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뎀션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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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베트 그렌스" 경정 시리즈 제3탄!!!

 

"난 사형 제도를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선거 때마다 엄격한 사형집행을 공약으로 내건 주지사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만약 내 아들 녀석이 진짜 범인이라면 녀석은 사형을 당해도 싸다고 생각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니까요. 하지만...잘 모르시겠지만, 존은 살인범이 아닙니다."  - 본문 증에서 -

 

스웨덴의 "안데슈 루슬룬드(Anders Roslund)""버리에 헬스트럼(Borge Hellstrom)""에베트 그렌스" 시리즈로 모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명콤비들이다. 소아성애범죄를 다룬 데뷔작 <비스트(The Beast)>로 스칸디나비아 최고의 스릴러에 주어지는 글래스키 상을 수상했으며. 영화화를 앞둔 두 번째 작품 <쓰리 세컨즈(Tre sekunder)>까지 연달아 히트를 치면서 헤닝 만켈 이후 반도 최고의 스릴러 작가로 거듭나고 있다이번에 시리즈의 세 번째에 해당하는 <리뎀션(Edward Finnigans upprattelse/Cell 8)>이 국내출간 되었는데 개인의 복수와 정의실현은 생각만큼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주제의식이 극명하게 표현될 뿐만 아니라, 교도소에 수감된 사형수를 모델로 교도행정의 실태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항해하는 오보 페리선에서 여성을 상대로 상습 성추행을 하던 남자가 밴드의 보컬에게 머리를 걷어차여 중상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한다.존 슈워츠라는 이 남자는 평소 그 성추행범을 눈여겨보다 마침 분노를 참지 못하고 순간 폭발하였던 것인데 스웨덴에 거주하는 캐나다인의 신분인 존 슈워츠가 폭행죄로 구금 조사를 받던 중 정신적 이상 증세를 보이게 되자 의혹을 느낀 "에베트 그렌스" 경정은 "존 슈워츠"의 신원조사에 착수한다. 

 

아뿔사, 그 남자는 처음부터 수상했었는데 신원 조사결과는 정말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존 슈워츠"는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에다 본명은 존 메이어 프레이였고 17살에 16살의 여자친구를 살인했다는 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재소자였던 것이다. 게다가 사형집행을 2개월을 앞두고 6년 전 감옥에서 사망한 사람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그런 그가 지금 버젓이 살아 남아 스웨덴에서 다른 신분으로 결혼까지 해 아내와 아들까지 두었다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을 어찌 믿어야 할 것이며, 또 어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이 문제는 대외적으로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는데 9.11 테러 이후 미국과 EU 간 체결된 범죄인 인도조약으로 인해 즉시 본국으로 송환시켜야만 하지만 분명 이 남자는 즉시 사형에 처할 운명이 될 것이라 스웨덴 정부는 거부와 송환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사형을 반대하는 인권단체의 시위와 청원까지 줄을 이으면서 쟁점사항으로 번져가는 상황에 이르자 스웨덴 정부는 자신들에게 쏟아질 여론의 질타에 미국이 아닌 제3국으로 보내어 어떤 책임에서도 회피하고자 한다.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존 메이어 프레이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대중은 그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며 조속한 사형집행을 촉구하는 여론으로 들끓는데...   

 

