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 - 인생은 왜 동화처럼 될 수 없을까? 문득 든 기묘하고 우아한 어떤 생각들
김한승 지음, 김지현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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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철학자가되는밤

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이다. 그러나 철학은 일상과 쉽게 이어지기 어려웠다. 지혜가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것은 삶, 그 자체에먀 지혜를 사랑하는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것을 열망하면서도 일상의 어느 지점에서 철학의 도움을 받아야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전공을 하고 이후에도 철학서적을 꾸준히 읽고 있지만. 언제즘 철학의 구원이 있을까 막연히 기대할 뿐이었다.

하지만 일상의 단면에 철학을 적용하려는 시도를 머뭇거릴 때 이 책을 만났고 책의 제목대로 밤에 읽어보았다. 마치 철학자의 밤에 초대된 것처럼 어딘가 신비로운 기운이 넘쳤다. 이 책은 단순히 철학 이론에 대한 소개를 넘어선다. 오히려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내는 동화 혹은 우화들은 기묘하고 아름답다. 단순한 일상은 숨은 사유에 의해 과감히 전복되고 상상의 진폭은 우리를 이끌고 가기에 설득력이 있다. 삶을 단면을 놓고 철학적 상상에 의해 입체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지켜본 기분이다. 이야기들은 누구나 우리가 일상에서 문득 든 생각일 수 있으나 이야기의 스펙트럼은 너무나 다채롭다. 그리고 그 빛이 모이는 곳에 철학적 사유를 만날수 있다. 이론의 소개 혹은 인용에 얽매이지 않고 삶에서 서유기 샘솟는 순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듣기 싫은 방법에 대처하는 방법.
귀를 막거나 그 소리를 사랑하거나.
(34쪽)

이런 사유의 전환은 기묘한 꽁트 한편으로 완성된다. 그 외에도 소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불행 보험.
 게바라 사과와 히틀러 파인애플.
인생은 김빠진 맥주로 만들어진다.
이미 끝난 비극을 기도하는 사람들.
행복이 사라질 때 행복은 완성된다.
거울 앞에서 나에게 가위바위보.
어느 날 내비게이션이 길을 잘 모른다고 사과했다.
아들 둘을 잃은 대신 두 아들을 찾은 어머니.
바다를 지워 바다를 담은 풍경화.
당신과 함께 늙어가고 싶었어.

마치 시의 한 구절처럼 마음의 파동을 남기는 소제목들은 작가의 상상과 사유를 짐작하게 한다. 또한 이 책이 돋보이는 부분은 다정한 느낌을 주는 삽화다. 김한승 작가님의 딸, 김지현님의 그림은 이 책이 기묘한 상상의 밤에 마치 따스하고 환한 불을 켠 듯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또한 책의 제목처럼 밤을 기대한다면 곧 이어질 새벽 그리고 아침에 선량한 결심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빠와 딸이 산책하며 주고받은 대화,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글과 그림- 완성한 시도는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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