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심장#이상욱#교유서가..기이하고 강렬한 소설에 사로잡혔다. 9개의 단편은 저마다의 존재감을 빛내는,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지점의 이야기들이다. 독자는 매력적인 스토리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한국단편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구나, 마치 평론가처럼 대단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소설을 다 읽고나서 당하는 느낌이 든다. 짐작할 수 없는 이야기에 허를 찔린 느낌이면서 섬세한 문장들에 매혹되어 사로잡히게 된다. 아주 독특한 소설집이다...“경고하지 않았나, 후회할 거라고.” 몰이 말했다. “내 분명히 말하는데, 인간은 절대로 기린의 심장을 이길 수 없다네. 입으로는 누구나 마음이 소중하다고 말하지. 말로는 뭘 못하겠나. 발가벗겨진 인간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기린의 심장을 구걸하는지 여러 번 봐왔다네.” _「기린의 심장」중에서..어떤 사건의 원인은 계속 거슬러올라갈 수밖에 없다네. 너무 서둘러서 사고가 났다. 왜 서둘렀는가? 급한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왜 약속을 급하게 잡았지? 예정에 없는 방문이 있었기 때문에. 뭐, 이런 식이지. 원인을 거슬러올라가다보면 결국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에’라는 지점과 마주하게 되는데, 사실 그것도 근원적인 원인이라 할 수 없다네. 그 인간을 낳은 게 바로 인간이니까. _「연극의 시작」중..소설들의 인물들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불행에 대한 이야기가 짐작을 넘어서 펼쳐진다. 가족의 죽음이나 따돌임 등 인간이 보편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불행을 다루면서도 작가가 구축한 세계는 아주 낯설고 긴장감을 주는 공간이다. 외계인이 침공하거나 환상의 동물원에 갖혀 방황하는 설정은 독자의 예상을 벗어나고 전형성을 탈피한다. 그러니까 아주 낯설고 때때로 거부감이 들 수도있다. 하지만 이 책은 불행에 대한 인간의 감정을 생소하고 낯선 소재로 구축하여 매혹적인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또한 공감을 주는 주제나 독특한 소재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들인 미문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품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세련된 문장들은 이 소설에 빠져드는데 틈을 주지 않는다...가제본 서평단에 참여했습니다.#소설추천 #책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