스웨덴 국영방송국 사회부 기자였던 "안데슈 루슬룬드"와 과거 범죄자였던 "버리에 헬스트럼" 콤비는 이 작품 <리뎀션>을 통해 몇 개주에서 사형제도가 아직 살아있는 미국과 사형제도가 폐지된 스웨덴이라는 국가적 비교를 통해 사적복수의 어디까지가 정당한 것인지 묻는다. 정의 실현인가, 아님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억울한 희생자를 감안하면 인권의 사각지대인가라는 무겁고도 민감한 이슈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사형옹호론자들과 사형폐지론자들의 논쟁은 쉽사리 좁혀질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사안인데 유족들에게는 보상이 될 것이며 범죄 예방효과라는 일석이조라는 해석에 일단 무게가 실린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당사자들에겐 죽은 자를 되살려내진 못해도 국가에게 보상을 요구함으로서 국가가 저지르는 살인에 대의명분과 면죄부를 실어주는, 어떤 의미에선 공범이 되는 셈이다. 사랑하는 이의 피를 보았으니 반드시 살인자의 피를 다시 뒤 짚어 써서라도 합법적인 살인으로 보답 받고 싶은 심정은 구경꾼들은 헤아리기 어렵다. 나 또한 그런 차원에서 존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싶고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피의자가 과학적 증거가 아니라 정황증거에 의한 유죄평결을 받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복수 대신 보상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되는 사형제도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형수들 중에 정말 무고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하늘만이 알 것이다. 이 책에서는 모든 것이 정리된 이후 억울한 희생자를 양산해서는 안 될 사형제도의 허점을 증명하고자 하는 모종의 실험이 가진 의도를 점차 드러내면서 허를 찌르고 들어온다. 그래서 무죄입증을 위한 시도가 이처럼 허망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 정의와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는 말은 살아남은 자에게만 해당될지도 모른다. 그렇지 못했다면 그 보상은 또 어디에 청구해야한단 말인가? 진실을 호도하고 마녀사냥을 부추기는 여론이라는 압박도 무책임과 또 다른 의미의 매카시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피해가진 못한다. 연대책임을 요하는데.

 

또한 "스벤""아니타" 부부 사이의 대화에서는 징벌을 받는 것은 정작 당사자가 아닌 남겨진 사람들이고 그들에게 앗아간 행복에 신경 쓰인다는 말은 이 제도의 공명정대한 집행이 얼마나 절실한지가 주장된다. 시간에 쫓긴 졸속 집행 대신 한 치의 오차도 발생하지 않는 엄숙함이 필요하다. 그렇게 이 책은 주제 면에서는 확실한 색깔을 보여주기는 하나 에베트 그렌스의 잦은 짜증과 괴팍함은 동어 반복적으로 다뤄지기에 인내심을 수시로 확인시켜 준다는 점은 확실히 치명적이다. 뭔가 삶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아 신선한 바람으로 환기시켜 줄 필요가 있었고 마리아나 헬만손과의 데이트(?)는 그나마 숨통을 트여줘서 다행이다. 그래서 그런가 봐. 단점 대신 장점으로 승화시킬만한 실마리를 투입하기 위해서라도 로맨스는 필요한가 봐. 더욱이 늙은 남자 에베트 그렌스경정에겐 말이다. 하루하루 그녀 대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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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내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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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제목만 들어봐선 혹시 했었습니다. <가시내>가 그 가시내냐고요.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계집아이를 속되게 일컫는 방언 가시내를 제목으로 사용했다면 10대 소녀 솔랑주와 그 친구들은 필시 정숙함과는 거리가 먼, 일탈적 성격이 강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솔랑주가 사는 곳은 프랑스 남부지방의 클레브라는 마을인데 바쁜 부모님 대신에 이웃에 사는 비오츠씨가 돌봐줍니다. 따분한 일상을 보내던 중에 생리라는 신체적 변화를 겪게 되면서 남녀의 신체의 차이점, 가령 생식기 같은 것에 궁금증도 덩달아 느낍니다.

 

 

학교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모두 섹스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야기들은 토막토막 단락으로 끊어지면서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으니 굉장히 모호하고 불친절하기 짝이 없습니다. 섹스에 탐닉하는 아이들을 위해 남녀의 생식기는 백과사전을 펼쳐 사전적의미로 설명되고 있습니다만 그것만으로 다 이해했다고 볼 수 없겠네요. 그래서 솔랑주는 일기를 써 보려 합니다. 직접 펜으로 쓰자니 그렇고 녹음기의 녹음버튼을 눌러서 기록하기로 하죠.

