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꾸물거릴까? - 미루는 습관을 타파하는 성향별 맞춤 심리학
이동귀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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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거림"이라는 말은 사실 일상에서 누구나 상황에 따라 차용하는 표현인데

이게 심리학계에서 전문적으로 쓰는 용어라는 것에서부터 신선했다.

학술 용어로는 할 일을 미루는 행동을 뜻하며 '지연 행동'이라고도 부른다.

<나는 왜 꾸물거릴까?>는 연세대 상담심리 전공을 담당하는 이동귀 교수와

상담심리연구실에서 꾸물거림 관련 연구와 상담을 연구하는 네 명의 박사들이 함께

3년에 걸쳐 문헌을 고찰하고, 토론 및 수정 작업을 거쳐

21세기북스에서 출간해낸 심리학도서이다.


미루기 행동과 미루는 습관 연구만 20년을 해온

연세대 이동귀 교수가 책 출간에 맞춰서 최근에는 유퀴즈에도 출연하시면서

한국인들의 특징을 상황별 맞춤 심리학과 함께 융합시켜서

책에 대한 이해가 한결 수월해진 경향도 있다.

미루는 일이 습관이 되어버린 분이라면 한 번쯤 시청을 권한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심리학도서 <나는 왜 꾸물거릴까?>는 1장에서

저자들의 관점을 제시하면서 책 내용의 큰 흐름을 제시한다.

그리고 2장부터 6장까지의 목차들은 바로

나는 어떤 타입에 속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5가지 성향 분석을 상세하게 담아내었다.

비현실적 낙관주의형

자기 비난형

현실저항형

완벽주의형

자극추구형

개인차가 있음을 전제로 하며

누군가는 한 가지 성향이 독보적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2가지, 아니면 3가지 성향이 섞여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이 특성들은 얼마든지 서로 중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데 있어서 따로 정해진 순서는 없으니

지금까지 나의 미루기 습관에 대해서 문제라고 생각해왔던 바로 그 성향이 보인다면

순서 상관없이 건너뛰어서 직면해도 좋다.

정말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라면 스스로 정한 계획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미루는 습관, 즉 꾸물거림이 나타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이동귀 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에게 중요한 일과 조금은 덜 중요하거나 덜 급한 일을 구별하지 않은 채

뭉뚱그려서 그냥 나중으로 미뤄 버린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한다면서.... 그리고 외친다.

"carpe diem" 이라고.

꾸물거림이 내면화되어 있는 이들에게 이 라틴어 표현은 자칫 명분을 주는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영어로 좀 더 풀어서 표현하자면 "Seize the day".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중요한 순간임을 일깨워주는 말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라는 걸 당사자도 너무나 잘 알면서도 지연행동이 일어나는 꾸물거림과는 멀어도 한참 먼 이야기다.

"꾸물거림"이 발생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누구나 내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도덕기준, 성취기준... 그 기준은 분야와 정도 또한 개인차가 다양하다.

그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때 사람은 보통 자기 비난이 나타나곤 한다.

자신에게 처벌저인 평가를 내리는 것, 바로 이 타입이 5가지 성향 중에 자기비난형에 속한다.

거기에 완벽주의형이 얹어지면 자기 비난에서 그치지 않고

죄책감으로 이어져 <자기비난-꾸물거림-죄책감> 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왜냐하면 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실제 능력보다 더 높은 기준과 목표를 세우고

그 과정에서 실패할 경우 좌절감, 무망감, 자기패배감이라는

부정적인 정서를 겪으면서 꾸물거림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또 이런 사람도 있다.

직장에서 상사가 일을 시켰을 때 그 자리에서는 곧바로 알겠다고 해놓고는

자기 혼자 현실에 저항하며 그 일을 미뤄버린다.

그런 자신의 미루기 행동이 자신에게 이로운지, 손해를 보게 하는 선택인지

현실저항형이라면 한 번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 사람은 어떤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면서 자책한다면 그는 자기 비난형이겠지만

반대로 자신의 능력을 다소 과대평가하며 현실적이지 않은 결과를 스스로 도출하곤 한다.

이를테면 해내야 할 업무가 있을 때 2시간이면 해결될 거라는 판단으로

마감 2시간 전에 움직이기 시작하지만 실상은 훨씬 더 오래 걸리는 결과를 보게 되는 경우이다.

이렇듯 노력의 총량을 축소시켜서 판단하게 되는 타입이

바로 비현실적 낙관주의형이다.

마지막으로 자극추구형은 흥미가 떨어지면 중도에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기가 해야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자극이 주어지지 않으면 자꾸만 미루게 되고,

자극이 왔을 때 비로소 움직인다.

이런 경우는 쉽게 새해, 또는 새학기가 시작하는 3월에 아주 많이 나타난다.

한 마디로 작심삼일에 목 매는 사람들!

사실 작심삼일은 지키지 못했다면 다시 또 작심삼일을 시작하면 된다.

하기로 했는데 실패했으니 그냥 주저앉거나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더 나쁜 습관인 것!

정말 잘 하고 싶은 마음에 꾸물거림이라는 지연 행동이 기지개를 펴곤 하지만

이동귀 교수의 전언으로는 실제로 학생들에게 학기 초에 정규 과제를 제시했을 때

마감 하루 전에 제출한 학생들의 성적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마주할 수 있다.

비현실적 낙관주의에 기대지 말고 미리 여유롭게 과제 준비를 한 사람이

실수나 오류도 줄여가면서 주제에 가장 충실한 과제를 제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동귀교수의 심리학도서 <나는 왜 꾸물거릴까?>를 완독한 후에 결론을 내려보니 필자는

비현실적 낙관주의형이 20% 가량, 그리고 나머지는 완벽주의형에 속하는 것 같다.

