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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거짓말 ㅣ 요다 픽션 Yoda Fiction 2
정해연 지음 / 요다 / 2020년 8월
평점 :
두 번째 거짓말 - 정해연
폐가에서 한 남학생의 시체가 발견된다. 용의자로 의심되는 한
노인은 현직 형사인 미령의 딸을 공격하기 직전에 체포된다. 그 노인은 미령의 아버지였으며, 공격받던 여학생의 외할아버지였다. 그는 체포된 뒤 입을 닫아버렸다. 능력 있는 형사 미령은 모든 일을 멈추고 딸과 함께 집에 머무르게 되고, 수사를
맡은 그녀의 후배 은호는 수사와 동시에 미령의 수상한 행적을 의심하며 그녀를 주시한다.
『두 번째 거짓말』에서는 선악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읽는
독자에 따라 판단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인물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 미령은, 성폭행을 당하고 자살한 어머니 때문에 아버지는 자신을 방치했다고 생각하며 일찍이 집을 떠났다. 오랜 시간이 지나 재회한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죽이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더 무거운 비밀을 숨기고 있다. 다시 만난 아버지가 남학생을 죽였던 말던 상관없다. 그녀의 초점은 딸에게 있으며 딸을 위한 선택이 중요하다.
소설의 끝에 서서, 모든 비밀이 밝혀졌을 때, 누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옹호할 수도 없다. 우리에게는 흑백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다. 그렇다고 회색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더 가슴 아프다.

소설의 소재가 된 범죄나 요즘의 사회적 이슈들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은 '거짓말'이었다. 『두
번째 거짓말』의 거짓말에는 2가지가 있다. 어떠한 인물이
말하는 두 번의 거짓말이 될 수도 있고, 세대를 걸쳐서 반복되는 거짓말일 수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거짓말이 나쁘다고 배우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어른의 사정’으로 인한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하단 걸 안다. ‘어른의 사정’이라 말하고, 나보다 어리고 약한 너희를 지켜 줄 거라 말하지만, 진짜 이득을
얻는 것은 ‘사정’이 있는 그 어른일 뿐이다.
공상과학소설이 떠오르는 표지가 당혹스러웠고, 생각보다 얇았던
두께에 조금 실망했었던 것이 『두 번째 거짓말』과의 첫 만남이었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땐 그냥 재미있는
책이라는 결론을 지었다. 여러 작가들이 참여했던 단편집 『어 위크』에서 좋게 읽었던 한 단편의 작가와, 이 책의 작가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안 것도 책을 다 읽은 후였다.
사회적 이슈에 치중하여 이야기가 무겁고 어둡게 흘러가지 않을까 했지만, 당연한
듯 흘러가는 자연스러움이 좋았다. ‘어른’이 된 나에게 더 ‘어린’ 이들의 힘이 되어야 할 위치에 서게
되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했다. ‘어른의 사정’을 생각하기 보다 내 앞에서 떨고
있는 한없이 약한 이의 사정 먼저 생각해야 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