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 시절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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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시절
금희
창비 소설Q

과거를 추억이라고 부른 후에
자신의 내밀한 곳까지 응시해보면
나를 닮은 그림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천진시절.
중국의 지역인 천진에서 살던 시절이라는 뜻이지만 한편으로는 천진했던 청춘의 시절로 마음에 닿는다.

주인공 상아가 동생 금성의 결혼식을 계기로
우연히 과거 천진에서 함게했던 정숙을 만나고
자신의 과거 연인이었던 무군을 떠올리는 이야기다. 함께 일했던 공간과 함께 했던 시간에 대해 작가의 문장은 투명하고 선명하게 담아낸다.

그러나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런 것도 사랑이라할 수 있을까? 에덴에 남겨진 단 한명의 남자와 단 한명의 여자 같은 경우.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고 절대적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유일하게 실재를 확인할 수 있는 낯익은 상대와 함께함으로 그에게서 느끼는 안정감과 친밀감, 의지하고 싶은 감정…… 이런 것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32)

확실한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은 마치 그녀를 시계추처럼 오고가고 만든다. 그녀는 불만과 죄책감의 경계에서 서서 자신의 얼굴을 무심히 바라본다.

나는 생각했다. 항상 그게 문제지. 상대방은 순간순간 흔들리고 생각이 변하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 (155)

어떤 미사여구없이
해석을 가장한 합리화없이
자신과 그 시절을 진심으로 응시하는 것이
얼마나 윤리적인 시도인지를 읽는 내내 느꼈다.
이 책, 그리고 작가는 너무나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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