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ㅣ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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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여, 누구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인가.

대답하라, 그렇지 않으면 영원토록 이 바닥을 구를 테니.

 

미쓰다 신조의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머리 없는 시체를 분류하는 열한가지 방법이 책에 나와 있듯 머리 없는 시체와 밀실트릭을 다루고 있다.

 

일단 화려한 표지부터 눈길을 끈다. 붉은 색의 기모노를 입고 여인의 얼굴을 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이 일부 보이는데, 표지 안을 살펴보면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전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이 책이 제목대로 어떠한 내용일지 사전 가늠케 한다.

 

한마디로 섬뜩한 내용의 표지지만 설정만 무시하고 본다면 앞서 말했듯이 무척이나 화려하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최고의 책 표지 중 하나로 봐도 무방하리라.....

 

본격적으로 내용에 들어가면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 처럼 일본의 어느 마을 일족의 이야기인데, 국가별, 지역별로 수장을 선출하듯이 이 마을에도 이끌어나갈 수장이 존재한다.

 

이 마을은 대대로 세 집안이 지주가문으로서 역할을 해왔었는데, 그 중 본가에 해당하는 이치가미에서 태어난 아들이 계속 일족의 수장을 역임해왔다.

 

이 아들이 건강하게 성인으로 성장하여 수장이 될 수 있도록 철저한 보호와배려가 실시되는데, 아들에게는 축복의 형식으로, 딸에게는 아들의 온갖 악운들을 대신하도록 액땜을 하는 등 광신적인 차별화가 자행된다.

 

그런데 장차 이치가미의 수장이 될 조주로를 위한 심삼야 참배, 이십삼야 참배 중에 머리 없는 살인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일족에는 사건의 경위와 수장자리를 놓고 대 혼란이 일어난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아오쿠비님이라는 신불의 지벌에 대한 전설과 함께 머리에 집착하면서 무섭고 오싹한 분위기로 소설 전반을 지배한다.

 

또한 이 소설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동 사건들이 추리소설 작가의 체험에 기인한 작품으로 시점이 전개되는 점도 들 수 있다. 즉 작가는 과거 자신이 살았던 마을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소설로 구성해 독자로 하여금 범인과 내막이 무엇인지 직접 추리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독특한 전개로 진행되다가 괴기 환상작가 도조 겐야가 등장하면서 그의 입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밝혀지는 등 결말부분에서는 몇 차례 반전이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도조 겐야의 해설을 따라 가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어떠한 트릭을 구사하였는지 이해하다가도 다시 도조가 말을 뒤집어 새로운 이론으로 지목하는 범인과 트릭에 대해서는 아찔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세 차례의 반전 끝에 도조 겐야가 마지막으로 제시한 범인에 대해서는 이전 설명에 비해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고 이해 안 되는 면도 있었다.

 

결국 미쓰다 신조는 마지막을 미스테리하게 마무리함으로서 밤에 혼자 이 소설을 읽는 것은 강심장을 요하는 공포체험이라는 것을 주지시키는데 성공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진정 무서웠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닌 것은 비단 야구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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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그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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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버크 데보레는 23년 간 제지업체인 할시온 밀스에서 중합체 용지 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관리해 오다가 캐나다의 계열사로 작업라인이 흡수되는 바람에 정리해고 당한다.

 

하루아침에 실직자로 전락한 버크는 동종업계에 재취업을 시도하나, 비슷한 경력을 보유한 다른 실직자들에 취업의 기회를 빼앗기자 그는 극단적인 방법을 시도하기로 한다.

 

그것은 자신을 제지회사의 인사담당자로 위장, 동종업계에서의 경력을 가진 실직자들에 대한 채용공고를 하여 그들로부터 이력서를 받은 뒤, 자신과 비슷하거나 우위의 능력을 가진 상위 클래스의 지원자들을 후보로 추린다.

 

그런 다음 그들을 직접 찾아가 순서대로 제거함으로서 재취업의 경쟁에서 무혈입성하기를 꿈꾸는데, 버크는 완전범죄로 위장한 채 취업에 결국 성공할 것인가?

 

처음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제목은 <엑스(x)>로 착각한데다가 표지는 선글라스를 쓴 무표정한 중년남자가 떡하니 강렬한 포스로 무게 잡고 있기에 스파이 소설쯤 되는 줄 알았었다.

 

왠걸, 실직자가 취업경쟁자들을 직접 죽여 결국 자신만 취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발한 발상의 스릴러가 아닌가? 비슷비슷한 소재의 스릴러들에 좀 식상해 있을 때 만난 이 스릴러는 한 집안의 가장이 실직이 되면 가족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잘 보여준다.

