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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도서관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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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은 정말 좋은 벗입니다. 눈뜨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머리맡에 둔 책부터 찾아서 펼쳐 읽기 시작하는 겁니다. 독서의 일상화!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전에는 책을 먼 산 보듯 했으니 어지간히 책 안 읽는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이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책을 읽는 것은 물론이요, 서평을 올리기 시작한 게 불과 5개월 전이며, 각종 북 카페 가입 활동, 블로거 방문 등 생각해보면 단 시일 내에 후다닥 해치웠던 것 같습니다 성질 급한 한국사람 그대로입니다. 게다가 영화를 좋아하니 극장탐방은 당연지사, 그러다가 책을 좋아하면서 도서관이 또 다른 아지트가 된 것은 생활방식의 변화를 나타내는 또 다른 현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조란 지브코비치의 [환상 도서관]은 책을 사랑하는 애호가라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밖에 없겠네요. 6개 파트로 구성된 이야기들 모두 다 맘에 든다고 편들지는 않겠지만 책을 가까이하면서 부딪치는 실생활과 심리 변화가 능숙하게 녹아들고 있어 환상문학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도 고개를 끄덕거리게 합니다.

 

<집안 도서관>을 얘기하자면 저는 그리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들어내고 또 들어내도 우편함에 책이 수북하게 쌓여 보관공간을 확보하는 문제로 생고생을 하는 남자의 에피소드입니다. 지금도 책으로 만리장성 쌓고 계시는 몇몇 이웃분들이 연상되어서 낄낄대며 웃었죠. 누구라고 콕 집어 말하지 않겠지만 뜨끔하시는 분들 분명 계시리라 확신하는데 가재도구를 치워서라도 읽고 싶은 책들을 맘껏 책장에 진열할 수 있는 공간적 여건을 가지신 분들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합니다. 책에 대한 욕심은 분명 재물욕에 비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소유욕이 아니겠습니까? 그러한 소박한 소망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단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야간도서관>에서 주인공이 책부터 반납 않고 영화 먼저 봤다가 때를 놓쳐 야간에 들렀다가 도서관에 갇혀버리는 낭패를 보며 역시 제 모습과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주말에 도서관과 극장을 방문할 때 항상 어느 곳이 먼저냐는 우선순위에 관한 딜레마가 생기는데 보통 영화먼저 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행히도 책의 반납 타이밍을 그것 때문에 놓친 적은 없었죠. 그러나 현혈 스케줄까지 추가되면 상황은 진땀 뺍니다. 연체를 저지하기 사명감과 동시에 늦게 가면 필요한 책들을 강탈당할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팽배해지면 무작정 뛰게 됩니다. 주인공 같은 꼴을 안 당하려면 정확한 시간분배는 필수라는 것, 맞습니다. 맞구요.

 

<지옥의 도서관>에서는 책 안 읽는 사람들을 끓는 기름 솥에 던지거나 사지를 잡아 찢는 육신의 고통 대신 영원히 책을 읽는 형벌을 내린다는 참신한 발상을 보여주는데 정말 대박입니다. 육신은 고단하지 않겠지만 정신적인 족쇄를 채운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을지 즐거운 상상을 잠시 해봅니다. 2년 전이라면 저도 이 형벌을 피해갈 수 없었을 거라며 불필요한 위안을 얻습니다. 한편으론 쓰레기 같은 것만 봐서 순전히 시간 낭비한다는 나머지 10%에 해당되는 건 아닌지 쓸데없는 걱정(?)도 듭니다. 여기서 일침을 놓는 한마디가 등장하죠.

 

형사물은 환자에게 약 대신 독을 주는 거나 다름없다는 저승사자님 말씀에서 균형 있는 독서습관이 새삼 중요하다고 공감하지만 이미 깊숙이 중독되어 버린 현실에서 결코 헤어나긴 어렵다구욧! 이렇게 달콤한데 어찌 절교하리요~~~

 

그렇게 우리들이 사랑하는 책들이 옹기종기 보금자리를 이루는 도서관은 들어설 때마다 향긋한 종이 냄새로 기분 좋게 합니다. 종이책이 사라지고 전자책으로 대체되면 이러한 낭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을지도 모르니 오늘도 내일도 도서관을 열심히 드나 들어야겠습니다. 너무 컴터 클릭질로 공짜 수령에만 열 올리지 말고요, 그런데 이벤 응모도 은근히 끊기 어렵더군요. 믹스커피와 공짜 도서이벤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줄여야합니다. ~~~

