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그책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버크 데보레는 23년 간 제지업체인 할시온 밀스에서 중합체 용지 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관리해 오다가 캐나다의 계열사로 작업라인이 흡수되는 바람에 정리해고 당한다.

 

하루아침에 실직자로 전락한 버크는 동종업계에 재취업을 시도하나, 비슷한 경력을 보유한 다른 실직자들에 취업의 기회를 빼앗기자 그는 극단적인 방법을 시도하기로 한다.

 

그것은 자신을 제지회사의 인사담당자로 위장, 동종업계에서의 경력을 가진 실직자들에 대한 채용공고를 하여 그들로부터 이력서를 받은 뒤, 자신과 비슷하거나 우위의 능력을 가진 상위 클래스의 지원자들을 후보로 추린다.

 

그런 다음 그들을 직접 찾아가 순서대로 제거함으로서 재취업의 경쟁에서 무혈입성하기를 꿈꾸는데, 버크는 완전범죄로 위장한 채 취업에 결국 성공할 것인가?

 

처음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제목은 <엑스(x)>로 착각한데다가 표지는 선글라스를 쓴 무표정한 중년남자가 떡하니 강렬한 포스로 무게 잡고 있기에 스파이 소설쯤 되는 줄 알았었다.

 

왠걸, 실직자가 취업경쟁자들을 직접 죽여 결국 자신만 취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발한 발상의 스릴러가 아닌가? 비슷비슷한 소재의 스릴러들에 좀 식상해 있을 때 만난 이 스릴러는 한 집안의 가장이 실직이 되면 가족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잘 보여준다.

 

가족부양의 책임과 의무를 지고 취업을 위해 발버둥치는 가장의 고뇌, 남편의 실직 후 그를 이해보려고 인내심을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대화부족에 따른 불만과 오해에 지쳐버린 아내, 사고를 치고 후회 속에 눈물을 흘리지만 언제 다시 사고칠지 모르는 아들 등 그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 무관심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녹아있었다.

 

나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죄 없는 다른 경쟁자들을 죽여가면서까지 다시 취업을 시도해야할까?

 

버크의 살인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독자들은 그를 비난하기는커녕, 심정적인 지지를 자신도 모르게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했듯이 당사자의 입장이 되지 않고서는 누가 떳떳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경쟁자들을 죽이는 과정에서 계획에도 없던 그 가족을 함께 죽이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죄책감에 몸부림치지만 결코 가족부양이라는 당면과제를 외면할 수 없는 버크의 심정에서 나 그리고 우리 아버지들의 자화상이 투영된다.

 

결론을 얘기해야겠다. 평소 직장에 불만이 많아서 사직서를 과감히 내던지는 모습을 수시로 상상해보지만 실제 행동으로 실천할 용기와 미래가 없다는 점에서 나 자신의 무기력함을 탓하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버크같은 나락 신세가 안 되려면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버둥거려야지.....

 

마지막으로 피눈물 흘리며 정리해고라는 아픔 속에 일터를 떠나야했던 세상 모든 실직자 여러분들! 주인공 버크처럼(비록 비 윤리적인 방법이었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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