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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4월
평점 :
하늘은 어디에나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책장을 다 덮고 이해했다. 애도의 방식은 누구나 다르지만, 마음 한편에 그 사람을 품고 있는 건 똑같다. 그래서 하늘은 어디에나 있다. 내가 있는 곳엔 하늘이 있으니까.
몸 속에 피가 아니라 빛이 흐르는 낯선 인종 (97쪽)
존에게 반한 레니가 너무 귀엽고 작가의 표현방식이 신박하다.
"도망치는 거야?"
"아니다, 얘야. 결코 도망이 아니야. 그건 알아두렴."
할머니가 내 손을 꽉 쥐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거지."(115쪽)
이 문장을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레니 엄마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의식중 편견이 참 싫다.

생각하는 게 참 예쁘다. 우리가 상상하는 여정을 엄마 앞에 펼쳐낸다는 표현이 아름답다.
"그래, 레니. 너는 이 집에서 베일리를 잃은 사람이 너 혼자인 것처럼 굴지. 베일리는 내 딸이나 다름없었다. (중략)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단 한 번도 묻지 않았지. 너는 대화가 필요한 사람이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니?"(341쪽)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받는데, 엄마나 할머니 같은 보호자들은 왜 상처를 안 받는 것 같을까. 그들도 내가 아픈 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데 꼭 무슨 일을 겪어도 괜찮을 것처럼 강해 보인다.
감상
본인이 어른스럽다고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남들 눈에는 그저 사춘기 소녀로 보이는 레니의 심리묘사가 잘 돼 있었다. 작가의 문체가 레니의 몽글몽글하면서도 혼란스러운 그런 묘한 마음을 더 돋보이게 했다. 단어들의 조합이 신선했고 거기서 오는 느낌도 좋았다.
레니가 혼란스럽고 인생의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을 보며 사춘기 시절 혼란스러웠던 내 감정들이 상기되었다. 그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데 지금은 생각조차 나지 않을 만큼 희미해졌다는 점에서 시간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고 힘든 건 그 사람이 내 일상 속에서 수도 없이 죽어가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반복될지 모를 이 고통이 시간과 함께 무뎌지길 바라는 끝없는 순간들이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래도 어느 순간 무뎌진다는 걸 지금 힘든 사람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 무뎌진다는 건 잊는 게 아니라, 어... 뭐라고 말로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잊는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