과거 영어학원 강사시절, 학생들에게 떳떳한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의 시작은

나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었고 그래서 수업 준비에 정말 진심이었었다.

물론 지금도 그 바탕에 변함은 없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인식하며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내게 중요한 일이라고 인식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필요한 행동을 시작한다.

인식했다면 즉시 행동해야 미루는 습관을 줄일 수 있다.

"꾸물거림"은 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하기 싫은 이유도 많은 양가감정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루는 습관은 성격이나 시간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 조절의 문제라고 연세대 상담심리연구실은 진단했다.

좀 더 전문적으로 말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감정적 교착상태'.

이러한 감정적 교착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다른 거 없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

나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꾸물거림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이해로부터 출발해야 변화의 여정이 비로소 시작된다.

내면화되어 있는 "꾸물거림"을 타파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5가지 심리적 기제들을 잘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두 마음이 공존하는 감정을 잘 조절해서

일의 속도와 능률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내가 지향하는 삶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좋은 변화를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뤄도 될 것 같고,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라는 그 '기분'을

절대적으로 믿어서도 안 된다.

유혹에 저항하고 자제력을 발휘해서 이루고 싶은 나의 모습,

내게 주어진 과제들을 해야 하는 이유를 더욱 분명하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유혹에 약한 자여, 유혹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이다!

유퀴즈 녹화할 때만해도 구독자 10명이라고 하셨는데

역시 방송 한 번 타고 나니 구독자 변화가 어마무시해졌다다...ㅋㅋ

평소에 심리학도서에 관심이 많다 보니 <나는 왜 꾸물거릴까?>에 기대가 많았었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5가지 성향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진단하여 일상과 접목시킨 사례들로

더 쉽게 나는 어떤 타입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파악했다면 이어서 원포인트 솔루션도 얻어가길 바란다.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자각(self-talk)부터 시작이다!

인식했다면...곧바로 행동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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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좋아지는 스탠퍼드 마인드셋 - 숨겨진 수학머리를 깨우는 진짜 수학 공부
조 볼러 지음, 송명진.박종하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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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호기심이 향하는 주제도서라면


선택에 대한 실패까지도 감수하겠다는 아량으로 펼쳐보게 된다.


물론 기대감과는 다르게 저조한 만족도를 주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이번에 나온 와이즈베리 신간 <수학이 좋아지는 스탠퍼드 마인드셋> 만큼은 


내게 정말 적절하기 그지없는 독서였다.


경력이 단절되었던 중등 영어강사직을 다시 시작한지 정확하게 일주일이 되었다.


요즘 온통 나의 관심사는 초*중*고 영어 교육법과


영문법, 그리고 문장 해석 스킬들을 익히는 데 집중되어 있다.


영어적 사고방식과 논리 체계를 다시 내 두뇌로 그러모아 활성화시키고 있으며


실질적인 영어학습 내용들도 탄탄하고 깊이있게 다져가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스탠퍼드 교육대학원 조 볼러 교수의 수학 교육법이 내게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성장 마인드셋이 수학적 마인드셋으로 변화하는 


과정의 이로움을 전하고 있는 <수학이 좋아지는 스탠퍼드 마인드셋>


지금의 나에게 풍부한 인사이트를 안겨 주었다.


이 책은 2017년에 출간된 <스탠퍼드 수학공부법>의 개정판이기도 하다.






저자는 미국 및 영국에서 수학교육이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그가 꼽은 실패한 원인들 중 두 가지는 바로


수학의 지나친 단순화와 맥락에서 분리된 풀이과정이다.


이를 총체적으로 변환해서 다시 말하면 수학적 마인드셋의 계발 부재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수학 수업은 사고력을 키우는 시간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각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있고


그렇게 수학이라는 과목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저자는 이런 사고방식을 수학적 마인드셋이라고 부른다.


 이 개념이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면 아래와 같은 대립적인 사례가


수학적 마인드셋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풀이 방법을 암기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핵심 아이디어들을 관찰하고

 그 사이의 연결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으로 

수학에 접근함으로써

학생들의 근본적인 성취도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저자가 강조하는 수학적 마인드셋은


열심히 노력하면 지능이 향상된다는 믿음, 즉 성장 마인드셋을 바탕으로


탐험하고 해석하고 추론하며 패턴과 연관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학습 경험으로 인해 수학적 길이 만들어지고, 또렷해지며 나아가 서로 연결되는 것.


이러한 연결성을 탑재한 상태에서 문제 해결을 성공적으로 해 나갈 때


수학의 본질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수학은 수와 계산으로만 가득찬, 절차와 공식에 의한 과목에 지나지 않겠지만


저자와 같은 수학자들에게 수학은 패턴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숫자 뿐만 아니라 단어와 시각자료, 모델, 알고리즘, 표, 그래프를 이용해


움직이고 만지면서 수학을 다차원적으로 배울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말한다. 


앱과 게임을 공유하는 유큐브드 공간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경로가 있음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수학에 관한 개방적인 과제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학생들을 이 안에 참여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https://www.youcubed.org/

오랜시간 굳어져 버린 수학에 대한 대표적인 고정관념은 대충 이런 것일테다.



"수학을 잘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정해져 있다."

"수학을 잘 하는 뇌는 따로 있다."



이런 것이 바로 고정 마인드셋이다.


수학 성적은 단순히 문제 풀이 방법을 수동적으로 암기하거나


어떤 아이디어의 간단한 버전을 뽑아서 반복적으로 풀라고 연습시킨다 해서 향상되지 않는다.



사고방식에 따라 학습 행동이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학생의 학습 성과도 달라질 수 있다.


높은 수준의 학습을 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하면,


학습 경로가 바뀌고 더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이렇게 성장 마인드셋 관점으로 수학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게 참 중요해 보인다.





