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니클의소년들
은행나무
콜슨화이트헤드
.
.
인간의 존엄은 보편의 윤리다. 누구나 인간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지키기 위해 투쟁한 역사는 길다. 인류의 역사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존엄을 침해당하고 있다. 여전히 어딘가에서 자신이 처한 참혹한 현실 앞에서 고통을 견디고 인내해온 것이다. 흑인인권운동의 문제는 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마틴루터킹 목사, 로자파크스, 등 역사에 기록된 인물과 사건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얼마나 나의 접근이 피상적이었는지를 생각한다.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이므로, 매일 삶의 여로를 걸을 때 이런 품위와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레코드판이 계속 돌고 돌았다.ㅡ책속에서
.
.
‘우리는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의미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매일 삶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에게 이런 긍지가 없다면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ㅡ책속에서
.
.
주인공 엘우드의 마음속에 그 말은 긍지이면서도 의문이었다. 자신의 존재의 촛불에 불을 붙여주는  동시에 자신이 처한 참혹한 현실 앞에서 이해불가한 문장의 무게는 존재의 자각을 일으켰다. 
.
.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의 니클 캠퍼스에서 비밀리에 매장의 흔적을 발견한다. 의문점 투성이인 유해들이  드러나고, 언론과 여론은 주목하며 경악한다. 그리고 니클의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대면하게 된다.
엘우드. 대학수업을 들으러 차를 빌려탔다가 도난차량으로 오해받아 니클아카데미에 수감된다. 그곳에서 겪은 비참한 대우와 좌절 속에서 그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길 꿈꾼다. 하지만 부모없는 흑인 소년으로 누명를 풀 수 없었으며 상상 이상의 고통을 겪는다. 그의 몸부림이 더할수록 니클의 악랄함을 예상 밖으로 잔인해진다. 하지만 벗어나겠다는 희망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
.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여러번을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소설의 전개 속도와 설정은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 안에서 고통받는 영혼들을 상상하면 계속 읽어나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그동안 얼마나 인권에 대한 사고가 안일했는지를 느꼈다. 그들의 차별과 고통을 역사의 장면으로 이해했을 뿐, 그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한 시도들과 수차례 좌절해야했던 고통을 진심으로 대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대면의 용기가 연대의 첫발걸음이라면 일단 이 훌륭한 작품으로 시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이 책을 주목하게 되었다. 왜 지금 이 작품이 퓰리처상을 받았을까, 이 책을 읽어야하는데 당위는 단순히 상의 무게만이 아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읽고 마음 속에서 꺼지지 않은 불꽃으로 자리해야하는 인간의 존엄을 위해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