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잘 살아내고 싶어 - 도박중독자의 가족으로 살아가기
채샘 지음 / 연지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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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독은 참 무섭다. 처음엔 한 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계속해도 안된다. 그때부터 문제다. 머리로는 해도 안 되는 걸 아는데, 손이 안 멈춘다. 그러는 사이 주변 인간관계는 파탄이 나고, 가장 큰 가족이 입는다. 도박 중독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시작한 계기부터 중독되는 과정과 그 이후까지 여러 사소한 것들을 이 책에서 얻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화살이 내게 돌아왔다." 진작 말했으면 이렇게까지 안 됐을 거다. 네가 현이를 중독자가 되게 한 거나 다름없어."

 아…. 너무 모질고 날카로운 말이다. 저자가 현이를 도박 중독자로 만든 게 아니라 도박에 쓸 수 있는 돈을 줄여줬다. 부모를 통해 빚을 수월하게 갚았다면 더 죄책감 없이 도박에 돈을 더 썼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기 연민의 늪은 원래부터 내 집이었던 것처럼 아늑했다. 나는 그 안에 들어앉아 빗장을 굳게 걸어 잠갔다.

 자기 연민과 혐오가 이래서 무섭다. 나도 모르는 새 내 안에 스며들어있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다 덮쳐버려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현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혹시.

혹시 나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가족한테 피해를 줬는데 한 명 눈치만 봐야 하는 상황이면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식당에 전화를 걸어 보름치 식권을 사며 주인장에게 현의 이름을 일러두었다. 끼니만이라도 해결해주고 싶었다.

 식당에 전화를 걸기까지 얼마나 많은 감정이 교차했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식사라도 거르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글자 넘어 나에게까지 느껴져서 슬펐다.



떠밀려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던 일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놓은 원망의 불씨들, 살다가 문득 서러워지면 언제고 화르르 타오를 준비를 했던 그 불씨는, 어쩌면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내 탓이 아니라고 변명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방어기제였을 지도 모른다.

 근데 떠밀린 거 맞지 않나... 저 길로 가면 죽는다. 나는 걸어야 하고 내 눈앞에는 길이 하나밖에 없다. 나의 죽음은 당연한 결관데, 이걸 선택이라고 보긴 무리라고 생각한다.



감상

 단도박 모임에서 저자가 새로 온 사람을 챙기는 모습을 보는데 '성장'이란 단어가 행동으로 표현된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었다. 그 긴 터널을 뚫고 드디어 빛이 보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데, 나도 같이 뿌듯하고, 울컥했다. 얼마나 그 과정이 힘들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건 참 어렵다. 남인 경우는 관계를 끊어버리면 그만인데 가족은 끊기도 힘들고 끊고 나서도 문제다. 더 화나는 건 이 가족은 내가 고른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저자였다면 나는 처음엔 공격적으로 행동하다 점점 회피하고 결국 내가 집을 나오는 선택을 했을 것 같다.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이 수없이 있었음에도 저자는 결국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내가 회피성 성향이 짙은 사람이라 그런가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도박 중독자의 가족'의 인생을 엿볼 수 있었다. 도박중독자 가족 이야기를 어디서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 물론 건너건너 도박 때문에 망한 사례는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책으로 세세하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런 게 독립출판의 매력인가보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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