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3
메리 셸리 지음, 김나연 옮김 / 앤의서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동안 읽고 싶었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앤의서재 출판사 책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제대로 읽기 전에 대략 들어본 바로는


앤젤라 카터의 <피로 물든 방>이나 셜리 잭슨의 <제비 뽑기> 같은 고딕 소설,


그리고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에서 마사가 나오는 장면이 풍기는 


그런 비슷한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경험해 보고 스스로 판단할 일이었어요, 역시!


호러, 서스펜스 , 공포 느낌보다는 연민의 시선으로 보게 되는 소설이더라구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의 행위를 보면


과학의 위험성을 알리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희한하게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낸 그 피조물인 괴물에게 


자꾸만 연민의 감정이 생기더라구요.


소중한 가족들과 친구, 사랑하는 아내를 죽인


괴물에 대한 복수심으로 치닫는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달리


괴물은 오히려 이성적으로 자신의 요구사항을 굉장히 설득력있게 이야기하거든요.


인간의 언어와 감정, 사회에 적응하기까지 빠른 속도로 습득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던 괴물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이 세상을 힘과 그만의 능력으로 정복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 중에 하나인 그것,


외로움을 나눌 친구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괴물에게 주어진 삶의 시작은 하나의 생명체로 이 세상에 빅터에 의해 창조되었지만


인간들에게 이해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었던


그저 평범한 인간의 본질을 점점 보여주었던 부분이 


제가 가장 몰입했던 지점이었어요!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고 


빅터가 괴물의 친구를 만들어 주지 않는 한,


괴물 또한 빅터의 가족과 친구처럼 결국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


마치 신과 같은 능력을 보여줬지만 그도 결국은


영원할 수 없음을 암시하는 듯!







메리 셸리는 소설 <프랑켄슈타인> 을 쓰기 전에


남편이었던 퍼시의 삶에서 소설의 영감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의 신비학자이자 연금술사인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의 책을 접하며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빅터의 이야기가 소설에서도 나오는데


메리 셸리의 남편 퍼시 역시 그러했다고 해요.


당시 과학이 지금만큼 발달한 것도 아니고 


당시에 오히려 과학을 사실로 접근하기 보다는 


마술과 같이 경이로운 시선으로 봤다고 하니


그렇게 만들어진 괴물이라는 생명체가 온전하게 창조되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갈수록 인간을 알아가는 습득 능력이 정말 신의 경지 같기도 하고.^^;







악마의 존재가 등장하는 이 장면은


개인적으로 몰입도 최고조를 찍었던 순간!


<프랑켄슈타인> 같은 소설은 정말 영화나 뮤지컬처럼


다른 형태의 예술작품으로 만나도 너무 흥미롭고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아직까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을 보지 못했는데


소설을 접했으니 조만간 뮤지컬로 만날 날도 당겨질 듯 하네요.^^









"나는 내가 태어난 날을 저주한다. 


나의 창조주를 혐오한다. "




사랑받고 싶은 대상이었던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보려 하지 않고


흉측한 겉모습만 보고 괴물이라고 치를 떠는 모습에


 자기혐오까지 더해져서 마지막 희망으로


외로움을 나눌 친구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데요.


부단한 노력과 설득으로 프랑켄슈타인의 약속을 받아내지만


결국 괴물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는 프랑켄슈타인의 의도를 알고


처절하게 그의 소중한 사람들을 차례차례 죽이게 됩니다.


빅터와 괴물 모두 복수심에 불타는 전개로 결말까지 나아가는데요.


슬픈 둘의 엔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이 소설을 처음으로 열었던 화자는 로버트 월턴.


북극을 항해하던 선장이었고 


그가 북극에서 만난 이방인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이었습니다.


그에게서 신비롭고도 희한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록해 두었던 것을


로버터의 누이 마거릿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전하게 되죠.


월턴으로 시작되었던 소설의 화자가 프랑켄슈타인도 되었다가,


중간에 악마가 프랑켄슈타인과 대화를 하기도 하죠.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어지고


끝까지 흡입력있게 전개되는 소설이었어요.


