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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대한민국
김주해 지음 / GDN BOOK / 2020년 8월
평점 :
시대와 세대 그리고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라고 해서 흥미가 갔다. 또한 작가가 모든 것에 감사한다고 했는데, 그런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썼을지 궁금했다.
벌써 설레였다. 머그잔을 옆 테이블에 내려놓은 보원은 노트북을 가지러 일어섰다. 한남동에서 최대한 멀리 떠날 작정이었다.
역시 떠나려면 자본이 여유로워야 한다. 훌쩍 떠나버릴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보원이 되게 부러웠다.
은실은 자신의 인생을 뒤흔드는 폭풍에 익숙했고 그런 은실에게 보원의 거짓말은 흩날리는 바람조차 되지 않았다.
이 한 문장으로 은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버티고 또 버텼는지가 이해됐다. 그렇게 버티다 결국 모든 것에 무뎌지게 된 인생을 살고 있었다.
은실의 빈곤이 은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대가와 결과물일 수는 없었다.
결과가 같다고 원인이 똑같진 않다. 이런 문제에 대해 원인을 찾으려고 할수록 나만 머리 아프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남편이 죽었는데?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보원이 LA에서 은실에게 했던 질문이었다. "불법 체류자셨어요."
"...그게 왜요?"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는 경찰에 신고하는 게 쉽지가 않죠. 잡혀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현재의 보원이 은실의 선택을 이해 못 했듯 과거의 은실도 미래의 자신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생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지금의 나도 미래의 내가 본다면 경악을 저지를 선택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도련님 아니면 미국에 갈 이유도 없어요... 돈을 벌 이유도 없고요."
인생을 살 때, 살아가는 의미를 나 자신에게 두어야 한다. 내가 나를 실망시키면 개선을 내가 직접 할 수 있지만, 타인이 나를 실망시켰을 때, 타인을 개선하는 건 불가능하다.
감상
이승만, 김일성의 권력욕에 수많은 국민이 희생되었다. 역겹고 잔인하다. 아직 누군가는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갈 텐데 그 상처는 누구에게 보상받을 수 있는 건지 되물어도 답을 쉽사리 낼 수 없었고, 보상받는다고 한들 그들의 상처가 아물지 않을 게 자명해서 더 화가 났다.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만난다. 예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누군가 미래의 나에게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고르라고 했을 때, 고른 게 지금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인생이 좀 살아갈 만 하지 않을까? 지금은 미래의 내가 고른 가장 돌아오고 싶었던 순간이야. " 나는 이 말을 듣자마자 내가 이 순간을 골랐다면 행복해서가 아닌 너무나 불행했던 순간이어서 바꾸고 싶어서 온 것일 거라고 했고, 그 친구는 자신은 아마 행복한 순간이라 지금을 꼽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이 대화가 생각났다. 보원이 마주한 과거의 은실과 현재의 은실. 보원은 은실 대신 은실의 순간을 골라줬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당신들의 고생으로 뒤덮인 대한민국 땅을 감히 내가 밟고 서서 잘살아 보겠다고,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누군가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그 시대를 거쳐온 모두에게.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