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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아레 칼뵈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11월
평점 :
"나는 산에게 친구를 빼앗겼다."
친구들이 하나같이 산을 배경으로 팔을 높게 뻗으며 촌스러운 차림으로 찍은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며 인생의 깨달음을 얻는 모습을 본 작가님은 산에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두 차례의 등산을 떠난다. 그 과정을 기록한 에세인데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스타일이 너무 나랑 잘 맞아서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계기
등산이 유행하는 시국이라 나온 산에 관한 에세인 줄 알았는데, 책 뒷면에 나와 있는 저자가 산으로 간 이유가 남달랐다. 친구를 산에게 뺏겨 슬프다는 이유로 산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등산을 시작했다는 생각이 너무 웃겼고 그 여정이 어땠는지 알고 싶어졌다.
"우리는 자연을 앞에 두고 있을 때, 비로소 우리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어."
아니, 평소 얼마나 스스로를 대단하게 생각했기에, 자연을 앞에 두었을 때 비로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여행 전' 중 일부)
아ㅋㅋㅋㅋㅋㅋㅋ작가님 빈정거림 쩐다ㅋㅋㅋㅋㅋㅋ 너무 내 스타일이다.
요약하면, 우리는 한 번의 휴식을 포함하여 정확히 여덟 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첫 번째 시도' 중 일부)
아니ㅋㅋㅋㅋㅋㅋㅋ근처의 적당한 높이의 산일 줄 알았는데 8시간이라니... 심지어 비까지 오는데 배낭을 메고...? 다시 돌아가지 않은 게 대단했다. 요툰헤이멘 산맥을 선택한 대목에서 작가님의 성격이 보였는데, 한번 마음을 먹으면 끝장을 보신다는 게 느껴졌다. 경이롭다.
"어쩌면 우리의 하루가 그다지 고되지 않았을지도 몰라." 기록 담당자가 말했다.
"얼마나 더 걸어야 이 스튜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만약 우리가 수년 동안 강제 수용소에서 고문을 당하며 살아왔다면, 지금 이 스튜는 엄청 맛있었을지도 몰라."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대안치고는 그럴듯하군. 하지만 가능하면 고문은 피했으면 해."
"음, 네 말에도 일리는 있어." ('첫 번째 시도' 중 일부)
나도 이렇게 티키타카가 잘되는 사람이랑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 생각하는 대부분이 비슷하고, 다른 경우에 하는 토론마저도 즐거운 그런 사람. 인생이 참 풍요로워질 것 같다.
감상
여행 전
산에 친구들을 빼앗겼단 표현도 신박했는데, 구구절절 글로 풀어낸 작가님의 화법이 너무 내 취향이었다ㅋㅋㅋㅋㅋ오랜만에 계속 웃으면서 책을 봤다. 궁금한 건 직접 해봐야 하는 성격답게 산으로 갔는데 이 작가님이 산에서 뭘 느끼셨을지 너무너무너무 기대된다.
첫 번째 시도 : 구원을 얻기 위해 요툰헤이멘산맥을 오르다.
[허세 가득한 등산인에대한 신랄한 비판, 조언은 무경험자에게 듣기, 등산 후 결과를 보면 딱히 얻은것도 없음, 산은 아래서 올려다볼 때가 제일 경치가 좋음] 이라는 결과를 첫 번째 등산 후 얻었다. 작가님의 생생한 묘사 덕에 나도 같이 등산하는 기분이었다. 부부의 대화 티키타카가 쩐다ㅋㅋㅋㅋ사람을 느끼러 다음 산행을 떠나는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두 번째 시도: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하르당에르고원을 오르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오른 게 무색하게 산에서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첫 번째 등산과 달리 이번에는 두 명의 친구와 총 네 명이 등산을 떠났는데 친구들끼리 티키타카 하는 모습이 재밌어 보였다. 쉽지 않았던 등산을 잘 마치셨지만,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작가님에 유감을 표한다.
친구를 빼앗아간 존재인 '산'에 대해 알아보기위한 과정에서 작가님의 말빨이 단연 빛났다. 한국에 작가님의 책이 이 책 밖에 없는 게 아쉬울 지경이라 더 많은 책이 번역됐으면 했다. 오랜만에 잘 맞는 작가님을 만나서 기뻤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