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 (양장) - 내 삶의 철학이 되는 지혜의 모든 것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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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하라던 니체의

'Amor Fati' 문구를 좋아해서 신용카드에도 새겨둘 정도로 니체를 좋아한다.

그런 니체에게 철학적 영향력을 끼쳤던 사람이 바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이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는 게 고통이다." 라는 철학적 사유를 접한 뒤로 망치를 얻어 맞은듯한 충격을 받았더랬다.

니체가 궁금해서 책을 읽다가 이 문장을 접했고

또 언젠가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꽂혀서 찾아보다가

비슷한 결을 느끼고는 이제서야 영향을 준 쪽과 받은 쪽을 확실하게 알았다.

시대마다 중요한 변곡점을 남기는 경우는

현대에 와서는 전쟁이 결정적이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매번 기존의 권위적이고 전통적인 철학적, 과학적 사고방식을 뒤집는

새로운 이론이나 사상들이 출현하는 때였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니체뿐만 아니라 프로이트 역시 많은 영향을 받았었고

이들의 사상이 세상에 전파되기 이전의 시대는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인 시대였기에 더더욱

당시로선 논란의 중심에 서는 철학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현대인들은 무슨 이유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찾으며 또 곱씹는 것일까.

그의 철학에는 덮어놓고 긍정하면서 정신 승리하자고,

분명히 사는 게 힘든데 그냥 모르는 척 외면하면 좀 나아질 거라고

자기최면하는 위선적인 철학과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독설인거 같은데 그냥 흘려들을 수 없고 희한하게 설득된다.

피하면 그 순간은 마음이 편할지 모르겠지만

나를 둘러싼 고통은 다시 나를 찾아오고 반복되어 그 고통을 강화시킨다.

이렇듯 비록 사는 게 힘들긴 하지만 자유의지가 있는 인간이라면

다시 쇼펜하우어가 남긴 아포리즘을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각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러한 인간다움은 후대로 전승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대표적인 염세(厭世)주의자, 쇼펜하우어.

한자어를 풀어 보면 어렵지 않게 '세상을 싫어하는 사람' 이라는 게 예상이 된다.

그렇다.

염세주의는 세계나 인생을 부정적으로 보는 철학적 입장을 말한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세상 뿐만 아니라 인간도 싫어한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를 가리켜 염세주의자,

나아가 인간혐오주의자라고까지 살벌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표현도 무리는 아니다.

그가 말하기를, 인간은 생물 중에서도 가장 어처구니없는 존재라고 했고

인간보다 개가 낫다고까지 말했으니까.

더 나아가 그는 생은 추악한 것이라고도 하였다.

이런 부정적인 말들만 콕콕 집어서 단편적으로 접하다 보면

혹여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알고 싶지도 않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쉽게 쓰여진 인문학 자기계발서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으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조금 더 쉽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의 철학에는 체험적 진리가 응축되어 있다.

문장 하나하나가 아포리즘으로 다가와 강렬하게 꽂힌다.

그래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모른 채로 인생을 살 수는 있지만

한 번만 접하는 것으로 끝나진 않는다.

그의 염세주의적, 인간혐오주의적 사상을 갖게 된 연유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보통 유년시절의 경험과 환경에서 비롯된다.

아버지보다 20살 어렸던 어머니는 그야말로 쇼펜하우어보다 더한 독설가로 알려져 있다.

(유전이 참 무서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막대한 유산을 물려 받고도 어머니는 문란한 사교계 활동만 할 뿐이었다.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을 받아보지 못한 쇼펜하우어는 갈수록 어머니와 사이가 나빠지면서

여성에 대한 혐오가 짙어졌고 결과적으로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그였다.

아... '헤겔'이라는 이름의 개 한마리를 키우며 살았다고는 한다.