 

 

아버지의 자동차 안에는 잡지들이 있습니다. 잡지 속의 여자들을 비교하면서 자위행위를 체험하기도 하고 사전의 힘을 빌릴 필요 없이 자연이라는 순환 주기처럼 스스로 터득한 부모님들을 이해해 보려고도 하지요.

 

 

저런 바보가 어느 세월에 여자가 되겠어요? 그리고 언제 애를 낳겠어요?

사람들은 여자이길 포기하지 않으려 하죠. 나는 기꺼이 포기하겠지만.”

 

 

어머니의 투덜거림대로 무엇이든 첫 경험이 중요합니다. 첫 사랑, 첫 키스, 첫 섹스, 첫 출산 등등 소녀에서 여인으로 나아가기 위해 통과의례가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래서 모르는 남자랑 데이트로 했다가 늑대 티셔츠를 입은 해변의 서퍼를 나이트에서 만나기도 하고, 영국 펜팔친구, 오토바이 타는 바이크족 아르노”, 이웃집 어른 비오츠씨까지 상대를 고민하다 결국 순결을 잃게 됩니다.

 

 

아직 철없는 이 어린 소녀에게 제대로 어른 노릇을 할 보호자가 없었음에 안타깝고 무기력함을 느껴버리게 되었습니다. 여물지 못한 정신적 성숙을 부모도 책임지지 못했습니다. 피임에 대해서 엄마조차도 무관심에 방임했던 것이라 솔랑주비오츠씨에게 다시 아르노에게 일시적으로나마 이끌렸던 것은 막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죠. 무척 당혹스럽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10대의 ()이란 민감하고도 은밀한 주제입니다. ()에 눈 떠가는 와중에 느끼게 되는 격정적 사건이나 몽상과 흥분 등을 적나라하게, 직설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의의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 표현은 확실히 난폭했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들이 여진처럼 남는 문제작입니다.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 여의치 않은 탓에 몇 번을 반복해 읽어보면 다소 가닥이 잡히지 않을 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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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증후군
제스 로덴버그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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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 흔히 차였다는 표현을 씁니다. 마음의 준비가 전혀되어있지 않은 무방비 상태에서 실연은 아랫배를 세게 차이는 느낌만큼이나 숨이 턱 막히는 고통을 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연증후군다른 고통에 무덤덤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심각한 충격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다른 충격에 반응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가슴 통증과 같은 심장마비와 전형적으로 유사한 증세를 보인다는군요.

 

 

그런데 한걸음 더 나아가 그 정도 느낌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심장이 산산조각 난다면 어떨까요? 이 소설은 그러한 가정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열여섯 소녀 브리는 남자친구 제이콥으로부터 어느 날 나는 널 사랑하지 않아.”라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게 됩니다. 그 순간 브리는 정말 죽었습니다. 그냥 죽은 게 아니라 충격을 견디지 못해 심장이 부서져 버렸던 것이죠. 실연의 고통을 이처럼 극단적으로 묘사한 표현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이제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려 합니다. “브리는 유령이 되어 저승과 이승을 떠돕니다. 자신을 죽게 만든 원흉 제이컵의 주변을 맴돌며 복수한다며 갖은 해코지를 하기도 하지만 저승에서 만난 패트릭에게서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단계를 배우면서 깨달음을 얻어 새로이 성장하게 됩니다. 어쩌면 말입니다. “브리처럼 우리들도 그 나이에 벼락을 쾅쾅 맞은 것처럼 운명 같은 사랑을 맞이하였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엔 아직 어린 열여섯은 조건이 붙은 어른들의 세속적인 사랑 대신 무엇보다 순결하고 깨끗한 사랑에 빠지기도 쉽고 그만큼 상처받기 또한 쉬운 나이였을 테죠.

