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내가죽었습니다. 이경혜 바람의아이들 바람북스 . .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죽은 친구의 일기를 펼쳐본다. 슬픈 예감처럼, 불길한 느낌의 문장을 읽는 유미. 친구를 애도하며 삶의 진정한 의미에 생생하게 접근한다. 이 책은 청소년 추천도서, 권장도서로 매우 유명한 책이고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책이다. . . 그러나 독자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문장은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이다.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소중해보이고 달라 보일거라는 생각에서 일기를 적어나간 것이다. 재준이는 자신이 죽었다고 가정하며 일상의 기록을 남긴다. 죽은 사람의 시선은 평범한 일상을 관통한다. 재준은 일기장에 기록을 남기며 자신을 돌아보며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미처 삶의 의미를 단정하기 전, 질문만을 남긴채 더이상 일기를 쓰지 못한다. 일기의 첫문장처럼 "어느날"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일기의 페이지를 넘기는 일은 절친 유미의 일이다. 유미는 재준이 어머니의 부탁으로 재준이의 일기장을 힘겹게 읽어 나간다. 짝사랑, 공부, 관계 등 중학생이 할 수 있는 고민과 유미에 대한 믿음을 읽어나간다. 재준의 삶을 이해하려는 유미의 시도는 자신의 삶을 포용하는 시도로 이어진다. 마침내 재준의 일기장 속 문장을 따라가며 죽음마저도 인정하게 된다. . . 친구란 건 그런 걸까. 애인 앞에서는 죽어도 밝히기 싫은 일을 편하게 말하고, 바로 그 일로 놀림을 받아도 화가 나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이 후련해지는 관계. (책속에서) . . 이 책에서 눈물과 미소를 동시에 자아내는 것은 재준과 유미의 각별하고 특별한 친구 사이다. 두터운 우정이 아니면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부터 서로에 대한 진심까지 생생하게 드러난다. 재준의 일기를 유미가 읽어야하는 이유는 단순히 우정 때문만은 아니다. 진실된 애도의 시간으로 진정한 이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를 물어본 재준의 질문에 막연한 대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 . 어느 날 나는 분명히 죽을 것이다. 언젠가는 말이다. 늙어 꼬부라져 죽을 수도 있지만, 불의의 사고로 젊은 나이에 죽을 수도 있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죽음이란 건 왜 생겨났을까......열여섯 살, 내 나이는 죽음과는 상관 없는 나이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런 장난도 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열여섯 살, 아니 그보다 더 어린 나이에도 죽음은 얼마든지 찾아온다.(책속에서) . .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는 이르거나 늦은 것은 없다. 죽음을 삶에서 떠올리는 순간에는 단순히 두려움만이 아닌 끝 혹은 마지막에 대한 각성으로 삶에 대한 시선을 다르게 이끌기 때문이다.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 낯설고 두려운 제목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삶의 의미를 시도의 진심을 짐작하게 됐다. 도서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