근래에 이렇게 재밌게 읽은 소설이 있었나 싶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주워들은(?)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하는 양 호기심으로 세상에 없던 생명체를 만들었었죠.


막상 흉측한 악마의 모습을 보더니 도망갔으면서


버려진 악마가 복수심으로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죽이니까


그 때가 되서는 복수하기 위해 괴물을 쫓는 모습은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 그 자체였습니다.


어떤 인간보다도 공감할 줄 알고, 사랑을 베풀었던 악마였지만


인간으로 인해 상처받고, 철저히 버려진 괴물에게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어요.


 괴물이 느끼는 상처와 상실감은 프랑켄슈타인이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것에 


결코 지지 않을 만큼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세상에 이렇게 위험한 존재를 만들어 냈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과학의 위험성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지만 


좀 더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괴물을 통해 저는 인간의 본성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고


시 사회 문제에 대한 작가의 인식도 눈여겨봐야 할 소설인 것 같아요.


소설 <프랑켄슈타인> 의 작가 메리 셸리는 당시 


노예 해방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고 해서


그 지점을 염두에 두고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인간의 삶과 사회상을 보여주는 것이 문학이고 소설이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어서 참 읽어내기가 녹록치 않은 장르이긴 하죠.


어렵지만 읽어냈을 때의 그 희열을 이겨내는 것이 또 없어서 


제가 문학덕후가 된 것이기도 하구요.^^


여러모로 오독하기 쉬운 소설 중에 하나가 바로 


<프랑켄슈타인> 이 아닌가 싶기는 한데 


소설의 매력은 또 재미 아니겠어요?


우선 작가가 의도하는 것을 찾아내려고 소설을 읽으려고 들면 


머리만 아파지니까 다른 건 다 접고 그냥 이야기에 몸을 맡겨 보세요.


재미 보장합니다.^^


이렇게 재밌는 소설이라고 왜 주변에서 얘기를 안 해줬나 싶을 정도였어요.


19살에 쓰기 시작한 소설이라니 한 번 더 놀라울 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랑켄슈타인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3
메리 셸리 지음, 김나연 옮김 / 앤의서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살에 쓰기 시작한 소설이라니 믿기 어렵도록 재밌게 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 - 인생의 여행길에서 만난 노시인과 청년화가의 하모니
나태주 지음, 유라 그림 / 북폴리오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다렸던 책 한 권이 나왔어요.

 

오랜만에 만나보는 시화집입니다.

 

그것도 나태주 시인이 참여한 북폴리오 신간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 을 만났어요.^^

 

책표지를 유라의 그림 중 하나를 골라 채웠는데

 

조금 아쉽다면 뒷표지처럼 앞표지도 무광으로 했으면 더 예뻤겠다는 생각이.....


걸스데이 멤버로만 알고 있던 유라가 알고 보니 울산예고 미술과 졸업에

 

이렇게 그림 실력이 좋은 줄 이번에 처음 알았지 뭐예요.^^

 

지금 시니가니 세대는 유라를 잘 모를 수도 있어서

 

이 책을 보여주면 화가가 사실은 과거에 아이돌이었다는 것이 

 

아마 연결이 안 될지도 모르겠네요.

 

유라로서는 참으로 영광일 것이 최근 2년간 유라가 직접 캔버스에 작업했던 그림들을 보고

 

나태주 시인이 모든 시를 다 새로 썼다는 것!

 

 "봄이 피고 여름이 흐르고 가을이 익고 겨울이 내리다" 

 

라는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 이번 시화집에서는 

 

유라의 그림을 보면 그 계절이 바로 연상되는 행복감을 선사해 줍니다. 

 

거기에 나태주 시인의 시가 더해져서

 

계절과 여행을 노래하는 서정적인 완성품이 되죠!

 

책 속에 들어가 있던 멋진 유라의 그림들로 12달을 채우고

 

한 폭으로 연결한 2022년 캘린더는 덤입니다.^^

 

4계절과 여행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이번 시화집 속 나태주 시인의 시 중에서도

 

저는 "풍경" 이라는 이 시가 참 좋았어요.