 

 

그래서 패트릭의 말처럼 안식을 찾아 새 출발 해야 한다는 것, 사람들을 미련 없이 떠나 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충고에도 쉽사리 마음 정리를 못했습니다. 설득당하지 않겠다며. 분노에 사로잡혀 이성적으로 제어하지 못했던 것, “제이컵이 평생 유일한 사랑이라서 동화 속 주인공처럼 영원히 행복하게 살 거라는 믿음에 소녀는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어른이 된 우리들은 잘 압니다. 그 순간뿐이라고, 아직 많은 여정이 남은 인생에서 첫 실연은 한 뼘 더 성장시키는 도약이고 진정한 사랑을 다시 하게 될 날이 반드시 찾아올 거라는 진리를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딱 하루를 환생할 수 있다는 악마적 유혹에 빠질 뻔 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패트릭의 한결같은 믿음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서투르고 미숙했던 소녀는 새로운 행복을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따뜻하고 감동적이며 응원했던 보람이 컸습니다. 읽는 내내요. 단지 청춘남녀만의 사랑을 떠나서 평소 내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미처 모르고 그냥 살다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내가, 아니면 그들이 서로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었는지 뒤늦게 알게 되는 까닭도 더 이상 기회가 없기에 그 절박함과 안타까움도 배가 되는 듯합니다.

 

 

아니. 너나 똑똑히 들어. 넌 고통이 뭔지. 고독이 뭔지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곧 알게 될 거야. 모두가 너를 잊어버린다는 게 어떤 건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 네가 이 세상에서 지워진다는 게.

  완전히 혼자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273페이지>

 

 

이 소설 <상심증후군>에서 영혼이 이승에 추락해서 사물을 직접 조종할 수 있게 되까지의 과정이라든지, 영혼이 영혼을 사고파는 거래, 영혼이 자살을 하는 장소 등 로맨스를 넘어 재미있는 판타지적 설정은 지루하지 않도록 흥미를 지속시켜 주어 좋습니다. 때문에 피식거리게도 하였다가 갑자기 코끝 찡한 슬픔도 함께 체험해 볼 수 있는 <상심증후군>은 이 가을, 메마른 정서에 충분한 힐링을 가져다 줄 만 이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실연당했을 때 심장이 부서지는 기분이란 어떤 경험인지 직접 읽고 느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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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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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오노 후유미<십이국기>는 귀가 따갑게 명성을 들었던 것 같아요. 서양에 <반지의 제왕>이 있다면 동양에는 바로 <십이국기>가 있다고요. 대단한 극찬이 아닐 수 없죠. 때마침 문학 동네서 사전 서평단을 선정해서 가제본을 보내주었기에 무척 부푼 기대를 안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1권인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로 이 판타지를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여고생 요코. “요코양은 악몽을 자주 꿉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서 있으면 이상하게 생긴 짐승들이 그녀에게 점점 가까이 달려옵니다. 그런데 몸은 옴짝달싹 못해서 이대로라면 죽고 말 것 같은 공포. 꿈을 꿀 때 마다 그 거리가 점점 좁혀오는데 단순히 꿈이라기엔 마음의 불안도 덩달아 커져 가지요.  

 

그 불안이 현실로 나타난 걸까요? 갑자기 게이키란 남자가 학교에 나타나 주인님이라 부르면서 적들을 피해 어서 피신해야 한다면서 요코양을 다짜고짜 어디론가 데려가려 합니다. 멘붕에 빠진 요코양은 끌려가다시피 해서 따라가던 차에 거대한 새가 나타나 공격을 해오고 검 한 자루를 넘겨받아 어떤 신비한 힘에 의한 빙의로 인해 그 새를 베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혼자 다른 세계에 떨어져 버렸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이 세계는 자신이 살던 일본이 아니라 12개 나라로 구성된 또 다른 땅덩어리였는데 행불된 게이키를 찾아 다시 원래 세상으로 되돌아 갈 방법을 구하고자 방랑을 합니다. 도중에 요마들의 계속된 습격과 자신같이 다른 세계에서 우연히 넘어오게 된 사람들을 지칭하는 해객이라는 신분 때문에 사람들의 추적도 받으면서 도움을 청할 이라는 나라로 향해요. 