저자는 전통적인 방식의 수학 수업과 앞으로의 수학 교육법은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고정된 풀이 방법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연관성을 모은 집합체로서의 수학을 봐야 한다.


수학공식을 빨리 떠올리게 하는 것이 오히려 수학에 대한 불안감을 야기시키고


급기야 수학을 포기하도록 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전후 맥락없이 학생들에게 수학 공식이 주어지는 교실이 아니라


선생님은 수학 지식을 논리적으로 따져서 질문하고


학생들은 연관성을 생각하며 수학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할 것이다.





교사의 일을 돕는 것을 사명이라고 여기는 저자의 이 책은


여덟개 언어로 번역되기도 하였다.


그 정도로 수학 교육법에 있어서는 바이블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활용했던 창의적인 프로젝트와 수업 모델들을 통해


수학교육 종사자들 입장에서 바람직한 수학 수업의 인사이트를 제공받게 될 것이다.


나아가 부록에서는 창의적인 수학 숙제의 구체적인 사례들도 접할 수 있다.





수학을 아이들에게 이롭게 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과 믿음에서부터


나 역시 중요하게 여겨왔던 성장 마인드셋의 힘이 전해진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성장에 대한 믿음을 갖고


수학적 사고방식과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면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하고 체험할 수 없었던 '재밌는' 수학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창의적인 과제를 제시함은 물론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자기 효능감을 탑재하는 기회를 많이 갖게 한다면


교실에서부터 완전히 변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적인 생각마저 든다.





이 수학적 마인드셋을 나의 상황에 적용해 봐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학생들에게 영어란 그저 암기해야 하는 하나의 과목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체계를 갖춘 하나의 언어라는 것부터 인식할 수 있게 해야겠다.


수업 시간에 비로소 알게 된 영어 개념(문법과 독해)은 무엇인지,


수업으로 해결되지 않아서 질문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수업 돌아보기 숙제"라는 저자의 아이디어는


앞으로 수업을 운영함에 있어서 유용한 팁으로써 작용하게 될 것이다.


수학이나 영어에 대한 불신을 자신감으로 바꿔주는


성장 마인드셋의 강력함이 내게로 이식된 느낌이다.


수학 공부법, 수학 교육법에 관한 책인데 한편 자기계발서의 냄새도 풍긴다.^^


결과적으로 매우 유익한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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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 (양장) - 내 삶의 철학이 되는 지혜의 모든 것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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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하라던 니체의

'Amor Fati' 문구를 좋아해서 신용카드에도 새겨둘 정도로 니체를 좋아한다.

그런 니체에게 철학적 영향력을 끼쳤던 사람이 바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이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는 게 고통이다." 라는 철학적 사유를 접한 뒤로 망치를 얻어 맞은듯한 충격을 받았더랬다.

니체가 궁금해서 책을 읽다가 이 문장을 접했고

또 언젠가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꽂혀서 찾아보다가

비슷한 결을 느끼고는 이제서야 영향을 준 쪽과 받은 쪽을 확실하게 알았다.

시대마다 중요한 변곡점을 남기는 경우는

현대에 와서는 전쟁이 결정적이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매번 기존의 권위적이고 전통적인 철학적, 과학적 사고방식을 뒤집는

새로운 이론이나 사상들이 출현하는 때였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니체뿐만 아니라 프로이트 역시 많은 영향을 받았었고

이들의 사상이 세상에 전파되기 이전의 시대는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인 시대였기에 더더욱

당시로선 논란의 중심에 서는 철학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현대인들은 무슨 이유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찾으며 또 곱씹는 것일까.

그의 철학에는 덮어놓고 긍정하면서 정신 승리하자고,

분명히 사는 게 힘든데 그냥 모르는 척 외면하면 좀 나아질 거라고

자기최면하는 위선적인 철학과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독설인거 같은데 그냥 흘려들을 수 없고 희한하게 설득된다.

피하면 그 순간은 마음이 편할지 모르겠지만

나를 둘러싼 고통은 다시 나를 찾아오고 반복되어 그 고통을 강화시킨다.

이렇듯 비록 사는 게 힘들긴 하지만 자유의지가 있는 인간이라면

다시 쇼펜하우어가 남긴 아포리즘을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각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러한 인간다움은 후대로 전승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대표적인 염세(厭世)주의자, 쇼펜하우어.

한자어를 풀어 보면 어렵지 않게 '세상을 싫어하는 사람' 이라는 게 예상이 된다.

그렇다.

염세주의는 세계나 인생을 부정적으로 보는 철학적 입장을 말한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세상 뿐만 아니라 인간도 싫어한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를 가리켜 염세주의자,

나아가 인간혐오주의자라고까지 살벌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표현도 무리는 아니다.

그가 말하기를, 인간은 생물 중에서도 가장 어처구니없는 존재라고 했고

인간보다 개가 낫다고까지 말했으니까.

더 나아가 그는 생은 추악한 것이라고도 하였다.

이런 부정적인 말들만 콕콕 집어서 단편적으로 접하다 보면

혹여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알고 싶지도 않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쉽게 쓰여진 인문학 자기계발서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으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조금 더 쉽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의 철학에는 체험적 진리가 응축되어 있다.

문장 하나하나가 아포리즘으로 다가와 강렬하게 꽂힌다.

그래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모른 채로 인생을 살 수는 있지만

한 번만 접하는 것으로 끝나진 않는다.

그의 염세주의적, 인간혐오주의적 사상을 갖게 된 연유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보통 유년시절의 경험과 환경에서 비롯된다.

아버지보다 20살 어렸던 어머니는 그야말로 쇼펜하우어보다 더한 독설가로 알려져 있다.

(유전이 참 무서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막대한 유산을 물려 받고도 어머니는 문란한 사교계 활동만 할 뿐이었다.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을 받아보지 못한 쇼펜하우어는 갈수록 어머니와 사이가 나빠지면서

여성에 대한 혐오가 짙어졌고 결과적으로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그였다.

