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90%를 위한 비즈니스 -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새로운 발상
폴 폴락 & 맬 워윅 지음, 이경식 옮김, 김정태 감수 / 더퀘스트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독서계기

  "유엔이나 비영리 단체가 할 일 아냐? 기업이 나설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책 목차를 보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소름 끼치게 똑같았다.

 사회적 기업의 좋은 취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사업 수익이 어떤 식으로 나는지, 난다고 해도 나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어떻게 버티는지 궁금해서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책을 찾던 중 목차에 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독서iNG

많은 기업이 저지르는 흔한 실수는 조금 더 값이 싼 소재를 사용한다던가 품질을 낮춘다든가 하는 식으로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를 '살짝 수정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중산층의 대체 고객이 아니라 그들 그 자체로 '고객'이다. 기존의 것을 대충 변경하는 것 따위가 통할 리 없다. 처음부터 그들의 상황에 맞는 사어 설정을 공들여 다시 짜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대 사회의 서비스는 점점 개인 맞춤형으로 변해간다.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별 맞춤 광고를 제안하고 샌드위치도 빵부터 다양한 속 재료를 골라 먹을 수 있는 가게가 인기 있다. 

 그런데 왜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다를까. 개인별 맞춤 서비스까지는 무리더라도 최소한 그 나라 사정에 맞는 사업 모델을 가져가는 것이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 또한 '제로 베이스 설계'를 제안하며 모든 것을 0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조약한 제품들에 둘러싸인 소비자들에게 '믿을 만한' 브랜드는 그 제품을 선택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브랜드를 통해 검증된 믿을 만한 제품을 사고 싶은 건 인간이라면 당연한 마음일 텐데 왜 나는 그들이 무조건 싼 제품이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좁은 내 시야가 드러나서 창피한 순간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들도 처음에는 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싼 제품을 샀겠지만 반복되는 실망에 진절머리가 난 상태일 것이고 지구촌의 그 누구보다 믿을 만한 제품을 사고 싶은 욕구가 강할 것이다.

 돈이 없다고 욕구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수입이 적다는 사실보다도 수입이 불규칙적이고,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훨씬 더 고통스럽다.

 이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 역시 보통의 사업을 할 때와 마찬가지고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한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한 번에 많은 돈을 벌 방법 보다는 적을지라도 꾸준한 수입이 보장되는 안정성을 더 추구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액 대출로 융통된 돈 가운데 무려 90퍼센트가 소비로 지출됐다.

 너무 당연한 현실 아닌가. 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씁쓸하긴 하지만 당장 먹고살 돈이 없는데 창업과 같이 무지갯빛 미래가 보일 리 만무하다.

 내가 농부라면 당장 오늘 한 끼도 못 먹었는데 (심지어는 가족들까지) 그 돈을 선뜻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할까? 나는 아닐 것 같다. 

 근데 옆 사람의 성공사례를 본다면 생각이 좀 달라질 것 같긴하다. 이 생각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사용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체험단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마케팅 사례일 듯

 또한 그 나라에 필요한 사업을 시작할 때 그 사람들을 고용하면서 교육해 월급을 담보로 대출을 받게 하는 건 어떨까? 도움이 떠나도 자기들끼리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우선 안락의자에서 일어나라. 책상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가서 걷거나 뛰거나 버스를 타거나 또는 비행기를 타라. 당신이 비지니스를 펼칠 지역으로 가라.

 처음 이 문장을 읽고 떠올린 것이 보육원에 있는 나이대가 애매한 청소년, 성매매 탈출 여성, 가정 폭력으로 인해 쉼터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내가 생각한 방향이 최소한 이 책에서 제시한 방향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위와 같은 사례의 사람들을 접할 때마다 너무 화가 나서 뭐라도 하고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당신은 아마도 이 두 제품의(싸지만 수명이 짧은 제품 vs 비싸지만 수명이 긴 제품) 내구성 차이를 중요하게 여길 것이며 거기에 따른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오래 써야 하는 제품을 사야 한다면 나는 비싸더라도 수명이 길고 좋은 제품을 살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일단 6개월짜리 제품을 산 뒤 그걸로 돈을 벌어 10년짜리 제품을 산다. 너무 당연한 생각인데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책을 읽으면서 무엇인지 모를 나만의 틀에 계속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어 답답했다.

 

 참가자들은 브레인 스토밍, 커뮤니티주도 조사 활동 등을 통해 확인했던 사실과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1등은 '비디오 상영 사업'이었다.

 먹고 살기도 빠듯한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영화'였을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사업은 '현지'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나고 참 와닿았다.

 

 

감상

 책을 읽으면서 한 메모가 뒤에 나오는 저자의 생각과 비슷해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사업은 '현장'에서 시작해 '현장'에서 끝난다." 너무나 간단하고 당연한 이 문장을 여러 사람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저자는 3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을 썼다. 대부분의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그저 동정과 수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 또한 역시 그랬으며 처음에는 그들에게 돈을 받고 무언가를 파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의문과 성공할 수 있겠냐는 의심으로 이 책을 읽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그들은 한없이 거대한 블루오션이며 아직 기업가들이 자신의 세상에 갇혀 적당한 사업모델을 찾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책을 읽으면서 예시로 나온 코코넛 껍질에 관해 관심이 생겼고 여기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졌다. 또한 시작할 때만 해도 내 주변의 문제 상황만 떠올렸던 내가 어느새 다른 나라의 코코넛 껍질을 고려해 보고 있다는 사실이 사고가 확장된 것 같아 뿌듯했다. 나를 둘러싼 틀에 아주 미세한 금이 간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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