 

각 나라마다 현재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연왕이라는 군주는 해객에게 차별과 위해를 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분이라면 자신을 함부로 내치지 않고 어떤 도움이나 실마릴 제공해 줄 것이라 믿었으니까요. 또 어쩌면 부모님께도 친구들에게도, 타인이 원하는 그림대로 살지 않으면 버림받을까 억지로 범생인 것처럼 행동해야 했던 요코양이 두려움과 안주라는 껍질을 깨고 나가 자신의 의지대로 현실을 경영하려 하는 자아성장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내내 듭니다. 자기 목소릴 내면서 말이죠.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변화가 진행될수록 그녀는 전사가 되어갑니다.  

 

그런 점에서 그녀가 가진 보검이 마음 속 번민과 두려움을 가족과 친구, 주위사람들이 평소 그녀에게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었는지 영상으로 보여줄 때 자신 말고는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진실들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도록 만듭니다. 실종되었지만 엄마 말고는 그 누구도 요코양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염려하지 않습니다. 이상한 소문과 추측, 비아냥만 난무하는데 나도 죽어버린다면 남은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니면 공상이 만들어낸 이상향으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단 평소 생각들이 오버랩 되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이 책은 그런 바람들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지요

 

차라리 죽는 게 고통이 적다. 모두가 자신을 이용하려할 뿐이다 면서 사악한 웃음을 날리는 푸른 원숭이라는 허상과의 심리전은 그래서 몰입도를 더욱 높여나갈 수 있습니다. 결국에는 원숭이를 더 이상 보지 않는 순간부터 요코양은 정체성을 되찾아 비로소 자신이 여기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각성하게 되는 것이며 마음의 감옥에서 해방되는 순간이 됩니다. 그 계기를 만들어준 것은 쥐의 모습을 한 라쿠슌이라는 반수와의 만남입니다. 처음으로 타인에 대한 믿음, 신뢰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순순한 호의로 접근하지 않았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난 뒤부터 진정한 친구가 되어준 라쿠슌이 무척 좋았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영민하고 듬직함과 푸근함을 함께 느끼게 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엄마 뱃속이 아닌 열매에서 태어난다는 발상도 기막히네요. 요코양의 여기에서의 모습이 일본에서 살 때랑 다른지를 설명해 주는 결정적 이유였으니까요. 그렇게 판타지적인 여러 복합적 설정들은 나쁘지 않습니다. 애니로 이미지화한 후 책으로 보충설명을 이해하는 병행 방식이면 이 시리즈를 읽어나가는 일이 원활해 질 것 같네요. 단지 이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진짜 이유가 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보편적인 목적 대신 원한, 증오 같은 감정들이 변태적으로 분출되는 것 같아서 공허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그런 이유라면 굳이 전쟁을 일으킬 필요가 있나, 무의미한 희생 때문에 말리고 싶었지요. 정복전쟁이 아니면.... 

 

우야동동 출발점은 무난했던 것 같네요. 진정한 대작으로 이어질지는 후속편에서 두고 봐야 하겠죠. 만약 모든 것이 잘 마무리 된다면 요코양은 돌아갈 것인지, 남을 것인지가 역시 주목할 만한 선택이겠습니다. 그 선택이 뻔히 보이기도 합니다만 대단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찌 알겠습니까 끝까지 가 보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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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7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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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오카 히로키의 경찰소설 <교장(敎場)>은 한자로 풀어보면 하면 교육장이 되겠네요.