쇼펜하우어가 살았던 당시 철학자들 중에 헤겔이 워낙 유명했는데

이를 인정할 수 없었던 쇼펜하우어가 개에게 이름을 붙여 화풀이를 했다고도 전해진다.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

목차

Part 1. 나 자신을 위하여

Chapter 1. 내 안에 숨겨진 이기적 유전자를 깨워라

Chapter 2. 운명의 여신은 두 팔 벌려 맞이하라

Part 2. 처세에 관하여

Chapter 3. 슬픔은 어떻게 삶의 지혜가 되는가

Chapter 4. 삶의 무기가 되는 인간관계를 그려라

Part 3. 인생에 대하여

Chapter 5. 진짜 인생은 괴로움과 위기를 동반한다

Chapter 6. 철학적 사색을 낳은 죽음에 대하여

세상은 악과 고통으로 가득차 있고

인간은 욕망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는 구제불능의 존재이며

인생은 고통(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시계추와 같다고 했던 쇼펜하우어.

그런데 하나하나 그의 철학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부정할 수 없는 인생의 본질들을 쏟아낸다.

욕망이 뭔가?

자기 자신만의 기준이 아닌 세상의 부조리한 잣대를 하염없이 갈구할 뿐이고

밑빠진 독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끝끝내 충족되지 않는 고통으로 인간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이 정체를 인간은 정작 인식하지 못하고 평생 가스라이팅을 당할 뿐이다.

고통의 원인을 대부분 바깥에서 찾는데 이 또한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탓하고 책망하라는 것이 아니다.

욕망의 근원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라는 것으로 읽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별력이 선명해진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진다.

인간은 고통이나 걱정이 없는 건 잘 느끼지 못하면서

조금만 있어도 그것을 확대 해석하고 과거의 나쁜 기억과 미래에 대한 예측을 부정적으로 확장시킨다.

평소에 행복한데도 잘 느끼지 못하다가 불행할 때가 되서야 비로소

행복을 떠올리게 되고 상기시키는 한계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 지점에서 유의미하게 다가온 문장은 바로 이것이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라."

쇼펜하우어는 행복이나 쾌락을 추구하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재앙이나 슬픔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진정 현명한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나를 슬프게 했던 것이 알고 보니

가치가 없는 것임을 알게 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그런 슬픔과 고통이 없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살아볼만한 것이니까.

어차피 채우는 행위는 인간에게 끝도 없다.

하나를 만족하고 나면 또 다른 것을 채우기에 급급하여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인 것이니까.

 


 

애정하는 나의 독서 공간 스타벅스에서

쇼펜하우어의 통찰력을 보여주는 압축된 짧은 문장들,

그의 아포리즘들을 하나 둘 적어 보았다.

* 인간은 활동 범위를 제한하는 데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 지배적인 힘의 원천은 지혜와 힘과 행운이다.

* 현명한 사람은 기쁨을 찾기보다 슬픔이 없기를 요구한다.

* 세상을 살아가려면 많은 주의와 관용을 필요로 한다.

* 사람이 욕구를 갖는다는 것은 대단히 번거로운 일이다.

* 인간이 동물보다 고통이 많은 것은 인식능력이 높기 때문이다.

* 인간에게 죽음이 없었다면 철학적인 사색은 없었을 것이다.

* 자연은 삶과 죽음 사이에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 세상을 살아가려면 많은 진심과 관용을 필요로 한다.

* 인간은 매우 주관적이며 흥미있는 것은 오직 자신 뿐이고

그 밖에는 아무 흥미도 느끼지 않을 정도이다.

인간은 우선적으로 자기 자신부터 생각한다.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 중에서

특히 마지막 문장은 정말 너무 딱 맞다!

인간의 본성과 세상의 악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던 쇼펜하우어는

우선 이것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남은 생이라도 지혜롭게 살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서재에 유일하게 걸려 있었다는 사진이 바로 쇼펜하우어였다고 한다.

사상가에 가까운 소설가 톨스토이 역시 인간에 대한 깊은 탐구와

삶의 진리에 대한 통찰이 예리했던 작가였기에

니체와 프로이트에 이어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영향력을 입은 사람들 명단에 이름을 얹어야할 듯 싶다.

읽는 사람마다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들이 다른 것들로 각인될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자기계발서로도 손색없을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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