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코드
설혜원 지음 / 지금이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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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코드 - 설혜원



  작가나 그의 작품에 대한 비평을 많이 접한다면 그에 대한 피로가 책을 읽기도 전에 머릿속에 자리 잡기 때문에, 낯선 작가의 책을 만날 때는 아무 편견이 없어서 좋다. 『클린 코드』 는 낯선 작가의 책이기도 했고, 단편집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서 시작부터 좋았다.



 『클린 코드』는 총 7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담긴 단편집이다. 첫 이야기 ‘클린 코드’는 변호사, 판사, 의사 등 사회의 기득권들이 초대된 로얄 소사이어티 선상에서 진행되는 재판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도권 내에서는 벌받을 수 없는 이들을 색다른 방식으로 재판하는 첫 번째 이야기는 이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 충분한 워밍업이 된다.


 7개의 이야기 중 개인적으로 특히나 더 재미있게 읽었던 것들을 짧게 소개하자면, 자신만의 프레임을 만들어 자꾸만 틀에 끼워 맞추려는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써 내려간‘셀프 큐브’(읽는 내내 짜증이 나면서도 빠져든다), 섬뜩한 아파트 미화원 노 씨의 비밀이 담긴‘독서실 이용자 준수 사항’, 흥미로운 세계관으로 신나게 읽어내려갔지만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들의 자뻑을 씁쓸하게 만드는‘메르피의 사계’이다.



  짧은 이야기들이 뭉쳐진 단편집이지만 그들이 담고 있는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으며, 강렬한 흡입력을 갖고 있다. 이 단편들이 더 다듬어지고 살을 붙여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의 시나리오로 쓰인다면 정말 좋겠다. 나만 읽기에는 참 아까운 이야기들이다.


 요즘은 일부러 한국의 장르 소설을 읽으려고 한다. 예전에는 한국 장르 문학은 유럽이나 일본의 장르 문학을 따라 하려는 느낌이 강했다면 요즘은 점점 우리만의 정서를 녹아내는 이야기들이 많아지고 있다. 정확히 어떻다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못되지만, 장르물의 팬으로서 행복하다. 외국 소설처럼 번역 없이 작가가 쓴 그대로를 읽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인데, 책도 많아지고 질도 좋아진다면 독자는 당연히 끌릴 수밖에 없다.

 

 재밌게 읽었으니 이 작가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장편으로 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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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간선언 - 증오하는 인간, 개정판
주원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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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어른이 된 후, 한해 한해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 들 중 한 가지는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것이다. 바르게 살라고 배웠지만 그 가르침을 준 그들이 실제 바른 인생을 사는지도 의문이고, 양심을 지키며 사는 것이 내 인생 전반에 큰 도움이 될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끌며 베푸는 삶을 실천하라 외치는 많은 종교인들이 사실은 뒤에서 기업형 비리를 저지르며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 말하고, 지역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기업과 손을 잡은 후 서민들의 사정은 뒤로 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국회의원들은 그들의 세대와 후대까지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산다. 그 모습을 보며 자란 우리들에게 이런 의문점이 안 생기면 이상하다.

교수였던 서희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초선이었지만 아버지의 영향으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원하던 것이 아니었기에 그대로 상황에 몸을 맡긴 채 물 흐르듯 지내다가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그녀의 전 남편의 것으로 보인다는 절단된 손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 후 손목을 포함하여 7개의 토막 난 시신 조각이 도심에서 발견되고, 이 시신 조각이 이전에 발생했던 4명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형사 민서는, 서희와 접촉하여 사건에 대해 깊이 개입하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들이 모두 CS 그룹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내지만 CS 그룹은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이자 정치, 경제에도 손을 뻗고 있었기 때문에 한낱 강력계 형사인 민서도, 초선 의원인 서희에게도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시작은 조각나있는 전 남편의 시신으로 인해 서희도 이 사건에 개입 아닌 개입하게 되었지만, 결국 큰 그림은 정치와 종교 그리고 CS 그룹이라는 거대한 경제 시스템이 얽혀있는 일임을 알게 되고 죽어있던 서희의 심장이 다시 뛰게 만든다.

