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옆 작은 책방. 일주일에 한번씩 그곳 앞을 지나가며 시인의 책방을 짐작했다. 따스한 온기가 감돌고 고여있는 사람들은 시를 읽고 혹은 낭독하며, 때때로 귀를 기울이면 책장 넘어가는 소리만이 들리는 아름다운 고요를. 하지만 시인의 책방에 대한 나의 인상은 낭만일 뿐이었다. 공간을 만들기 위한 시인의 고군분투는 나의 예상을 넘어섰다. 그 역시 자영업자로서 월세를 걱정하고 운영을 위해 고민과 걱정으로 책방 문을 열고 닫았을 것이 당연했음에도.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여력이 위태로운 날들에도 책방을 지킨다. 친구에게 안부를 전하는 편지에서 "어딘가에서 홀로 무너지는 느낌 속에 있는 건 아니지?"(246쪽)묻고 있지만 먼저 무너져본 것은 시인이 아니었을까. 스스로에게 엄살 말라고(98쪽) 다그치기도 한다. 하지만 시인은 책방을 사랑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보존의 의무(110쪽)"을 느낀다. 기쁨 속에 불안이 있고 절망속에 꿈이 생겨나서 둘이 분리가 안될 때가 있다.(107쪽) 그럼에도 불안과 기쁨의 양가적 감정은 균형을 만든다. 중견 시인으로 책방운영에 과감히 뛰어들어서 일상의 크고 작은 절망으로 간신히 하루하루를 이어가지만 시인의 마음은 단단하고 아름답다. 다만 내 심장이 두근거리며 온몸이 뜨겁고 담대하게 나아가는 기분을 잃어버리고 살게 될까봐 두려웠다.(13쪽) 바람이 없다면 어떻게 항해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 불어주는 온기로 이 배가 천천히 항해하고 있다. (37쪽) 하고 있는 일이 최소한의 실패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타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기를(223쪽) 새로운 일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원대한 희망이나 낙관을 위한 긍정 에너지 이전에, 자신의 진심을 담아 소중한 일에 헌신하는 사람의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이 진정한 용기를 준다. 책방일의 어려움 앞에서 시인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일상을 관통하는 시선으로 하루하루를 기록한다. 시인만이 견지할 수 있는 삶에 대한 태도와 사유 역시 이 책에서 빛나는 부분이다. 이전에는 김이듬시인의 시들이 극적 상황에서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를 기대하게 했고 그러한 시적 발상에 감탄했다. 하지만 어딘가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에세이집에 실려있는 마음, 무언가 처음 시도하는 사람의 진심이 읽고 있는 나를 안아주는 기분이었다. 시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드는 책이었다. 책방이듬. 길을 건너기만 하면 갈 수 있었다. 지나갈 때마다 간판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작은 공간이라 생각에 빠져 걷다보면 지나칠 때도 있었다. 호숫가책방의 문을 열진 못했지만 기억하고 또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