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외계인 보고서 - SF 우주선부터 인조인간까지
박상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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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외계인 보고서 / 박상준

 SF는 science fiction의 준말이지만 science fantasy 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아마도 나는 후자에 해당되었을 것이다. SF장르를 읽기 전까지는 나와는 거리가 먼 취향이었기 때문이다. 번역한다면 공상과학소설이라고도 한다. 공상(空想)은 실현될 가망성이 없는 것을 막연히 그려보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SF적 상상력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있어서 발상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공상’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시공간적 시야의 확장을 선사(66쪽)’함으로써 감상의 재미와 인지적 성장을 이끌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과학도 잘 모르거니와 과학에 대해 공상 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작년부터 조금씩 과학을 공부하고 주목받은 SF작품들을 읽고 있다. 주로 한국작가들의 작품이었는데 일상의 틈에서 과학적 상상력이 발휘되고 또한 윤리적 상상력으로 이어지는 좋은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SF의 정도(正道)를 가는 길은 어려웠다. 우선 장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이를 이해하는 정도에 대한 막연한 걱정으로 머뭇거렸다. 그때 만난 박상준의 <미래에서 온 외계인 보고서>는 SF를 위한 확실한 안내서다. 우주여행, 외계인, 로봇 등 SF의 주요 주제에 따라 작가의 안목과 내공이 엿보이는 작품해설이 이어진다. 이 책에는 작품을 위한 인덱스가 따로 필요할 정도였다. 그리고 작가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과학기술에서의 비약적 상상을 다시 인간의 지점으로 위치시킨다.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상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것도, 그 기술을 이용하는 것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서 작가의 안목과 내공 그리고 필력에 감탄했다. 동시에 그저 누군가의 상상이라고,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여겼던 SF작품을 주제별로 해설하고 동시에 과학기술의 역사와 문제점, 이어지는 전망까지 정말 풍요로운 책이라고 생각했다. 
 SF에 접속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필독서라고 할만하다. 또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균형적인 사고는 SF를 넘어서 미래사회의 윤리적 쟁점들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남겼다. 나의 경우는 최근 2년간 난생처음으로 과학도서를 읽은 경우였다. 우리소설인 <옆집의 영희씨>나 <우리가빛의속도로 갈수없다면>을 읽고 SF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SF에 무심했던 시간이 길어서인지 어디서부터 읽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인터스텔라를 인상적으로 보긴 했지만 흥행의 흐름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도적으로 SF를 알아가고 싶었지만 시도를 하지 못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고 그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일주일 동안 읽으며 읽어야할 목록이 늘어나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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