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의 고백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맥신 패트로 지음, 원은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현재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사람을 꼽자면 아무래도 제임스 패터슨을 빼놓고 이야기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베스트셀러 리스트 1위에 총 19편을 올려놓았고, 연간 수입이 5천만불 이상이라고 하니 정보로만 인지하고 있는 명성 그 이상의 슈퍼베스트셀러 작가로 불리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겠다. 그런 제임스 패터슨의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와 더불어 또 다른 인기 시리즈인 <우먼스 머더 클럽 시리즈>를 통해 귀동냥으로만 접했던 패터슨의 명성을 확인해볼 기회가 드디어 생겼다.

    

 

형사 린지, 검시관 클레어, 기자 신디, 검사 유키의 네 여성 주인공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의 여덟 번째 시리즈인 "8인의 고백"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재능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 팀플레이로, 때론 개별의 사건들을 따로 국밥식으로 나눠 수사하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아침 출근길 통학버스가 갑자기 폭발하고 테러로 간주되어 용의자를 찾아야 하는 의문의 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곧 이어 거리의 성자로 불리던 한 노숙자가 처참하게 유린당해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고, 상류층 인사들이 연달아 변사로 발견되는 등, 끊임없는 사건들로 넘쳐나는데 이 사건들은 경찰의 업무과중과 중요도면에서 우선 해결순위가 정해진다.

 

 

린지와 클레어는 상류층 인사들의 연쇄죽음을 담당하게 되고 특종을 노리던 기자 신디는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노숙자 사건을 검사 유키는 존속살해 사건을 맡아 각자의 임무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이런 식으로 “8인의 고백은 제목에 등장하는 다수의 숫자처럼 여러 사건들이 다발처럼 터지는 과정과 이것을 풀어나가는 수순에서는 나름 미스터리하면서도 거의 4페이지 이내의 빠른 챕터 전환과 간결한 문체로 술술 잘 읽혀진다는 특성이 있는데 이 점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간결함이라는 점에서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여성의 감수성과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장점에 있어서도 더욱 두드러지며 여성독자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아니 오히려 여성독자들이 더 좋아할만한 스타일이 아닌가 싶은 게 군데군데 양념처럼 끼어드는 로맨스는 하드보일드 아닌 소프트한 추리물로 완충시키는데 크나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랑도 중요하지만 일도 잊어선 안 되는 법, 이 숙녀분들은 자주 마음이 흔들린다. 주위에 매력적인 남자 동료나 주변인물들이 등장하기에 그러는 것도 이해하고 넘어가고 싶지만 필살기처럼 남용하는 것 같아 산만해지면서 몰입에 받을 정도이니 정신건강을 생각해서 적당히들 하셨으면 좋겠다. 사랑에 눈 멀지 말고.

 

 

결국에는 로맨스를 뒤로 물리더라도 사건의 해결과 집중을 통해 추리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초반에 발생한 통학버스의 폭발은 시작부터 스케일과 긴장감 조성면에서 탁월하게 시선 집중하는데 성공하나 이후 사건들을 해결하는 단계들이 그냥 뒤지고 다니다 단서 포착, 범인 발견, 사건해결로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범인의 정체는 허술하고 범행 동기는 더욱 개연성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보니 정신학적 분석에서 사이코패스로만 범행을 분석할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 크다.

 

 