『반인간선언』은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하고 냄새나는 잘린 손목 보다 더 구역질 나는 인간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신념은 한순간에 생길 수 없고, 많은 경험과 배움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다. 일방적이고 옆을 보지 않는 신념은, 신념이 아닌 고집이고 크게는 재앙으로 발전한다.

종교, 기업, 정치 이 모든 것은 각자의 신념이 필요하다. 각자의 신념이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발전해야 하는 것이다. 시작은 올바른 점에서부터 시작했을 그들은 지금,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신념을 주장하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이들을 갉아먹으면서 그들만 위로 올라가고 있다.

숨 막히게 흘러갔던 이야기가 끝나고 남은 것이 있다면 여전히 우리나라는 이러한 모습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 책의 초판 연도는 2012년도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지금 2019년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 과연 10년이 흐른 2029년에는 조금 더 다른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때쯤에는 그들의 신념이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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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물딱 루씨의 손뜨개 소품 - 뜨개질이 즐거워지는 기초 코바늘 모티브 My Favorite Things
김윤정 지음 / 나무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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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물딱 루씨 X 나무수'가 다시 한 번 뭉쳤습니다.

돌아온 쪼물딱 루씨 쌤의 명불허전 손뜨개 클래스 쪼물딱 루씨의 손뜨개 소품입니다.




심플한 표지가 나무수의 스타일인 것 같아요.

누가봐도 뜨개질 책인걸 알 수 있네요 :)


다양한 모티브들이 많아요. 쪼물딱 루씨님의 시그니처 모티브를 대공개 +_+오오

누구나 쉽고 예쁘게 완성할 수 있는 소품에서 작품까지 다양하게 만나실 수 있어요.

요즘 뜨개 인싸템 에어판 케이스, 수세미, 키링, 헤어핀, 생활용품 등 다양하게 담겨져 있으니 한 번 보셔요 :D



사진이 멋져서 한 컷 찍어봤어요.

몇몇 수세미가 슬쩍 보이죠 ?








기본적으로 뜨는 방법이 도안과 함께 사진으로 자세히 설명되어있답니다.

기본적인 설명은 앞부분에 모두 있고요, 뒷쪽은 소품의 도안들로 이루어져있어요.


엄청 어려운 작품들이 없이 무난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초보자들을 위한 소품들이 가득합니다 :)

초보자 소품책을 찾고 계신다면 고려해보셔도 좋아요~!



그리고.... 제가 뜬 호박...ㅋㅋㅋ

할로윈 데이가 다가오니 호박 한 번 떠봤어요 ㅎㅎ

1시간도 안걸려요~ 허니9로 떠봤답니다. ㅋㅋ

대기중에 후다닥 ~!

실이 굵어서 좀 커요. 후후후 ㅋㅋ


초보자분들께는 뜨개와 한단계 더 가까워질 수 있고,

고 능력자에게는 쉽지만 귀요미 소품들!

가을은 역시 뜨개의 계절이잖아요~

한번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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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위크
강지영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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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미스터리 물을 물색하며 온라인 서점을 뒤지던 중 전건우 작가가 포함된 단편집 『어위크』를 발견했다. 전건우 작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피 묻은 표지판을 앞에 두고 있는 편의점 표지가 완전 마음에 들어서 평도 보지 않고 구매하였다.

  ‘어위크’는 작중의 편의점 체인 명이다. 편의점에서는 다양한 음식들을 살 수 있듯, 『어위크』도 8명의 장르 소설 작가의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다.