 

여행이라면 저도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특히 제주도의 경우 갈 때마다 늘 이방인인 나를 따뜻하게 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데

 

나태주 시인이 제 맘 속을 다녀갔는지 딱 제 마음을 표현해 주셨더라구요.

 

인간과는 종이 다른 나무나 풀들과 물론 교감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겠지만

 

마음으로 먼저 말을 거는 사교성을 발휘하고픈 마음이 생기게 하죠, 여행이라는 것은.

 

나는 여기에 와서 너무 좋은데 너희들도 좋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풍경이 나를 한 가족으로 받아줄 때

 

비로소 편안하게 숨도 쉴 수 있게 된다는 것!

 

현학적이거나 어렵지 않게, 우리의 일상어로도 충분히 감동을 주는 

 

나태주 시인의 시는 언제 봐도 참 마음이 훈훈해 집니다.

 

"풍경" 이라는 이 시가 어디 제 마음만 대변하는 시이겠습니까.....

 

저와 같이 공감하는 분들이 많으실 거 같아요.

 

이것이 바로 시의 보편성이 갖는 힘이겠죠!

 

똑같은 시를 보면서도 각자가 다 내 마음 같다고 느끼게 되는 것.^^

 

 

 


"너를 사랑함으로 하여

 

더욱 내가 순해지고 깊어지고

 

끝내는 구원받는 그 어떤 사람이고 싶은 것

 

이것이 나의 마지막 소원이기도 하다."

 

 

 

똑같은 시를, 똑같은 사람이 보는데

 

왜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 걸까?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한 줄이 왜 오늘은 더 가깝게 다가온 느낌이 드는 걸까?

 

개인적으로 늘 궁금했던 것이었습니다.

 

시란 그렇게 섬세하고도 내밀한 인간의 심리 그 어디에 닿아 있는 것인가 봐요.

 

그래서 함부로 못하고 조심스럽게 다루고 싶은 건가 봐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나태주 시인의 시와

 

유라의 아름다운 그림이 하나로 어우러진 멋진 시화집이었습니다.

 

왠지 여행지에 가면 조용한 동네책방에서 더 많이 만나게 될 것만 같은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 이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아레 칼뵈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르웨이의 책을 읽은 적이 있던가?


블로그를 찾아 보니 제가 좋아하는 Take on me 의 가수 A-ha 가 노르웨이 출신이라는 글이 뜨네요.^^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라는 부제로는


저자 아레 칼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가늠하기엔 부족하겠다 싶은 에세이였어요.


30~40년 전까지만 해도 도시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등산과 야외 활동이


이제는 대중적인 취미 활동이 되어버린 노르웨이인들의 모습을 


 때로는 반어적인 표현으로 비꼬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기도 하고


코미디언인 저자 특유의 유머가 더해진 문체가 가독성과 흥미를 높여줍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소음보다는 널찍하고 조용한 환경에 익숙한 사람.


새로운 일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단조로운 일상에 익숙하고 자연 속에서 자란 사람.


크로스 컨트리 스키 선수로도 활약했을 정도로 신체를 움직이는 일에도 익숙한 사람.


사람들이 많이 모인 도심의 중심가에서


목적지를 따로 생각지 않고 정처없이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저자 아레 칼뵈는 자신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렇게 의문을 갖죠.


자연 속에서 등산, 스키, 스키 점프 등 자신도 이렇게 활동적인 것들을 즐겼던 경험이 있는데


나는 왜 자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까?


언젠가부터 펍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았던 유머 감각이 풍부한 친구들이,


그리고 수많은 노르웨이인들이 산 사진을 찍거나 눈 위의 스키 자국을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포스팅을 하고 있는 거예요.



#눈위에서맞는행복한아침, #자연이최고, #밖으로나가,


#소파에서내려와, #야외가최고, #자연속에서의삶이최고, #산정상, 


#집안에서멀뚱멀뚱바보되지않기, #ilovenorway,


#산꼭대기에서바지를벗은채하늘을향해두팔을뻗는것은행복을향한지름길



저자는 자신의 삶에 의문이 생길 때면 계시를 받는 듯


자연 속으로 향하는 사람들에게 주목합니다.