분명 네 여성 주인공들은 캐릭터별로 개성이 강하고 좀 더 큰 물에서 놀 수 있는 재목들인 것 같은데 제임스 패터슨이 다작을 하는 것 때문인지, 공저라는 시스템의 한계인지 급히 찍어낸 수제품으로 인식된다더군다나 초기작들도 단점의 반복들이 타인의 서평들에서 자주 지적되곤 하는데 뭐든지 과하면 부족함만 못할 듯 하다. 소재면에서도 참신성도 발견하기 힘들고 반전이라고 하기에도 미흡하지만 매끄럽게 전개되는 필력만큼은 구성의 결핍을 커버할만한 솜씨임은 인정하고 넘어가야겠다. 그래서 뛰어나지도 나쁘지도 않은 범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셜록 : 케이스북 셜록 시리즈
가이 애덤스 엮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셜록 홈즈라리소설에 대한 개념도, 마니아도 아니던 시절에도 추리소설하면, 그리고 명탐정이라하면 부지불식 중에떠오르는 고유명사였던 것 같다. 비록 추리소설로는 딱 한 권밖에 읽지 못했고 블록버스터 무비로 재탄생되어도 언제나나의 관심사는 다른 캐릭터에 가 있었다. 셜로키언이 되기에는 가까이 하기엔 먼 고전이라는 스타일도 거리를 멀찌감치두기에 충분한 사유가 되었다. 추리소설에 탐닉하기 전에는 미드. 일드에 한동안 빠져 있었고 외드의 영역은 영드에까지귀농냥을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인기있다는 영드 "설록"은 여전히 안드로메다의 영역에 자리잡고 있었다.추리소설은 읽을지언정 추리물은 어떠한 형식이든 드라마로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으니까.

 

 

추리라는 형태는 글로 읽는게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영상으로는 도무지 집중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에도 영드 "셜록"이 무진장 잼나는 소문은 이후에도 꾸준히 접할 수 있었다. 그라던 차에 이 책 "셜록 케이스북"을 읽게 되었으니, 아니 사진이 더 시야에 잘 들어오는 것 같다. 셜록 홈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국 BBC의 이 드라마가 최초 제작에 들어가게 된 배경부터 시즌1의 주요 일화와 작가 아서 코난 도일, 등장 캐릭터, 출연배우들에 대한 코멘트까지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팬들뿐만 아니라 정말 이 드라마가 그렇게까지 흥미진진한 것일까? 라고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나 같은 일반인에게조차 어필될만한 매력적인 이야기거리로 가득찬 멋진 합 선물셋트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셜록 홈즈는 그동안 무수히 리메이크되었던지라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스테디셀러임에는 분명하다. 그 점에 대해 모를리 없는 제작진은 성공에 대한 고민도 많았던 것 같지만 새롭게 선보인다는 플랜에 따라 영드 셜록이 탄생되었다. 얼마전 영화 스타트렉에도 출연했던 셜록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였었나? 중의 한 사람이었는자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그렇게 선정된 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다순 사진으로만 그의 이미지에 대한 정의 또는호불호를 내리기는 쉽지않을 것 같다. 그래도 외모상 이미지는 오묘한 매력이 엿보이며 소시오패스의 성격이었던 셜록홈즈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해내었을지 드라마가 참 궁금하기는 하다.

 

 

시즌1에 대한 에피소드가 실려있는 가운데 "바스커빌가의 개"는 세계 10대 추리소설의 하나이자 셜록 홈즈 시리즈중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라 소설로서뿐만 아니라 영드 "셜록"에서도 꼭 보고 싶은 내용이기도 하다. 호러적 성격이 강한 이 파트에 대한 책의 설명은 볼까 말까 고민하던 나를 단숨에 꼭 챙겨보고 싶은 드라마로 격상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니 이제부터라도 보고서 감상을 이 선물세트의 해설과 비교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다. 시즌2,시즌3까지 몰아 챙겨보게 될지는 자신할 수는 없으나 이 책에서 중간중간 포스트잇에 달아놓은 암호문같은 문구들의 상징적 은유는 이해하지는 못해도 뭔가 의미심장한 것 같으면서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진정한 가치는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을 듯 싶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셜록 홈즈"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면 필수적인 가이드로서 추천할만 하다. 감성 작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작 <7년의 밤>은 한국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고 그 해 각종 언론과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크나큰 화제를 모았었다. 순수문학이 아닌 장르문학에서 해외작품들에 비해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있던 한국문단을 수호하는 대항마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고도 평가 받았었고. 역동적이고 묵직한 서사의 힘은 실로 엄청났고 대단했던 것이 <7년의 밤>이었으니까. 이제 한국에도 이런 작가가 나오는군.

