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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즈 ㅣ 웨이워드파인즈 시리즈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변용란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한 남자가 눈을 뜹니다. 머리는 지독한 편두통에다 늑골은 누군가 강철 쪼가리를 찔러 넣은 듯 무척이나 고통스럽습니다. 제대로 걷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지갑도, 신분증도, 휴대폰도 없이 거리를 비틀비틀 걷던 이 남자는 결국엔 다시 쓰러졌어요. 정신 차리고 보니 병원입니다.그는 미연방 비밀수사국 요원 “에단 버크”예요. “에단”이 기억하는 건 현 대통령의 이름, 헬기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 중동에 벌어진 전쟁에 참여했었다는 것, 서른일곱 살에 아내와 아들이 있다는 것, 실종된 동료요원들을 찾아 이 곳 “웨이워드 파인즈”라는 마을에 왔다는 점입니다.
이 마을에 도착함과 동시에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처음에 “에단”의 기억들과 보고 듣는, 모든 현상들이 정신적 외상장애 인줄만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과대망상에 빠진 “돈 키호테”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보았지만 근본적으로 이 마을이 의문투성이에 이상한 곳이군요. 자신이 연방요원임을 내세워 보안관을 찾아가지만 오히려 동료요원을 살해한 범인으로 내몰립니다.
또한, 아내에게 분명 연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연락이 닿질 않습니다. 실종된 요원은 폐가에서 침대에 묶여 죽어 있었구요. 모두 그를 정신병자 취급합니다. 아주 외딴 지역에 자리 잡은 마을은 전기 울타리에 둘러싸여 아무도 밖으로 탈출한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보안관에게 반항하다 먼지 나게 두들겨 맞곤 병원에 강제 감금당해서 뭔가 약물도 투입하고 수술도 하려는 듯합니다. 아! 위기일발의 순간에 바에서 만났던 바텐더 여인이 나타나 탈출을 돕습니다. 병원은 간신히 빠져나갔지만 그 때부터 온 마을 사람들이 동원되어 두 사람을 뒤쫓습니다.
외부로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아나지만 결국 여인은 마을 사람들에 잡혀 갈기갈기 찢겨 처참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집요하게 추적하는 사람들 때문에 진실은 무엇인지 점점 궁금해지며 “에단”은 미치광이가 되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제정신임을 깨닫는 것임을 그제야 깨닫게 되죠. 꿈과 인생이라는 의식의 뗏목에 매달리는 일을 어떻게 구별해야 할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이야기는 달려갑니다.
“웨이워드 파인즈”에서 새롭고 놀라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정신 상태를 의심케 할 만한 것들은 과연 자신이 진정 미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하도록 만들려는 의도인지, 어쩌면 이 모든 의구심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죠. 그래서 손에 책을 잡는 순간 끝까지 손에서 뗄 수 없는 겁니다. 아름다운 지옥, 도시를 둘러싼 감옥의 철창,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 게다가 반군까지 존재하는 이유가 점점 알고 싶어서입니다. 이상한 생명체도 “에단”의 목숨을 위협하는데 합류하는군요.
피의 축제, 이상한 광기, 시간의 왜곡, 기억의 퇴행 등 계속적으로 충격적인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욱 놀랄만한 반전이 기다립니다. 2015년 미국 폭스 티비에서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기도 한데, 감독은 <식스 센스>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주인공 “에단 버크” 역에는 “맷 딜런”이 캐스팅되었다고 합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으로 가득 찬 이 소설에는 흡사 <혹성탈출>을 연상케 만드는 세상의 안과 밖이 존재하고 있는데, 생물의 진화 중에 인간의 진화는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지 묻습니다. 축복인가? 재앙인가?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인가? 그 점을 알려주는 “웨이워드(wayward)”라는 마을 명은 “변덕스러운, 제멋대로의, 다루기 힘든, 까다로운” 등의 뜻이 담겨 있기 때문에 대단히 난폭합니다.
미스터리에서 출발하여 스릴러, 호러, 액션어드벤처, SF로 넘어가며 종횡무진 내달리죠. 놀라운 사실은 이제 3부작의 시작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거대한 스케일을 펼쳐 놓았으면 궁극에 어떤 결말로 봉합할지 완결편 까지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을 거라는 것이죠. 아찔하고 현란한 속도감은 이 소설의 백미입니다. 시작은 이만하면 충분히 성공적이라서 부디 용두사마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그래서 근래 보기 드문 가독성이 끝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