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의경 지음 / 광화문글방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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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에 누군가 벗어던지고 나간 헤드셋이 보인다. 아마도 콜센터 직원의 헤드셋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여러 차례 표지를 보고 다시 읽었다. 처음에는 의아했고 나중에는 나마저 해방감을 느꼈다. 아마 나도 그들의 편이 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강주리, 우용희, 최시현, 박형조, 하동민. 이 다섯명의 콜센터 직원들은 피자주문만을 받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라고 불러야하는 진상들의 불만과 불평, 짜증 그리고 분노까지 받아내야 한다. 감정 노동의 스트레스를 예상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생생하고 또한 소설에서 보여주는 청춘들의 삶은 애잔하지만 한편으로는 담담하게 긍정하게 한다.

나는 피자 주문을 할 때 짧게 통화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나는 그들이 통칭하는 진상 고객인 적은 없었다. 친절하지만 건조한 목소리로 매뉴얼에 따라 통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작가는 실제로 콜센터에서 5년 정도 일한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우연히 얻어걸린 콜센터 직원들의 대화에서 이 소설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너 왜 연애 안 해?”

연애에 쏟을 감정이 어디 있냐?”

진상한테 쏟을 감정은 있고 연애에 쓸 감정은 없냐?”

 

감정에도 일정한 수량화가 가능하다면, 어쩌면 그들은 돈과 노동에 발목 잡혀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시간과 감정은 진상고객을 향해 어쩔 수 없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콜센터는 목적지가 아닌 정류장이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또다시 시간을 투자할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두고 싶은 용기와 자신의 가치를 저울질하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콜센터 헤드셋을 잡는다.

그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진상고객를 찾아 떠난다. 하지만 그들의 짧은 여행이 해프닝으로 끝나든, 목적 달성을 하든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의기투합해 떠났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이 그들에게 남기는 무언가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돌아볼 때 독자는 그들의 선택을 어쨌거나 응원하게 된다. 이 소설이 주는 힘은 그들이 주는 삶에 대한 긍정이 너무나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콜센터 직원들의 이야기에서 소설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그 현실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잔잔한 감동이 전해진다는 것이다.


"너 왜 연애 안 해?"
"연애에 쏟을 감정이 어디 있냐?"
"진상한테 쏟을 감정은 있고 연애에 쓸 감정은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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