 

 

2년여 만에 나온 이번 신작 <28>은 출간 전부터 주요 언론과 독자들이 올해 한국문학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예정된 평가를 받으며 모두가 세상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화제작이 되어 버렸다. 나도 개인적으로 사전예약을 통한 구매란 걸 처음 경험해보았으니 마치 아이의 출산만을 기다리는 부모의 심정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두근두근 심장이 뜀박질하는 설레임.

   

 

인구 29만이 살고 있는 수도권 인근도시 화양시에 정체불명의 괴질이 발병한다. 아파트에서 개 번식업을 하던 중년남자는 개에 물린 이후로 눈이 빨갛게 붓고 전신에서 피를 흘리는 증상을 보이더니 사망하고 만다. 이것이 최초의 발병 시점. 이 남자를 구조했던 119구조대원들도 하나 둘씩 빨간 눈 괴질에 감염되어 차례차례 죽어나가면서 이 병은 화양시 인구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는 전염병으로 급속하게 퍼지기 시작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는 화양시 전체에 비상사태, 아니 사실상 계엄령이나 마찬가지인 도시봉쇄를 통하여 화양시 외부로 동 괴질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고자 한다. 이제 화양시는 고립된 도시, 죽음의 도시가 되면서 무법천지가 되고 도시 밖을 탈출하려는 시민들과 이를 저지하는 군인들 간에 피 흘리는 사투가 벌어지게 되고. 

 

 

서재형은 알래스카에서 한국인 최초로 아이디타로드 개썰매 경주에 참가했던 썰매꾼이었다. 11년 전 자신의 개 썰매팀 쉬차를 이끌고 결승점으로 질주하던 중에 화이트 아웃에 갇히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늑대들의 습격을 받게 되자 개 썰매와 자신을 이어주는 줄을 끊고 살아남는다. 그 대가는 참혹했다. 개들은 몰살당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로 울부짖었던 개들의 몸부림과 썰매 개들의 어머니인 암컷 마야는 다갈색으로 물었었다 대장. 내 아이들을 어쨌어?”라고. 그는 살아남았지만 세계 각국의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면서 사랑했던 썰매 개들을 늑대무리에게 희생양으로 내놓았다는 죄책감이 트라우마 되어 평생을 시달린다. 살려내지 못했다는 마음의 짓누름은 귀국 후 화양시에서 유기동물 보호소 드림랜드의 수의사로 살게 하면서 조금이나마 속죄하도록 한다. 그럼으로써 트라우마는 이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구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절실하게 잇는 공감이자 인연으로 안내하는 거대한 증언이 되어 계속 반복된다.

   

 

한진일보 기자 서윤주드림랜드에 대한 익명의 제보를 받고 서재형유기견들의 보호자인가? 악질적인 개장수인가?”라는 기사를 써서 그를 궁지에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감동어린 미담으로 TV에 출연했던 서재형을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렸고 결정적으로 개 썰매팀 쉬차의 개들을 몰살시킨 장본인으로 보도한다. 이것이야말로 악의적인 제보에 대한 확인절차 없이 무책임한 언론보도가 진실을 어떻게 호도하는 것인지 제대로 입증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서윤주서재형을 직접 만나 취재하는 과정에서 빨간 눈 괴질이 개에게서 인간에게 전염되는 병으로 보도함으로써 끔찍한 후폭풍을 불러일으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작가 정유정은 돼지들을 살 처분하는 동영상을 보고 소설 <28>의 시놉시스를 떠 올렸다고 한다. 만약 살 처분해야 하는 대상이 돼지가 아니라 반려동물인 개라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고방식은 철저히 이분법적이다. 눈앞에 펼쳐진 상황들에 대해서 깊은 통찰력이 없다. 인간과 개 모두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이 괴질은 인간이 인간에게, 인간이 개에게, 개가 개에게, 개가 인간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경로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결과론일 뿐,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의학적으로도 명백히 입증되지 않은 대재앙.

