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일기
문기현 지음 / 작가의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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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

 일기 쓰는 걸 싫어한다.

 예전에 너무 힘들었을 때, 일기를 쓰면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일기를 쓴 적이 있었다. 일기라고 할 것도 없이 A4용지에 날짜와 오늘 ~해서 ~감정이었다. 를 적은게 전부였다. 5일째 되는 날, A4 용지에 그날 느꼈던 감정을 줄줄 써 내려 가면서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낮에 느꼈던 감정이 글로 써 내려가니까 고스란히 되살아나서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한 번 더 울었다. 5일 동안 쓴 내용을 쭉 봤는데 우울하다, 울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죽고 싶다는 것과 같은 말로 도배되어있는 A4 1쪽이 내 인생을 대변하는 것 같아 너무 서러웠다. 그 뒤로 나는 내가 당일 느낀 감정을 절대 기록하지 않는다.

 그런데 작가는 감정 '일기'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을 했다. 누구나 볼 수 있게. 나는 그 A4용지를 책장의 책 사이에 끼워두고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다. 버리긴 찝찝하고, 그때의 감정을 마주할 용기는 없어서였다. 남에게 보여주고 싶진 더더욱 않다.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책을 출간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독서iNG

조금만 더 열심히, 아니, 정말 열심히 살았더라면 지금의 현실에서 느끼는 모든 것보다는 조금 더 괜찮은 삶을 살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얼 만큼 더 열심히 살아야 해요? 그래요. 아파하고 울고 앉아 있는 영혼에게 말을 걸어 봤어요.

 이래서 감정을 기록하는 게 싫다.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반추하고 또 반추한다.

 저 날 작가는 아마 영혼에게 답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지친 영혼은 질문에 대답할 아니 질문을 들을 힘조차 없었을 테니.



잠시, 나를 죽여가고 있을 뿐이다.

아주 잠깐만 나를 옥죄며 갈 뿐이다.

 매번 내 목은 내가 조른다. 그렇게 내가 내 숨통을 조이는데, 그 시간이 제법 흘렀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할지, 아니 언제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에, 당신도 이 세상을 살아가다가 아프고 쓰러질 듯한, 힘든 시간이 찾아온다면 다른 사람을 찾지 말고 가장 먼저 가족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당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봐 왔고, 당신의 온전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요.

 글쎄요.

 누군가에게 집은 안식처가 아닌 상처가 덕지덕지 붙은 공간이다.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봤고, 내 온전한(사실 나는 온전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모습을 기억하고 있어서 더 피하고 싶은 게 가족이다.



우리는

시간을 살아가는 걸까.


무뎌진 나를 버텨가는 걸까.

우리는 무엇일까.

 그냥. 그냥 사는 존재. 

 삶에 이유를 찾을수록 불행해진다.

 눈앞에 놓인 현실에 집중하는 수밖에.



따뜻한,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며 아프지 않았겠습니다.

 내 감정은 내가 처리해야 할 문제다. 주변에서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다. 결국, 마지막 해결은 나 자신의 몫이다.

 저런 생각이면 따뜻한 사람 백 명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춥고 고독해서 아플 것이다.



조금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무수한 감정적인 변화를 겪고 그 상황을 이해하며 아파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을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무수한 감정 변화를 겪었고, 그 상황도 나름대로 이해하려 했고, 아프기는 누구 못지않게 아팠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그대로 인 것처럼 느껴진다.



울어야 하는데 꼭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나도 그랬다. 너무 많이 자주 울다가, 끝에는 항상 나에게 왜 우는지 물었다. 질문에 대답할 수 없음이 서러웠고 이유 없는 눈물이 짜증 나 더 울었다.

 그러다 결국 이유 없음이 이유가 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격한 감정을 수없이 겪다 보면 냉정해진다는 말, 아니, 오히려 차분해진다는 말, 나는 지금 그러한 감정들 사이를 걸어 다니고 있다.

 그렇다. 나도 격한 감정을 수없이 겪고 타인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어서 이 모양으로 사는 게 아닌데, 저 사람인들 저렇게 살고 싶어서 저 모양으로 살까. 그냥 살아온 인생이 반영된 결과물이 저거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분노가 가라앉는다.

 그리고 다 떠나서 감정이 소진된 상태라 타인에게 나눠줄 감정이 없다.



자신에 대한 존중, 그만큼 자신을 이해하고 존중하였기에 온전한 슬픔도, 잦은 고독도, 이유 모를 상처도 용기내어 남길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작가가 이 책을 낼 수 있었던 이유를 알았다. 작가는 자신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세상에 일기장을 공개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 시절의 내가 이해되지 않고 존중이 안 된다. 당연히 그 시절의 감정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래서 A4 한 쪽짜리도 공개하기 싫었나 보다. 나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감상

 슬픔, 고독, 우울, 방황하는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해지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과거에 내가 느꼈던 감정이 정확히 문장으로 표현되어있음을 보고 한층 더 우울해졌다. 역시 나는 일기랑은 안 맞는 사람인가보다.

 책을 읽는 순간마다 감정이 차분해짐을 느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건 평생 숙제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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