구체적으로는 일본 경찰학교의 교육장입니다. 저자는 경찰소설의 집필을 앞두고 지금까지 무수히 많이 출간된 경찰소설과 차별점을 만들고자 고민했으며, 그 결과로 경찰학교를 무대로 한 이번 작품을 내놨다고 합니다. 확실히 경찰학교를 전면에 내세운 경찰소설은 여태껏 본 적이 없어서 생경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신선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소 특이한 점은 연작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어 특정한 인물 한 사람의 전지적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게 아니라 매 에피소드별 중심이 되는 생도가 있고, 그 생도는 다른 에피소드에서 주변인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 생도들을 조율하고 경찰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통제관으로 가자마라는 교관이 따로 있습니다만 엄연히 생도가 주인공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입학과 동시에 바로 순경이라는 직급이 부여된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직급은 무사히 수료했을 경우에 한해서 부여되는 줄 알았더니 아닌 가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실제로 수료해서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서 받는 교육과정들은 엄청나게 강도가 세고 따라서 혹독합니다. 불심검문, 체포술, 차량수색, 형사소송법 생도들이 통과해야 할 교과목들만 해도 까다로운데다 규율은 더욱 심신을 고되게 만들지요.

 

 

일례로 세 걸음까지는 걸어도 되지만 네 걸음부터는 반드시 뛰어야만 하고, 개인소지품에 자기 식별표시를 조금이라도 허술하게 한다든지, 매일 일기를 의무적으로 써야하는 대신에 창작이 약간이라도 들어가든지 하면 체벌과 심할 경우에는 퇴학까지 당할 정도입니다.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바로 탈락이라는 냉엄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피 끊는 청춘들은 단련 또 단련해야겠죠.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상황 때문에 자신감을 유지하면서 실습 시 당황하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강하게 먹으면 교육과정만 잘 따라가서 수료는 무난할 것 같지만 중도에 탈락자가 나옵니다. 단순히 실력 부족 탓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자진 퇴교하는 생도들이 매 에피소드에 꼭 한명씩 나오는데 마인드 컨트롤을 못한 일부 생도들이 또래 생도들과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어떤 불협화음들이 주원인입니다. 오해와 불신, 악의와 증오 등이 우리는 하나다 같은 동료의식을 밀어내면서 안타까운 일들이 자주 벌어져요.

 

 

그것을 매의 눈으로 포착하는 수사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이 앞서 말한 가자마교관입니다. 불행한 사고의 원인과 동기,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정확히 꿰뚫어보면서 규율 내에서 문제적 생도들을 계속 안고 갈지, 중도 탈락시킬지 같은 칼자루를 쥐고 시험하기도, 기회를 다시 주기도 합니다. 경찰관이라는 자질을 단순히 교육과정을 잘 이수하는 것에만 두지 않고 인간의 심연에 두면서 이 직업을 투철히 수행할만한 성향인가를 자신만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지혜도 있습니다. 그 과정들이 조용하면서도 교묘하고 효율적이어서 일체의 잡음이 들리지 않네요. 그런 식으로 소리 없는 카리스마를 작렬시켜주시는 가자마교관은 참으로 멋진 캐릭터였어요. 6개월이라는 단기는 짧다면 짧지만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생도들을 잘 유도하기도 하니까요

 

 

또한 경찰소설의 대가로 인정받는 요코야마 히데오"경의를 표한다. 항복이다!"라는 전설적인 독후감을 남겼다는 풍문이 이 소설을 더욱 값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감상을 남겼는지 찾아볼 수만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데 가능했다면 그 독후감을 별도로 이 소설 마지막에 실어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대중적 기호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겠지만 갓 태어난 햇병아리들을 강하고 체계적인 신입경찰로 육성하고자 하는 그 공정들을 정밀하게 견학시켜 준 <교장>은 지금까지의 경찰소설 중 가장 그 본질을 제대로 만족시켜 주기 때문에 감히 최고봉이라고 주장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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