 

가족부양의 책임과 의무를 지고 취업을 위해 발버둥치는 가장의 고뇌, 남편의 실직 후 그를 이해보려고 인내심을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대화부족에 따른 불만과 오해에 지쳐버린 아내, 사고를 치고 후회 속에 눈물을 흘리지만 언제 다시 사고칠지 모르는 아들 등 그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 무관심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녹아있었다.

 

나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죄 없는 다른 경쟁자들을 죽여가면서까지 다시 취업을 시도해야할까?

 

버크의 살인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독자들은 그를 비난하기는커녕, 심정적인 지지를 자신도 모르게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했듯이 당사자의 입장이 되지 않고서는 누가 떳떳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경쟁자들을 죽이는 과정에서 계획에도 없던 그 가족을 함께 죽이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죄책감에 몸부림치지만 결코 가족부양이라는 당면과제를 외면할 수 없는 버크의 심정에서 나 그리고 우리 아버지들의 자화상이 투영된다.

 

결론을 얘기해야겠다. 평소 직장에 불만이 많아서 사직서를 과감히 내던지는 모습을 수시로 상상해보지만 실제 행동으로 실천할 용기와 미래가 없다는 점에서 나 자신의 무기력함을 탓하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버크같은 나락 신세가 안 되려면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버둥거려야지.....

 

마지막으로 피눈물 흘리며 정리해고라는 아픔 속에 일터를 떠나야했던 세상 모든 실직자 여러분들! 주인공 버크처럼(비록 비 윤리적인 방법이었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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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분립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4 ㅣ 미치 랩 시리즈 3
빈스 플린 지음, 이영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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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죽일 이유를 찾고 있다. 그러니 협상 따윈 없을 거야. 여기에서 살아나가고 싶다면 알고 있는 것은 다 말해야 해."

 

CIA의 비밀 대테러부대 요원 미치 랩이 신간 <권력의 분립>으로 돌아왔다. 1편 <권력의 이동>에서는 백악관을 침입한 테러리스트들을, 2편 <제3의 선택>에서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생화학 무기를 지원하는 기업가를 처단했던 미치 랩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북한으로부터 제조기술을 전수받아 비밀리에 핵무기를 제조하려 는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핵무기를 탈취해야 하는 것,

 

한편 CIA의 국장 스탠스필드가 암으로 사망하자, 아이린 케네디는 후임으로 인준받고자 하지만 후임국장을 꼭두각시로 앉히려는 정치세력의 저지 음모로 난관에 부딪히는데....

 

이번 미치 랩 시리즈는 전작 못지않게 호쾌한 액션과 더불어 비정하고 추악한 권력 암투가 암약리에 벌어지면서 치열한 공방전이 스파크를 불러일으킨다.

 

결과적으로 아이린 케네디가 사상 최초의 여성 CIA 국장에 임명되면서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달성한 입지전적인 성공 신화에 여성 독자에게도 공감과 지지를 얻어내며,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작품 선호도를 여실히 입증한다.

 

또한 이번 시리즈를 읽으며 다시 인정했지만 단순히 액션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정치, 외교, 첩보, 군사, 언론 등의 다 방면을 다루면서도 서술함에 있어서 치밀함과 사실성에 기반을 둔 절묘한 팩션으로 고정 팬들로부터 열광적인 충성도를 이끌어낸다.

 

미치 랩이 특수부대 요원들과 함께 흰색 메르세데츠 세단을 타고 사담의 둘째 아들 우다이와 그의 수행원들로 위장하여, 누구의 저지도 받지 않고 바그다드에 무혈입성, 핵무기와 북한 과학자들을 빼돌려 나오는 장면은 기발한 아이디어에 대한 감탄과 더불어 마치 현장에 직접 있는 것 같은 생생한 리얼리티로 서스펜스의 극한까지 밀어 붙임으로서 그 점을 잘 나타낸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미치 랩은 테러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찍접거린 놈은 끝까지 추적해서 죽여버리는 뒤끝도 있지만 사랑 앞에선 그도 더 이상 짐승이 아닌, 사랑을 갈구하며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나약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점도 흥미롭다.

 

결론은 정말 미치(그래서 주인공 이름이 미치?)도록 재밌다는 것. 아직 미치 랩을 만나보지 못한 분들은 주저 말고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 읽는 순간 화끈한 박력을 자랑하는 미치 랩의 매력에 흠뻑 빠져 헤어나기 힘들 테니까...