아... '헤겔'이라는 이름의 개 한마리를 키우며 살았다고는 한다.

쇼펜하우어가 살았던 당시 철학자들 중에 헤겔이 워낙 유명했는데

이를 인정할 수 없었던 쇼펜하우어가 개에게 이름을 붙여 화풀이를 했다고도 전해진다.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

목차

Part 1. 나 자신을 위하여

Chapter 1. 내 안에 숨겨진 이기적 유전자를 깨워라

Chapter 2. 운명의 여신은 두 팔 벌려 맞이하라

Part 2. 처세에 관하여

Chapter 3. 슬픔은 어떻게 삶의 지혜가 되는가

Chapter 4. 삶의 무기가 되는 인간관계를 그려라

Part 3. 인생에 대하여

Chapter 5. 진짜 인생은 괴로움과 위기를 동반한다

Chapter 6. 철학적 사색을 낳은 죽음에 대하여

세상은 악과 고통으로 가득차 있고

인간은 욕망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는 구제불능의 존재이며

인생은 고통(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시계추와 같다고 했던 쇼펜하우어.

그런데 하나하나 그의 철학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부정할 수 없는 인생의 본질들을 쏟아낸다.

욕망이 뭔가?

자기 자신만의 기준이 아닌 세상의 부조리한 잣대를 하염없이 갈구할 뿐이고

밑빠진 독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끝끝내 충족되지 않는 고통으로 인간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이 정체를 인간은 정작 인식하지 못하고 평생 가스라이팅을 당할 뿐이다.

고통의 원인을 대부분 바깥에서 찾는데 이 또한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탓하고 책망하라는 것이 아니다.

욕망의 근원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라는 것으로 읽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별력이 선명해진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진다.

인간은 고통이나 걱정이 없는 건 잘 느끼지 못하면서

조금만 있어도 그것을 확대 해석하고 과거의 나쁜 기억과 미래에 대한 예측을 부정적으로 확장시킨다.

평소에 행복한데도 잘 느끼지 못하다가 불행할 때가 되서야 비로소

행복을 떠올리게 되고 상기시키는 한계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 지점에서 유의미하게 다가온 문장은 바로 이것이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라."

쇼펜하우어는 행복이나 쾌락을 추구하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재앙이나 슬픔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진정 현명한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나를 슬프게 했던 것이 알고 보니

가치가 없는 것임을 알게 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그런 슬픔과 고통이 없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살아볼만한 것이니까.

어차피 채우는 행위는 인간에게 끝도 없다.

하나를 만족하고 나면 또 다른 것을 채우기에 급급하여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인 것이니까.

 


 

애정하는 나의 독서 공간 스타벅스에서

쇼펜하우어의 통찰력을 보여주는 압축된 짧은 문장들,

그의 아포리즘들을 하나 둘 적어 보았다.

* 인간은 활동 범위를 제한하는 데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 지배적인 힘의 원천은 지혜와 힘과 행운이다.

* 현명한 사람은 기쁨을 찾기보다 슬픔이 없기를 요구한다.

* 세상을 살아가려면 많은 주의와 관용을 필요로 한다.

* 사람이 욕구를 갖는다는 것은 대단히 번거로운 일이다.

* 인간이 동물보다 고통이 많은 것은 인식능력이 높기 때문이다.

* 인간에게 죽음이 없었다면 철학적인 사색은 없었을 것이다.

* 자연은 삶과 죽음 사이에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 세상을 살아가려면 많은 진심과 관용을 필요로 한다.

* 인간은 매우 주관적이며 흥미있는 것은 오직 자신 뿐이고

그 밖에는 아무 흥미도 느끼지 않을 정도이다.

인간은 우선적으로 자기 자신부터 생각한다.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 중에서

특히 마지막 문장은 정말 너무 딱 맞다!

인간의 본성과 세상의 악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던 쇼펜하우어는

우선 이것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남은 생이라도 지혜롭게 살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서재에 유일하게 걸려 있었다는 사진이 바로 쇼펜하우어였다고 한다.

사상가에 가까운 소설가 톨스토이 역시 인간에 대한 깊은 탐구와

삶의 진리에 대한 통찰이 예리했던 작가였기에

니체와 프로이트에 이어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영향력을 입은 사람들 명단에 이름을 얹어야할 듯 싶다.

읽는 사람마다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들이 다른 것들로 각인될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자기계발서로도 손색없을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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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35
이준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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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진화, 유전, 노화, 죽음.

예전에 히트한 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그저 문학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한 마디로 로맨스 드라마를 위해 지어낸 제목이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정말 인간은 별에서 온 생명체였다.

지구별에 정착한 모든 인간은 어김없이 수정란 하나에서 탄생하고 노화를 겪다가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생명 현상의 법칙에 따라 하나의 생을 산다.

인생의 궤적 안에는 우주만큼 신비한 생명현상의 법칙들이 혼재되어 있다.

이 광대한 궁금증은 짧은 시간에 개인이 풀어낼 수는 없는, 집단지성의 영역이겠지만

아이디어와 추측이 사실로 드러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과학자만이 누릴 수 있는 희열이며

그래서 과학자로 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저자의 진심에

<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에 더욱더 몰입하며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2019년에 인류에게 닥친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게 한 mRNA 백신 개발도

생명과학의 연구 덕분이었음을 짚으면서

생명의 다양성을 보존해왔기 때문에 그나마 지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역설한다.

지구별 생명체는 물론 나름대로의 다양성을 품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동일한 유전정보를 갖고 다양한 기관을 만들어가는 신비한 법칙들이 있다.

