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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ㅣ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평점 :
그동안
“오노
후유미”의
<십이국기>는 귀가 따갑게
명성을 들었던 것 같아요.
서양에
<반지의
제왕>이 있다면
동양에는 바로 <십이국기>가
있다고요.
대단한 극찬이
아닐 수 없죠.
때마침
문학 동네서
사전 서평단을 선정해서 가제본을 보내주었기에 무척 부푼 기대를 안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1권인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로 이 판타지를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여고생
“요코”양.
“요코”
양은 악몽을
자주 꿉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서 있으면 이상하게 생긴 짐승들이 그녀에게 점점 가까이 달려옵니다.
그런데 몸은
옴짝달싹 못해서 이대로라면 죽고 말 것 같은 공포.
꿈을 꿀 때
마다 그 거리가 점점 좁혀오는데 단순히 꿈이라기엔 마음의 불안도 덩달아 커져 가지요.
그 불안이
현실로 나타난 걸까요?
갑자기
“게이키”란 남자가
학교에 나타나 주인님이라 부르면서 적들을 피해 어서 피신해야 한다면서 “요코”
양을 다짜고짜
어디론가 데려가려 합니다.
멘붕에 빠진
“요코”
양은
끌려가다시피 해서 따라가던 차에 거대한 새가 나타나 공격을 해오고 검 한 자루를 넘겨받아 어떤 신비한 힘에 의한 빙의로 인해 그 새를 베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혼자
다른 세계에 떨어져 버렸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이 세계는 자신이 살던 일본이 아니라 12개 나라로
구성된 또 다른 땅덩어리였는데 행불된 “게이키”를 찾아 다시
원래 세상으로 되돌아 갈 방법을 구하고자 방랑을 합니다.
도중에 요마들의
계속된 습격과 자신같이 다른 세계에서 우연히 넘어오게 된 사람들을 지칭하는 “해객”이라는 신분
때문에 사람들의 추적도 받으면서 도움을 청할 “안”이라는 나라로
향해요.
각 나라마다
현재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안”국의
“연왕”이라는 군주는
“해객”에게 차별과
위해를 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분이라면 자신을 함부로 내치지 않고 어떤 도움이나 실마릴 제공해 줄
것이라 믿었으니까요.
또 어쩌면
부모님께도 친구들에게도,
타인이 원하는
그림대로 살지 않으면 버림받을까 억지로 범생인 것처럼 행동해야 했던 “요코”양이 두려움과
안주라는 껍질을 깨고 나가 자신의 의지대로 현실을 경영하려 하는 자아성장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내내 듭니다.
자기 목소릴
내면서 말이죠.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변화가 진행될수록 그녀는 전사가 되어갑니다.
그런 점에서
그녀가 가진 보검이 마음 속 번민과 두려움을 가족과 친구,
주위사람들이
평소 그녀에게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었는지 영상으로 보여줄 때 자신 말고는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진실들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도록 만듭니다.
실종되었지만
엄마 말고는 그 누구도 “요코”
양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염려하지 않습니다.
이상한 소문과
추측,
비아냥만
난무하는데 나도
죽어버린다면 남은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니면 공상이
만들어낸 이상향으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단 평소 생각들이 오버랩 되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이 책은
그런 바람들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지요.
차라리 죽는 게
고통이 적다.
모두가 자신을
이용하려할 뿐이다 면서 사악한 웃음을 날리는 푸른 원숭이라는 허상과의 심리전은 그래서 몰입도를 더욱 높여나갈 수 있습니다.
결국에는
원숭이를 더 이상 보지 않는 순간부터 “요코”양은 정체성을
되찾아 비로소 자신이 여기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각성하게 되는 것이며 마음의 감옥에서 해방되는 순간이 됩니다.
그 계기를
만들어준 것은 쥐의 모습을 한 “라쿠슌”이라는 반수와의
만남입니다.
처음으로 타인에
대한 믿음,
신뢰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순순한 호의로
접근하지 않았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난 뒤부터 진정한 친구가 되어준 “라쿠슌”이 무척
좋았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영민하고 듬직함과 푸근함을 함께 느끼게 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엄마 뱃속이 아닌 열매에서 태어난다는 발상도 기막히네요.
왜
“요코”
양의 여기에서의
모습이 일본에서 살 때랑 다른지를 설명해 주는 결정적 이유였으니까요.
그렇게
판타지적인 여러 복합적 설정들은 나쁘지 않습니다.
애니로
이미지화한 후 책으로 보충설명을 이해하는 병행 방식이면 이 시리즈를 읽어나가는 일이 원활해 질 것 같네요.
단지 이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진짜 이유가 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보편적인 목적 대신 원한,
증오 같은
감정들이 변태적으로 분출되는 것 같아서 공허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그런
이유라면 굳이 전쟁을 일으킬 필요가 있나,
무의미한 희생
때문에 말리고 싶었지요.
정복전쟁이
아니면....
우야동동
출발점은 무난했던 것 같네요.
진정한 대작으로
이어질지는 후속편에서 두고 봐야 하겠죠.
만약 모든 것이
잘 마무리 된다면 “요코”
양은 돌아갈
것인지,
남을 것인지가
역시 주목할 만한 선택이겠습니다.
그 선택이 뻔히
보이기도 합니다만 대단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찌 알겠습니까? 끝까지 가
보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