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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한가운데 ㅣ 밀리언셀러 클럽 134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9월
평점 :
미국
하드보일드의 거장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죽음의 한
가운데(In
The Midst Of Death)>를
읽었다.
<아버지들의
죄>의 뒤를 이어
시리즈물로서는 두 번째 만남인데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에 수록된 단편에서도 이미 발견했던 것처럼 이 무면허 탐정은 항상 의와 악의 경계선상에서
도시의 뒷골목을 뒤지고 다니는 미화원 같은 역할인 것 같다.
쓰레기를
청소해서 거리를 정화시키기도 하지만 청소 도중 습득한 고가의 분실물은 신고하지 않고 슬쩍 주머니로 챙겨 넣는 계산적인 면도 보이기에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독특한 캐릭터로 각인된다.
무면허 탐정
매튜 스커드는 부패 경찰 제리 브로드필드의 의뢰를 받는다.
사실 제리
브로드필드는 그리 평판이 좋지 않다.
아니 최악에
가깝다.
매튜
스커드에게도 솔직히 털어 놓지만 청렴결백과는 거리가 먼,
부정부패와
결탁한 인물이었고 그런 자신이 경찰 비리를 검사에게 정보제공 하겠다고 설쳐대고 있으니 동료경찰들은 그를 배신자에 기회주의자로까지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적당한 부정부패는 당연한 필요악 정도로 간주하고 동료들의 구린 내를 까발리겠다는 이중성에는 그리 개의치 않음이다.
그런 제리
브로도필드가 매튜 스커드에게 의뢰한 일은 콜걸 포샤 카가 제리 브로드필드가 자신을 상대로 돈을 갈취하고 협박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고소했기
때문인데 순전히 경찰 비리 폭로에 찜찜해진 어느 누군가가 배후에 그녀를 조종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매튜
스커드가 포샤 카를 만나고 난 다음 날 뜻밖에도 그녀가 제리 브로드필드의 아파트에서 시체로 발견되는데...
경찰은 용의자로
제리 브로드필드를 검거하고 결백을 주장하는 그를 보며 매튜 스커드는 진범을 찾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다.
어찌 보면
악어와 악어새의 만남이라고 보일지도 모를 관계였다.
선의의 피해자가
아니라 구정물을 덮어쓴 의뢰인의 무죄를 밝히겠다고 나선 모양새가 남들이 보기엔 이쁜 그림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녀석은
당해도 싸다는 식의,
실제로 무죄냐
유죄냐 하는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론은,
특히 경찰들은
싸늘하고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게 없다.
여전히 매튜
스커드는 홀몸이었고 자신을 지지,
동정해줄 만한
이도 많지 않았다.
그는 단지
의뢰받은 것에 충실했을 뿐이었고 배경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숨은 진실의 배후를 알아내는 것에만 관심 있을 뿐이다.
그리고 사랑해선
안 될 누군가와 또 금지된 사랑에 빠졌을 뿐이다.
도덕적 잣대에는
무심하게,
그리고 일과
사랑은 과감히 구분해버리는 쿨한 남자...
알콜 중독에서
조금씩이나마 벗어나려는 과정이나 결심들이 과연 결실을 맺게 될지도 내심 궁금하게 만드는 행보를 보였다.
그 와중에
언급된 “짐
빔”에서 또 다른
동지 “해리
홀레”를 떠올리게 된
것은 거의
자동반사적인 연상이었다.
왠지 두 사람이
술을 나누는 그림은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잠시 해 본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이다.
그리고 매튜
스커더의 추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정답에 가까운 논리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 알아차리기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그만이 이미
범인은 알고 있으며 동기는 범인을 만나 범행을 발뺌하는 회피적 행위에 쐐기를 박아 넣는다,
그제서야
독자들은 범인의 정체를 눈치 채면서 그것이 육감이란 걸 알게 된다.
그렇다면
해결방식에 대한 선호도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 보다 트릭보다 비정한 현실과 분위기 그리고 인물들의 심리 등에 초점을 두고 읽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 까 싶다.
이 소설만 해도
그렇다.
진실은
밝혀졌지만 의기양양도 잠시,
끝내 피의
댓가를 치르고야 마는 결말은 허무함 그 차제이다.
살아남지
못한다면 그 무엇이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매튜
스커더는 술을 마실 수밖에 없나 보다.
알딸딸한
상태에서 죽음을 관망하면서 때론 살아있음을 감사해야 하고 죽은 자의 사연에도 후회를 남기지 않을 만큼의 헌화 한 송이가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