 

이제 마무리!! 괜찮은 내용에 중간 중간 삽화들은 더욱 환상적이며, 비 영어권 작가의 번역작업에 대한 고충이 기억에 남는 <환상 도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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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간 2013-03-31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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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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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동물은 사치스럽다. 발이 네 개가 있는데도 두 개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사치다. 네 발로 걸으면 그만큼 빨리 갈 수 있을 텐데, 언제나 두 발로만 걷고, 나머지 두 발은 선물 받은 말린 대구포처럼 하릴없이 드리우고 있는 건 우습기만 하다.

 

날로 먹어도 되는 것을 일부러 삶아보기도 하고, 구워보기도 하고, 식초에 담궈보기도 하고, 된장을 찍어보기도 하고, 툭하면 쓸데없는 수고를 해가며 좋아한다.

- 본문 중에서 -

 

일본 문학 100년 역사상 최고의 국민작가이자 일본의 세익스피어로 칭송받는 나쓰메 소세키(발음 주의)의 대표작으로 냥이의 시점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가차 없이 씹고 뱉고 두들기고 있는 소설입니다. 촌철살인의 풍자, 그리고 해학은 통렬하면서도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시대적 불안감에 대한 지식인들의 고뇌도 여기저기 묻어나지요.

 

나는 고양이다. 쥐는 절대로 잡지 않는다. 원래 사람이란 건 자기 역량만 믿는 나머지 모두 다 오만해져 있다. 좀 더 인간보다 강한 내가 세상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이 냥이 정말 시건방지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뭐 이딴 녀석이 다 있어 라며 네발 달린 짐승이 두발로 직립 보행하는 만물의 영장, 우리 사람들을 감히 조롱하는데 대해 오만방자함을 넘어 콧방귀를 뀌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냥이가 보여주는 우리네 세상은 차마 부끄럽게도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냥이와 인간의 생활방식의 차이점을 통해 낱낱이 까발려집니다. 여기 등장인물의 한심한 작태는 냥이에겐 좋은 안주감이 되겠네요. 

 

냥이의 주인인 구샤미 선생은 천성적으로 고지식하고 우유부단하며 그 누구보다 세간의 이목에 항상 촉각을 세우는 사람입니다. 여기저기 나대는 곳도 많은데다, 구샤미 선생과는 달리 남들 눈치 안 보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자칭 미학자 메이테이, 이 두 사람은 결코 세상을 달관하지도 못했으며, 시대의 격류를 헤쳐 나갈 용기도, 담대한 배짱도 없는 소심한 지식인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냥이가 혀를 끌끌차는 대상들이란 이런 것들이죠.

 

세상을 관조하며 세상의 오만함을 맘껏 비웃지만 정작 죽음을 통하여 진정한 태평성대를 얻을 수 있다는 냥이의 말 속에는 가치관의 혼돈을 겪고 있는 우리들에게 허울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통찰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한 귀감이 됩니다. 그리고 이 책은 결코 난해하지도, 고루하지도 않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정말 능청스러운 냥이가 그래서 고전을 읽는 즐거움이란 이런 것입니다.”라고 꼬리치며 유혹하고 있습니다. 왕자병 냥이의 매력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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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방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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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들의 방>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난니 모레티 감독의 이탈리아 영화 <아들의 방>이 바로 연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로 본지 10년도 더 되었는데, 이 책과 마찬가지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던 영화였지요.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책 보다 영화가 우선시될 정도인데 그만큼 책 표지뿐만 아니라 제목조차 독창성이랄까, 임팩트가 부족한 탓인지 심드렁 하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코벤의 책은 <결백> 이후 두 번째로 읽어봤기 때문에, 적은 표본으로는 상대적인 비교는 불가할 것 같습니다.

 

흔히 코벤의 책들은 사소한 문제점들이 치명적인 위협이 되어 일상을 뒤흔든다는 설정이 많다고 하는데 이번 <아들의 방>도 결국 그러한 패턴을 그대로 밟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소한 말실수가 나비효과처럼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이 되어 되 돌아 온다는 전개에 대해선 태클을 제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게다가 이 책은 일단 가독성은 좋습니다. 읽으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로 술술 잘 넘어가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긴장백배할 일도 없다는 것, 그냥 무덤덤하게 진도가 나간다는 것이죠.

