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폭언 - 누가 나 대신 나를 슬퍼하겠느냐
나도윤 지음 / 연지출판사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넘어가는 새벽에 묻고 싶습니다

나는 밤이 슬픈 게 아니라

내가 슬픈 것입니까? 

-'검은 우편' 중 일부-

설렘, 고요, 우울, 공허. 저마다 새벽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심지어는 때에따라 같은 사람이라도 다른 새벽을 느낀다. 내가 슬프니까 밤이 슬픈 거겠지.



눈을 감으면 세상이

도무지 평온할 수 없이 밝아

증오하던 게 굴러다녀

안달 나도록 환해, 잠을 잘 수가 없어, 

-'흑백령' 중 일부-

눈을 감으면 평온할 줄 알았는데 기다렸다는 듯 오감이 생생히 살아난다. 기묘한 감각이다.



가만히 있기 위해 아니,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아서 이 시가 유독 참 와닿았다.



아비는 억지로 나를 토해낸다 

"사랑해.".라고 했는데

"우리 그냥 죽어버릴까."

로 뱉어졌다 

-'밤바다. 아니 눈물이다' 중 일부-

 상대가 한 말과 다른 뜻을 찾아 헤메는 일은 슬프고 외롭고 비참한 일이다.



눈이 녹으면

눈이 품었던

다정의 도시가 드러나요

지극히 다정해서 되려 쓸쓸한

-'눈 물' 중 일부-

 눈이 녹은 물을 눈 물이라고 표현한게 신선했다. 다정해서 쓸쓸하단 말이 와닿을 듯 말듯 와닿았다.



고혹스러운 미술관에 걸린 그림들

무심히 지나치듯 하루를 또 지나

-'오만함의 본질' 중 일부-

화가는 의도하고 그렸지만 나에겐 의미가 와닿지 않아 내가 그 그림을 무심히 지나쳤다면, 그 그림의 의미는 어떻게 되는 걸까. 분명 찾아보면 의미가 있을텐데 하루속에서 그걸 발견해내기가 버거워 그림을 지나치듯 슥슥 매일이 지나간다.



그런데요

이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져요

-'행복해요, 그런데요, 이제 나는 아무것도' 중 일부-

어떤 밤은 유난히 정신이 맑고 또 다른 밤은 이래도되나 싶을 정도로 무기력하고 우울하다. 시인에게 이날의 밤은 후자였나보다.



감상

 우울. 시집 전체가 우울 그 자체다. 세상 모든 것이 우울과 연관될 수 있음을 알았다. 시인이 우울할 때 바라보는 세상을 잠깐 엿본 기분이었다. 특히 죽음을 다양한 언어로 표현했는데, 시인이 죽음에대해 많이 고민하고 자주 생각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별을 유심히 살펴보는 게 시집 곳곳에서 느껴졌다. 깨어있는 모두가 바라보는 새벽별도 대부분이 휙 지나치는 대낮의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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