  이야기는 중국집 배달 일을 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한 청년이 경찰의 총을 줍게 되면서 시작된다. 우연히 생긴 총 한 자루를 가지고 역시나 인생에 불만이 많은 친구 2명과 함께 현금 수송차량을 습격하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겨 도주하던 중 편의점 ‘어위크’를 발견하고 뛰어들어간다. 그곳에서 알바생을 인질로 잡고 대치하는데, 이상하게 알바생은 언제나 태연한 태도이다. 편의점에서 허기도 때우고 숨을 돌리다가 알바생이 이야기나 하자며 말을 꺼낸다. 그리고 그는 7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바생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같은 주제가 없고, 각각 그 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집어서 계산하고 나오면, 뭔가 많이 사긴 했는데 편의점의 술수에 당한 기분이 든다. (물론 맛있게 먹는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그런 느낌이다. 내가 원하는 이야기들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꽤 흥미롭게 읽고 나서 마무리 지어지는 엔딩. 편의점과 아주 딱 들어맞는다.


  여러 작가가 함께 한 책이기에 그들의 서로 다른 필력은 어느 정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어떤 건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만 어떤 이야기는 내가 난독증인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야기가 지루할 순 있지만 단편집이기에 빨리 읽을 수 있다.


  공포나 엄청난 추리소설을 기대하는 독자의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가볍고 편안(?) 하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 물을 찾는다면 편의점에 가듯 『어위크』를 찾는 것도 추천한다. 작중 알바생이 들려주는 7개의 이야기를 요일마다 읽으면 일주일 동안 여유롭게 읽을 수 있다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이야기는 ‘아비’와 ‘씨우세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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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카르테
치넨 미키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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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병원에서 만나는 의사들은 개인적으로 좋았던 기억이 거의 없다한두 명 생각나는 의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에 대한 기억은 대충 진료 보고 나가기도 전에 다음 환자를 기다리는 냉정한 모습이다그래서 『기도의 카르테』의 수련의 스와노는  세상의 의사가 아닌  같다역자의 말처럼  소설을 메디컬 미스터리가 아닌 판타지 소설로 만들어버리는 인물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대학병원 수련의로 있는 스와노 료타는 여러 과에서 임상 수련 중에 있다정신과피부과순환기 내과 등등 각기 다른 일을 하는 과 들이기 때문에 환자들도 다르고 일어나는 사건들도 다양하다주기적으로 자해하여 병원으로 실려오는 여자다리 화상을 입었지만 어딘가 수상한 엄마예약한 날짜가 있는데 당장 수술해달라고 우기는 암 환자중한 병에 걸려 VIP 실에 입원한 까칠한 연예인 등을 만나게 되는데스와노가 갖고 있는 특유의 관찰력과 친근함따뜻한 마음씨로 눈에 보이는 병이 아닌 마음속에 숨겨진 병들에도 의도치 않게 접근하게 되는 훈훈한 메디컬 미스터리이다

 

 

 메디컬 미스터리라 하면 의사가 환자들을 살해하는 사이코 패스 소설 등을 상상하지만 『기도의 카르테』는 전혀 다른 흐름을 탄다단순히 병을 고치는 의사가 아니라 마음속에 숨겨진환자 자신도 알지 못하는 병을 찾아주는 이 세상 의사가 아닌 의사스와노 때문이다.

 

 수련의 이기 때문에 돌발 상황이 생기면 크게 당황하고환자들의 원성에 의기소침하기도 하지만뛰어난 적응력과 판단력 그리고 얼굴을 보고 사람을 읽는 능력이 그를좋은 의사로 만들어 준다환자에게도다른 의사들에게도.

 살벌한 사건이 없어서 약간 시시하지만 병원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들 속에 숨어있는 여러 사건들을 해결해주는 스와노 같은 의사들 덕에세상에는 따뜻하고 마음을 갖고 진심을 다해 환자를 대하는 의사들이 있을 거란 걸 새삼 생각한다.

 

 요즘처럼 날 좋은 가을날에 벤치에 앉아서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로 소개하고 싶은 책이다코지 미스터리 느낌이 강하지만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인 만큼 코지 메디컬 미스터리라 하면 괜찮을 것 같다치넨 미키토는 중학생도 읽을 수 있는 쉽고 착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 책은 그 말에 딱 맞는 책이다장르 소설에 호기심을 보이는 어린 학생이 있다면 추천해도 좋을 만큼 어렵지 않고내용 역시 밝아서 딱이다그리고 의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다내 입장에선 너무 훈훈한 마무리가 속상(?!)했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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