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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카르테
치넨 미키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병원에서 만나는 의사들은 개인적으로 좋았던 기억이 거의 없다. 한두 명 생각나는 의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에 대한 기억은 대충 진료 보고 나가기도 전에 다음 환자를 기다리는 냉정한 모습이다. 그래서 『기도의 카르테』의 수련의 스와노는 이 세상의 의사가 아닌 것 같다. 역자의 말처럼 이 소설을 메디컬 미스터리가 아닌 판타지 소설로 만들어버리는 인물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대학병원 수련의로 있는 스와노 료타는 여러
과에서 임상 수련 중에 있다. 정신과, 피부과, 순환기 내과 등등 각기 다른 일을 하는 과 들이기 때문에 환자들도 다르고 일어나는 사건들도 다양하다. 주기적으로 자해하여 병원으로 실려오는 여자, 다리
화상을 입었지만 어딘가 수상한 엄마, 예약한 날짜가 있는데 당장 수술해달라고 우기는 암 환자, 중한 병에 걸려 VIP 실에 입원한 까칠한
연예인 등을 만나게 되는데, 스와노가 갖고 있는 특유의 관찰력과 친근함, 따뜻한 마음씨로 눈에 보이는 병이 아닌 마음속에 숨겨진 병들에도 의도치 않게 접근하게 되는 훈훈한
메디컬 미스터리이다.
메디컬 미스터리라 하면 의사가 환자들을 살해하는 사이코
패스 소설 등을 상상하지만 『기도의 카르테』는 전혀 다른 흐름을 탄다. 단순히 병을 고치는
의사가 아니라 마음속에 숨겨진, 환자 자신도 알지 못하는 병을 찾아주는 이 세상 의사가 아닌
의사, 스와노 때문이다.
수련의 이기 때문에 돌발 상황이 생기면 크게 당황하고, 환자들의 원성에 의기소침하기도 하지만, 뛰어난
적응력과 판단력 그리고 얼굴을 보고 사람을 읽는 능력이 그를 ‘좋은 의사’로 만들어 준다. 환자에게도, 다른 의사들에게도.
살벌한 사건이 없어서 약간 시시하지만 병원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들 속에 숨어있는 여러 사건들을 해결해주는 스와노 같은 의사들 덕에, 세상에는 따뜻하고 마음을 갖고 진심을 다해 환자를 대하는 의사들이 있을 거란 걸 새삼 생각한다.
요즘처럼 날 좋은 가을날에 벤치에 앉아서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로 소개하고 싶은 책이다. 코지 미스터리 느낌이 강하지만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인 만큼 코지 메디컬 미스터리라 하면 괜찮을 것 같다. 치넨 미키토는 중학생도 읽을 수 있는
쉽고 착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 책은 그 말에 딱 맞는 책이다. 장르
소설에 호기심을 보이는 어린 학생이 있다면 추천해도 좋을 만큼 어렵지 않고, 내용 역시 밝아서
딱이다. 그리고 의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다. 내
입장에선 너무 훈훈한 마무리가 속상(?!)했지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