반면에 그 중에서도 불완전한 돌연변이 개체 하나가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핵심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생물학은 생명체의 기능, 구조, 발생, 발전, 유전 등을 연구함으로써

생명체의 생존과 진화, 환경과의 상호작용, 유전적 다양성, 세포 구조와 기능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

모든 동물은 수정란 하나에서 출발하지만 어떤 수정란은 닭이 되고 어떤 수정란은 인간이 된다.

이러한 생명현상은 수정란이라는 하나의 세포가

어떻게 다양한 세포를 가진 복잡한 개체로 만들어지는지 그 발생과 진화의 과정을 추적한다.

이것은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일이다.

이 뜻깊은 소명을 성취하기 위한 시작은 매력적인 모델 생물을 발굴하는 것이다.

작은 동물이더라도 생명의 신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침팬지가 네 가지 염기 순열의 순서가 굉장히 비슷하고

그 다음으로 생쥐도 상당히 비슷하다.

그리고 절반 정도의 유전자가 인간과 비슷한 곤충이 하나 있는데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가 발견한 뜻밖의 생명체가 바로 예쁜꼬마선충이다.

2021년 1월에 이미 JTBC 차이나는 클라스 강연을 통해 화제가 되었던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는

이미 이 방송에서도 예쁜꼬마선충을 소개한 바 있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모델생물을 연구한다는 것까지는 알겠고

그렇다면 모델 생물이 될 수 있는 자격은 어떤 걸까.

인간에게 있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침팬지나 생쥐보다 이준호 교수가 예쁜꼬마선충에 주목한 이유는

생명의 보편성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에 있어서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빠르게 세대를 이어 번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번식하는 일이 쉽고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야 한다.

셋째, 인간과 유전정보가 충분히 유사해야 한다.

결국 모델 생물은 빠르고, 값싸고, 정확해야 한다.

물론 예쁜꼬마선충 외에도 초파리, 제브라피시, 생쥐도 알려져 있지만

이준호 교수는 예쁜꼬마선충에 유독 더 마음이 갔나보다.^^

근데 나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생명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보면 볼수록 왠지 정이 가고 자꾸 보고 싶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실험 대상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과학자들이 갖게 되는 애정이 이런 것일까 싶기도 하다.

초파리나 제브라피시를 대상으로 한 연구나

바다 가시고기와 민물 가시고기의 생활 환경에 따른 신체적 변화를 예로 들어

생존에 유리한 선택을 하는 진화론적인 관점들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지만

여기서는 이준호 교수가 주목하는 예쁜꼬마선충을 중심으로

세포의 분화과정을 밝히며 생명현상의 법칙들을 하나 둘 풀어간다.


 

성충이 되어도 약 1mm에 불과한 투명한 다세포생물인 예쁜꼬마선충은

대부분 암수 한몸인 자웅동체이고 드물게 수컷 예쁜꼬마선충도 있다.

예쁜꼬마선충의 생애주기는 탈피를 네 번 하고 성충이 되기까지 3일 정도 소요되며

2주 살면서 자손을 300마리 가량 출산한다.

생애주기도 짧고 번식력도 좋고 비용도 적게 드니 이만한 모델 생물도 없다.

흙 속에서 박테리아를 잡아먹지만 썩은 사과에 있는 대장균들을 특히 더 좋아한다.

그래서 이준호 교수팀 박사과정 학생들이 예쁜꼬마선충을 채집할 때는

과일을 키우는 비닐하우스를 찾아 썩은 과일 주변을 탐색하며

썩은 과일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는 곤충까지 같이 채집해 온다.

이유는 예쁜꼬마선충의 독특한 행동양식이 곤충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걸 이해하려면

예쁜꼬마선충의 다우어(휴면 유충) 단계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알에서 유충 단계로 넘어가자마자 예쁜꼬마선충은 생애 첫 중대한 선택을 한다.

자신이 살아갈 환경이 좋지 않음을 인지할 때, 이를테면 고온이거나 개체 밀도가 높은 경우

먹이 부족과 같이 환경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체적인 발생단계로 넘어가려고 하는 습성이다.

다우어가 되면 먹지도 않고 죽지도 않은 상태로 6개월까지 견딜 수 있으며

예쁜꼬마선충의 독특한 행동양식인 닉테이션 행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단계이기도 하다.

곤충을 같이 채집하는 이유는 바로 예쁜꼬마선충의 닉테이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함이다.

예쁜꼬마선충, 특히 다우어 유충의 닉테이션에 대해서

이준호 교수팀은 두 가지 질문을 설정하고 답을 찾기위한 실험에 돌입했다.

다우어 유충은 닉테이션을 어떻게 하는가.

다우어 유충은 닉테이션을 하는가.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외부 자극을 받은 특별한 신경세포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함으로써

근육이 수축 또는 이완되며 닉테이션 행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어떻게'에 관한 답은 확인을 했고 그 다음은 '왜'에 대한 답을 찾는 실험이 이어졌다.

과학 실험은 언제나 가설을 먼저 세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과정으로 진행된다.

"다우어 유충의 닉테이션은 히치하이킹이다."

대조군 플레이트에는 얌전히 누워 있는 예쁜꼬마선충을 두고,

실험군 플레이트에는 몸을 세워 흔들고 있는 다우어 유충을 두었다.

그리고 각각의 플레이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대장균이 노랗게 깔린 플레이트를 두었다.

예쁜꼬마선충은 냄새로 먹이를 탐지한다.

당연히 대장균이 있는 플레이트로 촉이 향하겠지만 이동 가능한 조건을 추가해야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예쁜꼬마선충이 히치하이킹을 할 수 있도록 똑같이 초파리를 넣어두었고

약 여섯 시간이 흐른 후 확인한 결과 놀랍게도 몸을 세워 흔들고 있던 다우어 유충 일부가

대장균이 있는 새로운 서식지로 이동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반면에 닉테이션을 할 수 없는 예쁜꼬마선충은 대장균이 있는 플레이트로 옮겨가지 않았다.

