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책 54 -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서 에크하르트 톨레까지 내면의 성장을 위한 영성 고전 읽기
제임스 M. 러셀 지음, 이정아 옮김 / 판미동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영혼의 책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식을 쌓거나 흥미를 위한 나름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책을 쓴 사람이나 책을 읽는 사람이나 그들에게는 반드시 목적이 있다. 그러나 독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의도와 다르게 사람의 마음에 독특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듯하다. 마음이 힘들 때 마치 격려의 메시지처럼 갑작스럽게 책의 구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또한 책의 두께와 권수만큼 마음이 단단해져 침범할 수 없는 고요한 내면을 만든다.

하지만 책과 마음의 작용은 어느 순간 일어나고 도식처럼 드러나지는 않았다. 따라서 독서를 권유하는 나의 마음은 막연하기도 했고 그러한 추천을 받는 사람들은 목적의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독서가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아름다운 시도임을 분명하지만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말할 수 없었다.

<영혼의 책 54>는 ‘내면의 성장을 위한 영성 고전 읽기’라는 소개로 나의 고민에 대한 적절한 답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영성 고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54권의 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스도교 고전과 기도와 명상의 책 그리고 영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소개한다. 종교가 없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의 고전을 소개하는 챕터는 바로 관심이 가지 않아 부분 부분 발췌하여 읽을까 고민했지만 신학에서 영성에 대한 접근이 시작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었다.

특히 주목할만한 책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설교와 논고들>이었다. 신을 발견하려면 내면을 들여다보라는 조언은 ‘신’ 중심의 그리스도교 이론에 대한 선입견을 해소시켜주었다. 영성 고전이라는 것은 내면에 대한 탐색에서 시작한다는 믿음을 확실히 해주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중심의 사고를 시도하려는 의미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마음이 고요해지고 감각이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않을 때 우리 안에서 신이 태어난다.”라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시몬 베유의 <중력과 은총>은 삶의 시련에서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해설에 따르면 우리가 느끼는 고난과 악은 벌이나 부당한 조치가 아니라 우리를 신에게 이끌어 주는 동력이라고 언급된다. 또한 베유에게 고난이란 영성이 가장 충만한 이들에게 찾아오는 특별한 것이며 고난을 실감하는 것이야말로 신의 사랑에 다가가는 과정이라는 본다. 삶의 시련은 인간의 영혼을 나약하게 하거나 파괴적으로 만든다는 일반적 통념을 전환하여 삶에 대한 강인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저자의 해설만으로 큰 인상을 받았다.

이 책은 반드시 그리스도 고전이나 기도 명상서에서만 영혼의 책에 한정하지 않는다. 영혼의 평화를 위한 새로운 책 읽기 방법론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읽어본 <어린왕자>나 <도덕경>을 인간의 마음이라는 방점을 찍고 다시 읽어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 뿐만아니라 독서를 통해 앞으로 나의 영혼을 들여보는 시도들이 계속되리라 믿는다.

한권을 책을 읽었지만 앞으로 읽고 또한 함께할 책들이 늘어난 것 같아서 마음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마음을 들여다보고 투명하고 단단한 내면을 만들 수 있는 책들의 목록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사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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