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간선언 - 증오하는 인간, 개정판
주원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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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어른이 된 후, 한해 한해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 들 중 한 가지는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것이다. 바르게 살라고 배웠지만 그 가르침을 준 그들이 실제 바른 인생을 사는지도 의문이고, 양심을 지키며 사는 것이 내 인생 전반에 큰 도움이 될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끌며 베푸는 삶을 실천하라 외치는 많은 종교인들이 사실은 뒤에서 기업형 비리를 저지르며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 말하고, 지역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기업과 손을 잡은 후 서민들의 사정은 뒤로 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국회의원들은 그들의 세대와 후대까지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산다. 그 모습을 보며 자란 우리들에게 이런 의문점이 안 생기면 이상하다.

교수였던 서희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초선이었지만 아버지의 영향으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원하던 것이 아니었기에 그대로 상황에 몸을 맡긴 채 물 흐르듯 지내다가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그녀의 전 남편의 것으로 보인다는 절단된 손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 후 손목을 포함하여 7개의 토막 난 시신 조각이 도심에서 발견되고, 이 시신 조각이 이전에 발생했던 4명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형사 민서는, 서희와 접촉하여 사건에 대해 깊이 개입하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들이 모두 CS 그룹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내지만 CS 그룹은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이자 정치, 경제에도 손을 뻗고 있었기 때문에 한낱 강력계 형사인 민서도, 초선 의원인 서희에게도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시작은 조각나있는 전 남편의 시신으로 인해 서희도 이 사건에 개입 아닌 개입하게 되었지만, 결국 큰 그림은 정치와 종교 그리고 CS 그룹이라는 거대한 경제 시스템이 얽혀있는 일임을 알게 되고 죽어있던 서희의 심장이 다시 뛰게 만든다.

『반인간선언』은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하고 냄새나는 잘린 손목 보다 더 구역질 나는 인간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신념은 한순간에 생길 수 없고, 많은 경험과 배움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다. 일방적이고 옆을 보지 않는 신념은, 신념이 아닌 고집이고 크게는 재앙으로 발전한다.

종교, 기업, 정치 이 모든 것은 각자의 신념이 필요하다. 각자의 신념이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발전해야 하는 것이다. 시작은 올바른 점에서부터 시작했을 그들은 지금,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신념을 주장하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이들을 갉아먹으면서 그들만 위로 올라가고 있다.

숨 막히게 흘러갔던 이야기가 끝나고 남은 것이 있다면 여전히 우리나라는 이러한 모습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 책의 초판 연도는 2012년도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지금 2019년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 과연 10년이 흐른 2029년에는 조금 더 다른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때쯤에는 그들의 신념이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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