 

최근 스릴러에서 가족이라는 소재는 어느덧 한국 사람들이 밥 먹을 때 곁들이는 김치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가족 구성원의 갈등과 불화, 가족의 중심축이 된 아이가 범죄에 연루될 때마다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는 테이큰식 진행, 그리고 마지막에 서로에 대한 이해와 용서로 화합을 도출한다는 마무리까지 사골 국물 우려먹듯이 보고 또 보게 됩니다.

 

근데 자식의 사생활을 컴터로 일일이 감시하고 체크함으로서 관심개입이란 표현으로 대체하려하는 것 말인데요, 부모님의 경우에도 제가 방에 틀어박혀 컴터로 야동을 보는 건지, 리포트를 작성하는 건지 당췌 확인할 방법이란 모르셨는데 마이크 부부는 작정하고 덫을 쳐놓습니다. 뭐가 걸려드는지 어디 함 볼까나! 자식들은 이런 것을 간섭이라면서 극렬 반발하겠지만요. 그래도 부모 자식 간의 의사소통 부재로 인한 "단절"을 훔쳐보기를 통하여 복구하고자 하는 절박함은 어느 정도 공감되긴 합니다.

 

어디까지가 개입이고 간섭인지 명확한 구분기준을 잘 모르겠습니다만 방임을 넘어 과잉보호에 미달되도록 균형을 잘 이루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만 아들의 비밀을 캐고자 하는 마이크 부부의 구상은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엔 이 장르에선 무작정 새롭지가 않다는 겁니다. 암만 가족 문제로 이리 틀고 저리 틀어 봐도 김치가 김치전 된 것 외엔 별다른 식감이 없습니다. 이제 이런 얘기들은 너무나도 진부하고 식상하다구욧!

 

소재 측면이나 패턴 측면에서 새로운 떡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어느 정도 이 계통에서 시간을 보낸 대다수의 독자들에게는 정말 무덤덤한 책이예요.

 

그리고 이런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해를 품은 달'을 보려고 하는데 다섯 살 아들이 '뽀로로'를 보겠다네요. 내 아들이지만 갖다 버리고 싶네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는 이런 사연이 올라왔다는 기사를 오늘 인터넷에서 봤는데 웃자는 얘기로 치부하기엔 도가 지나치다 싶은 것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이 같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 보여주는 부모의 절대적인 헌신 및 애정 보단 현실에서 보여주는 부모들 이기심의 발로를 보면서 차라리 부모 노릇 제대로 못하는 루저들에 대한 직격탄을 날리는 <가라, 아이야, 가라>에서 더 속 시원한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이 책의 반전 또한 영 불만스러운데 전개과정에서 비교육적인 설정을 굳이 택할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 전에 범인과의 대치에서 처단과정도 개연성도 부족하고 허술해서 맥 빠지는 분위기인데다 해결방식도 썩 보기 좋지 않습니다.

또한 에섹스군 수사과장 로렌 뮤즈의 활약상은 다 어디로 갔나요? <결백>에서 짜리몽땅한 여형사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 등장할 줄은 미처 몰랐었죠. 허영심과 과시욕 덩어리인 그녀가 달갑지 않아 은근히 비 호감 캐릭으로 각인되어 있었는데 제대로 된 능력만 구경시켜 주었더라면 별도 평가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반까지 간간히 사건에 대한 단서를 캐고 가던 그녀가 어느 순간 증발했다가 다 해결되고 나니까 엔딩 씬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부모들의 고군분투기라면 경찰의 역할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는데 로렌 뮤즈 시리즈물도 아니고 왜 출연을 시켜야했는지도 진정 의문입니다. 영화였다면 비싼 출연료만 낭비하게 된 셈이죠.

 

그래도 이 책에서 그나마 인상적인 대목은 다들 언급하시는 도입 부분, 진화론과 창조론의 퓨전화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범인이 타켓의 주의력을 분산시키고자 떠 별였던 내용이지만 읽는 이의 눈과 신경을 집중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네요. 만약 현실에서 벌어진 상황이었다면 꼼짝없이 당할 만한 케이스가 아니었나 싶고 논리가 재미있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나쁘지는 않으나 달리 임팩트 없이 그냥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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