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초대장 - 죽음이 가르쳐 주는 온전한 삶의 의미
프랭크 오스타세스키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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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개의초대장

죽음에 어울리는 수식어들.
불운, 비운, 슬픈, 아픈, 두려운,
생각할수록 부정적인 단어들만 고개를 든다.
그리고 죽음을 연상하는 이미지들은 어딘가 불안과 불편을 준다. 죽을 '사'라며 기피하는 숫자가 있을 정도로 우리는 죽음을 경계한다. 주인공이 죽는 결말은 새드엔딩이 된다. 피할 수 없지만 두려운 죽음. 인간이라면 공통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철학자들은 죽음에 대해 뭐라고 언급했을까. 플라톤은 죽음을 육체로부터 해방되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에피쿠로스는 죽음이 인간을 구성하는 원자의 대체로 이해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고대의 사상가들의 메시지는 이해가능하지만 삶과의 괴리가 있다. 현대 사상가인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은 죽음을 외면하지 말고 항상 죽음이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살아야한다"고 했다. 죽음이 나의 것이라는 성찰을 통해 죽음 앞으로 미리 달려가 봄으로써 삶을 더욱 의미있게 살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지점에서 이 책을 읽어본다. 죽음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는 것이 끝이 있다는 두려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성이라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이기 위한 가장 진실된 시도가 이 책에 있다.
<다섯개의 초대장>의 저자 프랭크 오스타세스키는 호스피스로서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과 함께한다. 죽음에 이르는 길까지 인도가 아닌 동행이 되어 죽음을 완성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는 죽음 직전의 사람들을 통해 용서, 화해, 사랑, 이해 등 삶의 빛나는 순간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 삶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환자들의 임종을 지켜보며 사유한 내용을 다섯개의초대장 초대장에 담아 전한다. 이는 죽음으로의 초대가 아니라 분명 삶으로의 초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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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초대장. 죽음의 순간까지 기다리지 말라.
두번째 초대장. 세상 무엇이든 널리 환영하고 아무것도 밀어내지 말라.
세 번째 초대장. 오롯이 온전한 자아로 경험에 부딪히라.
네 번째 초대장.어떤 상황 속에서도 평온한 휴식의 자리를 찾으라.
다섯 번째 초대장.알지 못함, 초심자의 그 열린 마음을 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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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의 죽음에만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죽음에도 진심을 다해 애도하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놓치지 않을 것에 대해서도 당부한다. 나의 죽음 이전까지 내가 만날 수 밖에 없는 죽음을 단지 비통함만이 아닌 인생의 의미를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죽을 때에 임박하여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두려움과 혼란 자기부정을 남길 뿐이다. 죽음이 전하는 소중한 지혜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절망이나 후회, 자책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완성이라는 개념을 염두하며 성숙한 자세로 열린 마음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호스피스로서 만난 이들이 죽음을 앞둔 실제 사연을 통해 죽음이 삶과 어떻게 마주보고 있는지는 생생하게 전한다. 그들의 사연을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으며 저자의 사유에 긍정과 지지로 마음에 새기기도 했다. 삶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이 책의 초대에 응하여 인생을 성숙한 자세로 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고 죽음을 완성으로 받아들이는 사유를 통해 지금 여기의 삶이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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