 

미치 랩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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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 한 잔 ㅣ 밀리언셀러 클럽 4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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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루헤인은 자신의 진정한 대표작은 <미스틱 리버>나 <살인자들의 섬>이 아니라 <켄지&제나로> 시리즈임을 밝힌 바 있다. 이제 시리즈의 첫 단추인 <전쟁 전 한잔>을 풀면서 본격적으로 <켄지&제나로>를 맛보고자 한다.

 

난 이 책을 읽기 전 몇 가지 오해가 있었다. 그것은 이 콤비가 남성들이라는 것, 또 하나는 다소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을 까 하는 염려이다. 하지만 나의 오해는 책을 덮고 났을 때 어, 내가 잘못 생각했네 하는 생각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고 이 책이 주는 의외의 즐거움에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줄거리를 들추어 보자면 유력 정치인들인 상원 의원 스털링 멀컨과 브라이언 폴슨이 켄지에게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요한 서류를 훔쳐 사라진 흑인 가정부 제나 안젤린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사립탐정 켄지는 여성 파트너인 제나로와 함께 수소문 끝에 그녀를 찾아내고 그녀로부터 보관 서류를 받으려던 와중에 킬러로 부터 습격 받아 제나는 죽고 켄지만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이에 켄지와 제나로는 계속적인 갱단의 살해위협을 겪으며, 모처에 숨겨진 증거물이 도시에 일대 폭력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파급효과가 있음을 알게 되면서 숨겨진 증거물이 어디에 있는지, 그것의 배후는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하여 목숨 건 전쟁을 시작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들은 남녀 혼성 콤비이다. 그동안 독고다이형 주인공들은 많이 봐왔으나 혼성 듀오는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 이후 최고인 듯.

 

자! 얘네들은 어떤 캐릭터들인가? 어릴 때 소방관 출신의 영웅이었던 켄지의 아버지가 사실은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폭군이었으며, 제나로의 남친 역시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폭력을 밥 먹듯이 행사하는 놈팽이라는 아픈 가족사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동병상련 처지!

 

이들은 나중에 부부의 연을 맺게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파트너로서, 특히 여자지만 용감무쌍한 제나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를 하게 만든다. 맘에 안 들면 쏴버리고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까!”라고 당당하게 뱉어낼 수 있는 깡다구와 어디에서나 빛을 발하는 걸죽한 입담과 유머!

 

정말 화끈하고 끝내주는 콤비들이 아닌가? 나는 얘네들을 앞으로도 이뻐할거다.

 

그리고 읽고 느낀 점은 미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인종차별, 무차별 폭력과 함께 반인륜적인 아동학대까지 많은 사회적 이슈를 적나라하게 하게, 위트 있게 보여준 점은 정말 짜릿짜릿했고 켄지&제나로 시리즈의 명성이 헛되지 않았으며, 주인공 캐릭터 파악이라는 탐색전의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점.

 

지루함은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본격 하드보일 수작! <켄지&제나로> 시리즈! 2편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를 어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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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디오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2
레오폴도 가우트 지음, 이원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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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들이 알고 있는 도시괴담을 방송에 직접 이야기하는 <고스트 라디오>를 진행하는 호아킨에겐 교통사고로 부모님과 친구를 잃은 트라우마가 상존한다.

 

방송이 점차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거듭될수록 청취자들의 이야기와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호아킨은 과거에 죽은 친구의 유령과 맞닥뜨리게 되는 등 무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고스트 라디오>는 스릴러에 호러가 결합된 소설로서 멕시코의 프로듀서, 영화감독, 만화가, 소설가, 음악가 등 다재다능함을 자랑하는 레오폴도 가우트의 작품으로,

 

라디오를 통해 사연을 듣고 있노라면 뭔가 평범한 듯 하면서 불길한 바다 속에 몸을 내던지는 것 같은 공포가 점차 다가오려고 하는 낌새가 엿보인다.

 

그렇게 청취자들의 사연이 현실로 절묘하게 나타나면 으윽 무섭다! 그 절묘함을 어떻게 설명할까? 이런 식으로 호들갑을 떨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그 괴담이란 것이 전설의 고향 수준인데 별로 무섭지가 않다는 게 문제다(장난하냐? 장난해? m.m)

 

공포스럽지도 않은데다 결정적으로 예상대로 흘러가는 전개와 결말까지 섬뜩한 괴담을 필요로 하는 독자들에게는 공포결핍이었지 않나 싶다.

 

 멕시코에서 물건너 온 스릴러+ 호러는 흔치않은 만남이다. 호평을 듣고 책을 집은 내게는 못 미친 기대에 아쉽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은 더 나은 수준으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희망섞인 전망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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