 

 

화양시들의 개들은 모두 깊은 구덩이 안에서 집단 생매장을 당하게 된다. 이 모든 발병의 원흉으로 개들이 매도당해 죽음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개들은 죽음을 직감하면서 두려움에 살려 달라고 울부짖고 날뛴다. 구덩이 밖으로 뛰쳐나가려던 개들은 군인들에게 눈을 찔리고 몸뚱이를 꿰뚫린 채 피바다 되어 무저갱으로 떨어져간다. 인간들만이 우월한 종자로 단정 짓고 자신들만이 생존하기 위해 말 못하는 짐승들의 살려달라는 비명을 무참하게 짓밟는다.진실이라는 가치가 야만적으로 압살당하고 만다. 그제서야 서윤주는 깨닫게 된다. “살려주세요.”라는 개들의 절규와 살아남았지만 고립된 인간들의 살려주세요.”는 결코 다르지가 않다는 점을.

 

 

여기 또 하나의 시점이 존재한다. 약탈, 강간, 살인이 난무하는 무간지옥 화양시에서 희생양으로 전락한 개들의 분노와 생존본능을 대변하는 팀버울프 링고가 있다. 주인에게 사랑받고 싶었지만 버림받고 투견으로 길러졌던 링고는 인간을 철저히 증오하고 불신한다. 우연히 서재형이 키우는 암컷 스타를 만나 첫눈에 반하면서 그녀만을 바라보며 그녀를 지키며 평생을 함께하는 행복을 꿈꾼다. ‘링고스타는 이름을 합치면 비틀즈의 멤버 링고스타가 되는데, 둘은 이름처럼 갈라놓을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가 되지만 불행은 스타의 죽음으로 링고를 좌절이라는 상실감으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에 개입된 동해기준에 대한 처절한 복수를 다짐한다.

 

 

이 소설은 위에서 언급한 서재형’, ‘서윤주’, ‘링고’, ‘박동해’, ‘한기준’, ‘노수진까지 모두 다섯 명의 인물과 한 마리의 개의 시점이 번갈아 교차하며 이야기를 하나의 결승점으로 몰고 간다. 전염병이라는 소재는 일반적이나 시종일관 강력한 흡입력으로 깊은 울림과 생생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구축해 둔 인간본성에 대한 탐구가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어떠한 낙관적인 기대나 희망도 없이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는 말이 있듯이 정말 안타깝고 무고한 죽음이 연이어 계속된다는 전개가 그래서 안타까운 것이다. 이 사람 만큼은 살려내고 싶다고 바람을 걸어보지만 냉정하게도 그 가혹한 운명은 비켜가지 못했다. 죽어도 싼 놈이 있는가 하면 미처 피지 못한 한 떨기 생명 앞에서는 전염병에 대한 역학적 분석은 한낱 헛된 소망일뿐이다. 이 모든 것은 죽음이라는 특급열차에서 하차하지 못하고 끝내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소름끼치는 비극인지를 증언하고 있다.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차라리 죽느니만 못 한....

 

 

그래서일까? 다 읽고 나면서 긴 숨을 내쉬었다. 한참 동안을 숨을 죽여 가며 읽었던 것 같다. 실로 어마어마하다. 섬세한 묘사에 더해진 치밀한 긴장감, 게다가 미칠 듯이 폭주하는 이야기라는 힘은 외면하기가 힘들다. 한국소설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흡족함이란...

그리고 인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야성과 이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구원과 속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군림하고 지배할 권리가 있는 포식자가 아님을 안다면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외경심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그러라고 읽은 소설이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형 법정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존 딕슨 카 지음, 유소영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컬트라는 현상은 초자연적인 마술 또는 주술·심령 등과 같은 비합리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최근의 문화장르를 일컫는 말이다. 딱히 선을 그어 명쾌하게 정의내리기도 애매하니 현실 세계의 불안한 심리를 탈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주의적 이성과는 정면 배치되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오컬트에 대한 과도한 탐닉과 번성은 이 사회가 정신적으로 현실도피 해야 할만큼 구조적으로 병들어가고 있다는 징후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런 오컬트가 추리소설과 만난다면, 게다가 보너스로 현장이 밀실이라면 궁합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걸 기존의 추리소설들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는 물론이요, 미쓰다 신조 식 호러도 다 밀실 수수께끼와 불가능 범죄의 대가이자 오컬트 미스터리의 대가이기도 한 존 딕슨 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 수 접고 들어간다. 심지어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에서도 카의 그림자는 길게 드리워져 있더라. “시계관의 살인에서 시시야 가토미가 초자연 현상 연구회 회원인 후쿠니시 료타에게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를 물었을 때 두 사람 모두 카를 공통적으로 떠올리는데 이만하면 가히 전 방위적인 입지로다.