이 실험을 통해 예쁜꼬마선충이 왜 닉테이션을 하는지 그 이유를 밝혀냈다.

닉테이션은 바로 먹이가 없을 때 새로운 서식지로 옮겨가기 위한 생존본능이며

나아가 종의 확산을 위함이었다.

 

 

실험 과정을 책으로도 봤지만 알수록 흥미로워서 자발적으로 관련 동영상도 찾아봤다.

과학자들이 느끼는 희열과 재미가 이런건가 싶었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팩트임을 증명해낼 수 있는 순간이 주는 희열.

관찰 생물학에서 실험 생물학으로 바뀌는 시기에 모델 생물로서

1900년대에 초파리가 생물학계에 나타났고 예쁜꼬마선충은 196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렇듯 인류는 작은 생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통해

돌연변이를 찾고 이를 연구해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 지구별 생명의 신비를 파헤쳐가고 있다.

그 소명에 생물학이 끈기를 갖고 과학적 발전에 기여하며

후대에 지속가능하게 연결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니 과학자들의 존재가 달리 보였다.

예쁜꼬마선충의 삶의 방식은 인류의 삶과 죽음의 신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모티브)이 되었다.

신경세포 번호나 DNA 이중나선 구조 이런 건 사실 봐도 모르겠지만 (ㅋㅋ)

얕았던 생물학 지식에 또 한 번의 이정표를 만들어준

<매주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과의 만남이 감사했다.

생명현상의 비밀을 푸는 생명과학의 이로움을 비로소 발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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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 -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3가지 기준
김기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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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을 말하기 전에 확인하고 싶은 기준이 있을 것이다.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려 할 때 인간다움이란 어떤 품성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인간이 다른 동물들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한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인간이 동물 계열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보는데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다른 동물에 비해 지능과 협업능력이 탁월하다 보니

동시에 연속 선상에 있지 않은 특별한 종이라는 착각도 일으키곤 한다.

인간이 별종이라는 그 착각이 결국 지구 안에서 인간중심적인 사상을 부추기게 되었고

나아가 환경을 훼손하는 결과까지 초래한 지금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삶은 날로 풍요로워지고 있지만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한 관계로 정신은 점점 피폐해져 간다.

이렇게 가다간 결국 영혼을 상실해가는 생명체로만 남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다움'을 큰 덕목으로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을 마주하는 경험이 반복되면

한편으로는 인간도 동물과 다를 바 없다는 인간다움에 대한 냉소적 태도만 확장될 수밖에 없다.

인간다움에 대한 믿음과 인간다움에 대한 반발이 공존하며 대립하는 이 상황이

바로 인간다움에 대한 '인지부조화' 상태인 것이다.

현대인은 바로 이러한 인지부조화 상태에 놓여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서울대 철학과 김기현 교수가 <인간다움>에서 안내하고 있다.

이 책은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훈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우리의 열망을 담고 있는 '인간다움'에 대한 전통적인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이 생각은 어떤 변화의 압력을 받아왔는지 시대순으로 조근조근 강연하듯 풀어놓았다.

인간다움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분석해 보고

세상의 변화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서 겸손하게 의견을 제시한다.

인지부조화를 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남겨진 바로 그 '인간다움'보다 좋은 척도는 없다는 것이다.


 

짐승과 구분되는 인간의 어떤 품성을 '인간답다'고 말할 때

그 인간다움이라는 성품을 구성하는 3가지 재료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문명이 시작되기 전, 아주 오랜 과거에 형성된 공감​,

기원전 7-8세기 경 세상의 이치를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이자

이유있는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 정당하다고 검증된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말하는 이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다움의 가장 어린 자산으로 14세기 무렵에 형성되었고

자기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능력인 자유(자율)를 들 수 있다.

저자는 이 세 가지 재료를 가리켜 인간다움 삶을 지탱하는 3가지 기준이라고 말한다.

공감과 이성, 그리고 자율성이 바탕을 이룬 인류의 자산이 있었기에

현재까지 인간다움, 즉 인간의 도리를 수호해왔다.

현재 그 인간다움에 대한 도전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바로 인간다움에 대한 애착을 끌어올리기에 적시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본질적이고도 핵심적인 내용들을 입문에서 다룬 이 책은 그래서 버릴 문장이 없다.

그렇기에 필사하며 느리게 읽는 독자로서 완독하기까지 참 오래 걸린 책이기도 하다.

필사한 페이지가 지금까지 거의 넘버원 수준...^^;

반지성주의가 판치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이를 극복하는 데 많은 독자들에게 좋은 각성제가 되어줄 것이라고 감히 추천해본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입문에서 이미 다 풀어놓았다고도 보는데

가장 유의미하게 읽을 대목은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기준이나 인간다움의 중심을 이루는 부분이었다.

타인의 즐거움과 고통에 공감하기.

타인의 삶 존중하기.

나의 만족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지 않기.

이런 최소한의 도덕성만 갖춰도 인간다울 수 있다는 것.

다른 동물에게서 찾을 수 없는 '인간의 능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와 같은 '인간다운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이어서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인간다움의 세 가지 재료들이 겪었던 나름의 고난과 역경,

그 변천사를 만나볼 수 있는 지점들이 흥미로웠다.

나아가 미래 인간다움까지 조망해본 전체 흐름을 간략히 짚어보려고 한다.

이 과정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면서 부족한 나의 글을 보는 이들에게

유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지만 시작해보려 한다.

 

 


 

모든 피조물의 주인 노릇을 하며 다스리는 최고의 지위를 지닌 존재를 우리는 '영장'이라고 일컫는다.

