라는 처방을 받는다. 처음에는 그 힘을 모른다. 지금까지 안 걸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전히 걷기에 집중하고 목적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보면 치유의 힘이 온몸으로 은근히 퍼져나간다. 친구와 걷는 것도 좋지만 혼자 걷는 것도 좋다. 나라는 사람과 대화하며 산책하는 기분이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을 때 #걷기의인문학 이라는 #리베카솔닛 의 책을 만났다.리베카 솔닛에 따르면 걷기의 역사는 생각과 문화의 역사가 된다. 우리의 일상적인 활동에 이토록 중대한 방점이 찍혀있는 것이다. 보행의 리듬이 생각의 리듬이며 걷는 일에 대한 생각이 다른 모든 것에 대한 생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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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닛의 책이 걷기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의 범위를 넓혔다면 #두발의고독 은 걷는 사람의 진정성 있는 다큐멘터리같다. 그는 뇌전증 진단으로 운전을 할 수 없게 된 안타까운 이유로 오로지 걷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걸어야하는 불편에서 걸어야함으로써 얻는 자유를 만끽한다. 즉 비극을 극복하는 서사가 아니라 걷기 그 자체를 생생하게 독자에게 전달하는 걷기의 전문가이며 모험가 그리고 철학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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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하나의 완벽한 은유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의 감정과 바람을 모두 담을 수 있다. 불신과 믿음, 탄생과 죽음, 생각, 희망, 구원에 이르는 길,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 여행의 시작과 끝. 길은 삶 자체를 형성하는데, 그 삶은 서구 기독교 유산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거기서 삶은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의 여행이다. 인류의 역사는 창조에서 최후의 심판의 날까지의 여정인 것이다."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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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은 길을 걸어나가는 단단한 정체성의 인간을 통해 단순한 묘사의 문장에서도 삶을 은유하는 지점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사유를 넘어 길에 대한 일반적인 은유 , 특히 정신적 종교적 의미를 전하기도 한다. 이어서 프로스트의 시 <가지않은 길>의 여러 해설을 통해 길에 대한, 그리고 길 위를 걷는 인간에 대한 생각에 다다르게 한다. 동시에 읽고 있는 나 역시 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누구나 걷고 있었음을 그리고 길 위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며 또한 사유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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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도 마음에 여전히 깊게 각인되는 문장이 있다.
"길은 혼돈 속 질서다."
길을 걸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는 그 말의 의미를 마음에 무게중심처럼 담아두고 걸어보고 싶다. 목적지를 두지 않고 풍경을 눈으로 바라보며 발걸음의 리듬에 의지해 걷고 싶다. 두 발의 고독. 하지만 그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다. 치열하게 생각하고 길을 찾아 걸어가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유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일상의 걷기가 단순히 이동이나 운동이 아닌 인간 본연의 활동으로 이해되었다. 일상에서 만나는 소중한 감동과 감탄의 지점인 것이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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