 

 

그런 까닭인지 화형법정은 카의 전성기를 대변하는 대표작 중 하나로, 역시 밀실 살인을 기본으로 사라진 시체, 벽 속으로 사라진 여인 등을 배경으로 한 스토리도 놀랍지만 유럽의 실제 역사를 꺼내 들어 죽은 인물이 살아 있다고 해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만드는 연출 방식은 특별히 돋보이는 대목이다. 17세기 악명을 떨친 희대의 독살범 '브랭빌리에 부인'이나 루이14세 때의 마녀 사건으로 유명한 '몽테스팡 부인' 같은 인물들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소설을 위해 가공된 인물로 오인하기 쉬운데 실존인물이라는 점에서 실제와 허구를 교묘히 믹스함으로서 소설의 분위기는 진실에 대한 계속된 오판으로 몰아가는데 성공했다고 인정해 주자.

 

 

미국출신이지만 유럽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연출력은 완전범죄를 더욱 믿게끔 만든다. 완전과 불완전함의 경계 사이에서 기발하고 정교한 트릭이었다는 느낌이다. 물론 결말에 대한 논리적 해석을 두고 호불호가 엇갈리는 독자들의 평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일들은 모두가 과학적 해석이 가능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에서 밀실트릭은 숨겨진 비밀통로와 기계장치나 인간의 불안한 심리가 빚어내는 착시현상 등 해법이 정확히 제시되는 문제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과학과 논리의 힘으로도 해결 못 하는 현상도 분명 존재한다. 수학문제도 풀 수 있는 게 있고 못 푸는 문제가 있듯이...

 

 

에드워드의 아내 마리는 말한다. "가봐야 아무 것도 찾지 못할 거야." 라고. 마일스가 독살되었다는 전보를 들고 저택을 찾아온 경찰 '브래넌'과 홀연히 사라져버린 아내 마리. 사건이 안개 같은 미스터리의 영역으로 넘어갔을 때 깜짝 등장하는 작가까지 하나의 의문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걸 막고 배출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갈등과 의심을 최대한 증폭시켜 나간다.

 

 

사라진 시체에 대한 주의분산과 삽화의 배치를 통한 폐쇄성 강조, 살인 동기라는 거짓된 가면까지 추리소설에서 오컬트가 가진 순수한 두려움에 큰 그림을 보지 못했기에 거짓에 관한 낭만적인 감상에 빠지게 된다. 100% 가까운 명백한 해답을 기대한다면 본격 추리소설을 읽어야겠지만, 아니 그 정도의 적중률을 자랑하는 추리가 있을까? 일부든 전부이든 추정이다. 가끔씩 잊고 기계적으로 읽을 때도 있지만 추리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미스터리에 있는 이유처럼 카의 괴기적 취향도 충분히 머리에서 그리고 가슴에서 흡수 가능하다. 나는 그렇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A. 컨피덴셜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1
제임스 엘로이 지음, 나중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미국 샌버두 산기슭의 한 모텔에 한 사나이가 현금과 헤로인, 총기를 소지하고 들어온다. LA최대의 범죄조직의 대부 미키 코헨의 부하들과 LA 경찰 양측으로부터 추적당하고 있던 그는 모텔에서 이들과 총격전을 벌이다 결국 경찰로부터 사살 당한다. 19512월에 있었던 화끈한 느와르로 포문을 여는 이 소설은 그해 1225일 또 다른 사회적 이슈로 전환점을 맞이한다. 경찰관에게 폭행을 가한 여섯 명의 혐의자가 있는 감방으로 몰려간 경찰들이 우발적인 집단폭행을 가한 사건이 발생한 것. 이 폭행사건을 계기로 LA 경찰국은 운명의 갈림길로 인도되며 대립과 갈등의 정중앙으로 빠져 들어간다.