원시부터 중세 사이에 이미 인간은 스스로를 지배자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불과 도구, 언어를 사용했으며 높은 지능과 손가락의 형태, 그리고 직립보행 방식이

인간이 지배자가 되는데 기여한 능력들로 나열한 지점이 놀라웠다.

채집생활을 하는 인간은 사실 물리적으로 야생동물들보다 힘이 약했음에도

선조들의 협동능력으로 생존경쟁에서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아 자연계의 영장이 되었다.

인류는 군집생활에 의해 가족 중심의 유대관계가 형성되었고

고대 도시국가 형태로 역사가 발전하게 된다.

이 역사적 발전은 조상에 대한 믿음이 신으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종교적 의식을 치르며 신화가 형성되다가 신 중심 세상에서 인간을 주인공으로 끌어올려준 이성이 출현한다.

신의 명령에 따라 수동적이고 운명론적이었던 태도에서

이성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원리를 파악하려는 방향으로 인간의 노력이 이어진다.

인간이 이성을 발휘하면 인간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생각들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 의해 확장되고 강화되어 간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들은

그래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성찰을 강조한 소크라테스의 유지가 인상적이었다.

"좋은 삶은 성찰을 통해 영혼을 돌보는 일이다."

이 문장은 <인간다움>에 대한 나의 책리뷰의 결말과도 일맥상통하다는 지점이 개인적으로도 소름!

고대 그리스 철학은 본능적 욕망과 이성을 선악으로 구분하며 이성 중심주의를 취하지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유기체론적 세계관이 관념의 또 다른 축을 이루며

개인의 사적영역을 인정하지 않는 채로 중세로 넘어간다.

현대까지도 고대 그리스의 철학은 인간의 삶을 본질적으로 바라보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되어주긴 하지만

자율과 자유를 갖는 개인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 점을 감안하고 볼 때 중세시대에 '개인'이라는 개념을 강조하기에는 여전히 요원한 일일 것이다.

'개인'은 주어진 역할을 수행해 공동체의 조화와 안정에 기여해야 하는 수단에 불과했고

그저 공동체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했다.

그러하니 당연히 개인적 욕망과 쾌락같은 사적인 것은 사회 평화와 안정에 장애요소가 될 뿐이고

인간다움으로 가는 길에 사적 영역은 불온한 것으로 비춰지게 된다.

중세 시대에 인간다움에 도달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그래서

유기체론적, 나아가 전체주의적 세계관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개인'이 형성되어야 인간다움에 대한 논의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적인 배경을 안고 당시 아테네 중심의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 중심의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30년 동안 치른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통해 그리스는 지역의 주도권을 상실하며 결국 패하게 된다.

그 즈음 그리스 북동쪽에 위치한 마케도니아의 국력이 커지면서 알렉산더에 의해 제국이 건설되고

이어 그리스와 아시아 문화가 결합된 헬레니즘 문화가 탄생하게 되었다.

마케도니아가 쇠락할 무렵에는 로마 제국이 영토를 확장하면서 세력을 키우게 되고

두 제국간 전쟁으로 혼란의 시대가 지속된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다 보면 인간은 종교를 통해 심신이 편안한 세계를 동경하게 되고

반작용으로 이성의 역할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이 때 배타적인 민족 종교였던 유대교가 예수의 출현으로

율법보다 복음이 구원에 이르는 핵심이 되면서

모든 인간을 위한 구원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보편 종교로 전환,

유대교도 기독교로 발전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기독교는 로마 제국에 의해 313년 밀라노 칙령이 공포되었고

기독교와 그리스도가 유럽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후 1000년에 걸쳐서 평등주의 사상이 확산되면서

근대의 존엄한 개인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성은 사실 고대에 잉태되었지만 중세의 유기체론적 세계관에 막혀

개인의 평등한 자유와 인권을 옹호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었다.

중세에 묻혀 있던 평등 의식과 개인의 내면 세계는 근대에 들어오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색, 휴머니즘, 인본주의 운동이

인간다움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된 것이다.

문학과 예술을 향유하는 존재라는 걸 인식하게 해준 르네상스,

기존의 가톨릭에 대한 도전과 인간의 저항을 보여준 종교개혁,

14세기 왕권에 밀린 교황청이 프랑스 남부 아비뇽으로 옮겨져

70년간 유폐된 사건 아비뇽 유수는 모두

교회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가는 결정적인 역사적 고리를 이룬다.

부패하고 비도덕적인 사제들이 개인을 구원해준다는 믿음에서 불신으로 바뀌었고

전통과 계급주의적 권위주의에 의해 형성되었던 고정관념으로부터

세계에 대한 지식을 해방시킴으로써

개인의 판단력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커져간다.

이러한 근대에 등장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경험론과 르네 데카르트의 인식론은

방법의 차이일 뿐 권위주의를 배격한 개인주의 선언이었다.

나아가 개인주의에서 출발해 새로운 사회적 규범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으로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존 로크의 사상이 출현하기도 하였다.

16-18세기에 걸쳐 평등하고 자유로운 계몽 시대 속에서 이성에 대한 반발로

쾌락과 욕망을 아우르는 정념이 이성보다 더 우월하다고 강조하는 데이비드 흄

더 나아가 욕망의 영역이 도덕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공리주의까지

공감에 주목한 철학자들의 주장이 등장하면서

이성과 신앙에 의해 통제되었던 당시로서는 '악의 축' 같았던 욕망의 영역이

근대에 들어와 죄의식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줌으로써

이성과의 위상에 도전장을 던졌던 근대를 지나간다.

근대에 들어와 개인이 탄생하면서 공감, 이성, 자율이 어우러져 주목을 받게 된다.

인간다움의 개념이 모습을 갖추어가게 되었지만

18세기 후반 다시 이성은 산업혁명으로 인해 공격을 받기 시작한다.

