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과 기분
김봉곤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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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절과기분
김봉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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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들 중 어느것이든 소설의 소재로 포획하는 것이 소설가의 숙명일까. 이야기를 만드는 자리에서 전지적 창조자로 군림하는 것에 이의는 없다. 작가가가 창조한 세계에 독자가 초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했던 이와의 일을 글로서 소설가가 되었다는 그는 소설 세계를 장악하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어떤 부담과 그리움의 고백이 전해지는 지점은 윤리적이다. 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생생한 묘사와 자기고백적 분위기에 과연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가늠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엔드게임>은 여타의 작품들처럼 재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연애사는 가볍게 읽히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의 깊은 곳까지 침잠하게 한다. 사랑은 과거이고 사랑을 기억하는 것은 현재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그의 글로 복원되다가도 어느 순간 사그라든다.
과거에 그의 작품들을 보면 독자로서 속고있는 기분도 들었다. 대체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작품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 수 있었다. 소설이 될 수 없다면 시간 속에서 기억하려는 시도는 윤리적이다. 나는 작가의 마음을 온전히 지지하고 싶다. 사랑의 절절한 기억을 문학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성큼 들어온 사랑 앞에 그에 걸맞는 응대로 윤리적인 태도를 어떤 인연도 없이 보여주는 것. 나는 그의 소설을 이렇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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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읽은 <시절과 기분>이 곧 단행본으로 만날 수 있다니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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