 

 

복잡한 줄거리와 많은 인물들의 등장으로 이름과 역할을 외우는 일이 벅찰 정도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인물은 크게 세 명의 경찰로 압축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년기 아버지의 폭력으로 비참하고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던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꿈꾸었지만 끝내 실현 못했던 웬들 화이트는 합법적인 응징을 위해 가정폭력범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하며 이들을 처벌해나간다.

 

 

에드워드 엑슬리는 LA 최고의 사업가인 아버지와 죽은 형에 대한 미묘한 존경과 반감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물로 머리가 비상하며 성탄절 폭행사건을 양심적으로 폭로한 영웅으로 둔갑하게 된다. 사실 그는 태평양전쟁 당시에도 전사한 일본군을 마치 자신이 궤멸한 것으로 위장하여 이미 전쟁영웅으로 등극한 적이 있다. 순경출신으로 현장보다는 머리를 이용한 수사에 일가견이 있는 카멜레온 같은 인물, 빛나는 미래가 보장된 남자.

 

 

뛰어난 사건해결능력을 보이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일탈되어 있는 잭 빈센즈까지 이들 세 명의 경찰들이 벌이는 애증의 관계와 거대한 사건들이 충돌을 빚으면서 1951년부터 1958년까지를 배경으로 50년대 미국사회의 그늘진 이면을 통해 관료주의의 병폐를 고발하고 있다.

사실 이들 세 사람은 한 경찰국에서 같이 근무하는 등료라는 점 말고는 "밤 부엉이 사건"과 거물 범죄자 "미키 코헨"과의 얽히고 설킨 인연으로 각자의 길에서 상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의 길을 건넌다.

 

 

버드가 감성주의자라면, 에드는 이성주의자이며, 잭은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융합한 인물로 묘사할 수 있는데 초반부에 설정되는 이들의 성격의 패턴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융화되어 가는 듯하다. 잭은 처음부터 중도파였지만 교활한 기회주의자로만 비쳐졌던 에드가 정의에 대한 가치관이 자리 잡으면서 진정성 있는 인물로, 반영웅주의의 선두에 섰던 버드는 대책 없는 사고뭉치였다가 이성을 회복해나가는 인물로 변모한다. 성탄절 사건을 계기로 서로에게 등을 돌린 사이였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공동의 노선 앞에서 그들로 한낱 경찰의 일원일 뿐이었다.

 

 

이들은 배신이 합종연횡을 반복하는 가운데에서도 이성과 비이성, 합법과 비합법의 수단을 통해 무엇을 요구받는지, 어떻게 이용당하는지 모른 채 지나가며 쉽사리 현혹당하기 쉬운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사건의 본질은 진상을 파헤쳐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동료 경찰들에게 단서를 줘서도 안 되고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며 자신보다 더 위험한 유일한 사람을 배신해야 할 때도 닥친다. 어떠한 희생을 강요받더라도 절대적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LA경찰국의 요구답게 은폐되어 있던 진실을 들어냈을 때 절대적 명제를 훼손하는 쓸쓸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상처 많은 인간으로 조심성 있고 나약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미숙하고 덜 영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연쇄폭발을 보이던 광기와 폭력을 잠재우고 이 거대한 서사시는 그렇게 끝을 맺는다.

 

 

방대한 분량과 스토리에 완전몰입과 이해가 결코 용이하지 않았지만 시대를 초월한 느와르의 수작임은 틀림없으리라. 오래전 영화에서 느꼈던 그 끈적끈적한 재즈음악이 문득 떠오르는 걸 보면 원작은 더 뛰어나지 않았을까? 당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대세였던 타이타닉

대중적 인기의 영합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영화는 스타일이 살아 있었던 것 같다. 러셀

크로우, 가이 피어스, 케빈 스페이시, 킴 베이싱어까지.... 그들의 명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