과학적으로 발전하면서 산업사회를 이루었지만

일부의 개인은 가난해져서 그 이전시대보다 더 살기 어려운

인간성 상실의 시대, 인간의 존엄성 붕괴의 시대를 살아야했다.

과학 발전으로 모두가 행복할 거라는 계몽 시대의 꿈은 빛이 바래지고

이성이 가져다준 과학과 산업에 대한 회의감만 깊어진다.

이쯤에서 인간은 특별할 것이 없으며 이성에 대한 의심을 강화시켜준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하고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니체는 이성을 부정적으로 것으로 묘사하기에 이른다.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서도 늘 관심이 많지만 여기서는 언급만 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다만, 현대에 와서 새로운 사상적 패러다임을 만든 이론으로

다윈의 진화론과 니체의 사상, 프로이트, 그리고 마르크스주의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짚고 간다.

니체는 일반적 원리나 보편성이라는 틀에 인간의 고유함을 묶어두는 것에 반대하며

이성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삶은 근원적으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고통을 존재의 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니체의 사상에

개인적으로 오래 전부터 동의했던 바이기도 하다.

고통과 갈등으로 인해 모든 인간은 괴로워한다.

절대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고통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일 뿐, 인간은 모두 고통을 느끼지만

니체는 이러한 고통이 때로는 인간을 성장시키고 개인을 탁월하게 인도하는

긍정의 디오니소스적 입장이라라는 점에 개인적으로 한번 더 주목하게 된다.

인간의 윤리와 도덕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이러한 고통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사랑하라고까지 했었다.

Amor Fati!

(나의 신용카드에 새겨진 문구이기도.)

고통에 굴하지 않고 도리어 힘을 키워나간다?

평범한 인간으로선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도덕과 계율을 넘어서면

위버멘쉬, 초인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도 하였다.

문득 이러한 궁극의 인간, 탁월한 인간을 내 주변에서 과연 죽기 전에 볼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니체는 기존의 고정관념과 도덕 체계에 그야말로 망치를 든 철학자가 아닐 수 없다.

이성에 대한 반발로 프로이트 또한 인간 행위와 삶을 지배하는 동력으로

이성이 아니라 무의식과 성적 본능에서 찾았고

마르크스는 도덕과 이념의 근원을 인간의 이성이 아니라

경제적 구조에서 찾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유가 모든 개인에게 선물로 주어진 것 같지만

사실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아 자유롭다고 환상을 가질 뿐이라고 말한 지점에서

그의 통찰력이 이 정도였구나 사실 개인적으로 감탄하면서 읽었다.

실제로는 부정의한 사회구조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노동자)은

부르주아와 자본주의의 노예로 전락했다고 보았다.

간섭이 없는 소극적 자유만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은 자본을 가진 유산계급만 시장을 독점하게 될 것이고

노동자 대중은 그저 부르주아 생산자들에 의해 노예화되어

급기야는 삶이 비참해질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너무 정확한 거 아닌가...ㅠㅠ)

<자본론>을 편집했던 엥겔스 역시 개인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

소극적 자유를 강조하다 보면 자본주의만 강화시키게 되고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고도 했었다.

현재를 살면서 주변을 둘러 보니 이들의 예언에 부동의할 수 있는 '용자(용기있는 자)'가 있을까 싶다.

부르주아는 이기적인 계산만 할 뿐이고 인간과 노동의 가치는

인격적인 것에서 멀어지며 교환의 가치로 전락되었음을 목격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마르크스의 주장은 자신의 삶에 대한 자율적 통제권, 즉 적극적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동자를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사회주의를 주장했지만

안타깝게도 자유주의, 자본주의와의 경쟁에서 무참히 패배하고 말았다.

마르크스와 그의 사상도 나의 영원한 관심사였는데

김기현 교수의 <인간다움>이 불을 지폈다...!

이 책 끝내고 나서 조만간 내 책장에 있는 마르크스 관련 책들을 모조리 소환해야겠다.

이성, 공감, 자유가 이렇게 현대에 와서 다윈, 니체, 프로이트, 마르크스를 통해

다방면에서 공격을 받게 되었고 현재는 인간다움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져

우리 모두가 인지부조화 상황으로 몰려 있는 상태인 것이다.

무한 경쟁, 탐욕주의, 물질의 노예, 인간성 상실, 지배에 종속된 인간...!

모두 자본주의의 폐해로 언급되는 키워드들이다.

지금의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모습들이어서 여전히 마르크스의 비판이 울림을 주나보다.

자본주의 체계 속에서 사회구조의 부조리는 여전하고

실체는 점점 교묘하게 뒤에 숨어서 인간의 존엄성을 갉아먹는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떠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까?

개개인에게 주어진 소명을 이야기하면서 이 책은 끝난다.

인간다움을 보존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How.

타인도 나만큼 존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연대하는 가치를 인식하고 강화하는 것.

그래서 <인간다움>에 대한 논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인지부조화를 넘어서는 방법은 존중의 태도, 역지사지의 태도로 가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좀 더 구체적으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

질문에 대한 답은 책 속에 있는 이 두 문장으로 갈음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 스스로가 자율적 성찰을 통해 이성을 발현함으로써 공존의 윤리에 도달해야 한다.

인간다움은 그럴 때만 이루어진다.

누가 시켜서 하는 성찰이 아니라 '자율적'이어야 한다.

스스로 자기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인간다움의 세 가지 재료는 모두 갖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발휘될 수 있게 깨우느냐, 잠들게 내버려두느냐의 차이이지 않을까.

2024년 연초부터 올해 최고의 책이 될 것이라고 감히 예상해 본다!

서가명강 서포터즈가 되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혜택이었다.

앞으로 김기현 교수의 신간도 주목할 것이고

지인들에게 선물하기에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단연코 나는 <인간다움>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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