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병동 졸업생 - 설암을 진단받고 절반의 혀를 가지게 된 한유경 에세이
한유경 지음 / 캐모마일프레스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20대 암 환자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 있고 암에 걸린 유튜버를 본 적이 있다. 더는 나에게 먼 존재가 아닌 '암'에 대해 궁금했다. 

 또한 암을 완치했음에도 알게 모르게 암환자였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사례를 본 적 있어서 그런 면에서도 내가 이 책에서 배워갈 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 읽기 시작했다.


독서iNG

방문을 닫고 책상에 앉아서 다시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노력해서 치료를 받고 싶은지, 낮은 생존율과 높은 재발률의 수치를 보고도 용기가 나는지, 부모님한테는 어떻게 말할 것인지. 함께 해주는 친구들이 문 뒤에 있지만 일단 수술을 받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치료를 받을 용기도, 부모님께 말할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내가 암에 걸렸단 얘기를 들으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데, 작가랑 똑같이 생각했다. 다 부질없는 짓 같고 굳이 그 고생을 하면서까지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있겠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지우고 완치할 수 있었는지 뒷얘기가 궁금하다.



그렇다면 죽더라도 수술하고 죽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지금 포기해버리면 이 돈들이 날아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허무하게도 이 도망의 끝에서 돈이 나를 붙잡아 주었다.

 작가의 솔직함이 느껴졌다. 내가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나를 붙잡아주는 건 무엇일지 궁금했다.



촉감이 무척 좋았다. '지금 이곳에 햇살이 들어오면 물이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을 텐데'라고 조금 아쉬워하며 오랫동안 흐르는 물을 어루만졌다.

 방금 손을 씻고 왔는데, 그냥 별 생각 없이 흐르는 물에 손을 비누로 씻었다. 그러고 와서 이 부분을 읽었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게 당연하지 않은 인생은 많이 힘들 것 같다.



매일 걸으면서 운동 시간과 특이사항을 적었다.

 대단하다. 작가가 수술 후 겪은 일을 생생하게 적어서 나까지 아픈 기분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걷고 심지어는 그걸 기록하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했다.



가끔씩 환자 보호자가 측은한 눈빛과 함께 '힘내세요'라고 말할 때도 있다. 뭔가 기분이 나쁘다.

 본인이 호의를 가지고 행동을 했어도 상대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건 선의라고 볼 수 없다. 특히 동정은 더 그렇다. 은연중에 '내가 쟤보단 낫지'라는 생각을 깔고 동정을 건네는데, 받는 상대에게 그런 감정이 다 느껴져서 기분이 더럽다.



암 환자가 되기 전에 생각했던 치료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기침이 멎고 열이 내려 몸이 홀가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암 환자의 치료는 그렇지 않다.

 나도 암을 막연히 치료받으면 끝나는 병이라고 생각해서 이 부분을 읽고 머리가 띵했다. 치료는 그냥 말 그대로 병을 낫게 해 주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건 그다음 일이다.



내 스스로도 나의 외모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했는데, 누군가에게 그런 시간도 주지 않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는 것은 불공평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공평한 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들이 무례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평범함'의 기준에 벗어나는 모습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놀랄 수 있다. 근데 거기서 끝내야 한다. 입 밖으로, 행동으로 그 어떤 것도 표현하지 말고 머릿속에서 생각으로 딱 끝내야 한다. 그걸 표현하는 건 여지없는 무례라고 생각한다. 

 나는 달라진 내 모습에 적응하는 중이지만, 그들은 나를 처음 봤기 때문에 이게 달라진 모습인지 원래 내 모습인지 알 길이 없지 않은가. 이게 원래 내 모습이면 어쩔건데.



감상

 솔직함이 너무 멋있다. 나였으면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아니 책으로 출간할 생각도 못 했을 것 같다. 시작부터 끝까지의 과정이 자세하게 묘사돼있어서 나도 작가와 같은 마음으로 '얼른 말을 할 수 있길', '얼른 상황이 좋아지길' 이런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암은 수술하고 퇴원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퇴원했음에도 책이 절반이나 남아있어서 그 후의 고통을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는 무례한 타인의 시선은 내 기분까지 나쁘게 만들었다.

 책을 쓰신 목표 중 하나가 '암 환자에 대한 이해에 도움 주기' 라고 하셨는데, 이루셨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을 읽으며 그 여정을 아무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해당 도서는 독립출판 플랫폼인디펍으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