살아가면서 삶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한 번쯤은 누구에게나 오는데


그럴 때면 사람들은 자연에 애정을 갖게 되는 된다고.


그런 순간은 저도 제주도 여행 중에 발견하긴 했었죠.^^


그런데 여기에서 코미디언 특유의 관점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유머 감각과 머리숱을 잃어버리는 시기에 등산을 시작한다는 것.


유머 감각과 머리숱이 동시에 사라진다는 생각까진 재밌게 받아들였는데


너무나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는 듯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좀 다른 생각이 들기도.


사람에게 진지함이 있다고 해서 유머 감각이 사라진 것이라고 보는 게 맞는 건가 저로선 의문이 생기기도 하더라구요.


모든 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돌아가면 유머 감각을 상실한 것으로 보는 저자의 생각이


너무 이분법적인 시각 아닌가?  물어보고 싶더라구요.


유머 감각을 유지하는 삶에 대한 긍정이 너무 강하다 보니


다른 면모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보이기도 하지만


기조가 강한 것은 아니어서 뭐 사람은 다 다를 수도 있다 가볍게 넘어갑니다.


일부 저자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어서 살짝 불편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요.





등산을 하는데 이렇게 한 줄로 가는 노르웨이인들.


워낙 인기 있는 곳이어서 이런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나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향하는 사람들을 아레 칼뵈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들이 왜 자연을 좋아하는지, 친구들을 뺏긴 기분도 들고


한편 너무나 알고 싶은 호기심으로


자신도 반강제적으로 등산을 감행하면서 펼쳐지는 에세이,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등산을 좋아하는 건 한국 사람들도 지지 않죠.


처음에는 타인의 욕망이 마치 자신의 것인 듯 착각해서 등산을 시작한다고 하지만


직접 경험해본 후에는 그 착각의 정체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계속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등산이 자신에게 주는 의미와 가치가 전과 달라져서 지속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구요.


그 의미와 가치는 사람들마다 행복에 대한 만족도가 다르듯이 일정한 기준이나 잣대는 없다고 생각해요.


건강이나 외모 등 구체적인 결과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솔직히 운동을 할 필요가 있냐고 에세이 초반에 저자가 묻기도 했는데


행복을 위해 건강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들도 있고,


등산이 자신의 외모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잘 맞는다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건강이나 외모를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 말고


바쁜 현대인의 생활에서 벗어나 자발적 고립을 위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 사람들 중에 제주도 오름을 즐겨 찾는 저도 해당되겠네요.^^





산의 정상에 올라가서 이렇게 두 팔 벌려 환호하는 행동이 마치


종교인들과 다르지 않다는 저자의 관점도 재밌었어요.^^


왜 믿어야 하는지 말로 설명하기는 참 어렵고 잘 모르겠는데


난 그냥 이 종교를 믿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사람들 앞에서 야외 활동이나 산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대놓고 말할 경우,


사회 부적응자나 패배자로 간주될 확률이 크다고 해요.


저자의 말을 들어 보면 등산 애호가들과 종교인을 비교하는 저자가 이해되기도 하구요.


현대로 오면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에너지와 소음을 발산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마다 신을 찾는 대신 자연을 찾는다는 시각도 흥미로웠어요.


과거 종교의 영향력 만큼이나 자연이 지금은 개인을 세상과 타자로부터 자유롭게 할 정도로


영향력이 너무나 커진 현재를 보여주기도 하구요.





 

저자는 산에 빼앗긴(?) 자신의 친구들을 되찾을 수 있겠다는 바램으로 그들을 이해해보고자 노력합니다. 


나아가 노르웨이인들이 자연을 찾는 이유와 그들의 행동을 통해서


노르웨이인들이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어요.


자연 속에 스며들면 나 자신이 얼마나 작고 미미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등산을 시작했다는 아레 칼뵈는


이제 어떻게 생각이 바뀌었을지도 궁금해 지네요.^^


지금 내가 즐기고 있는 활동들이 나에게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주고 있는지


내가 원하는 인생의 의미가 과연 이것이 맞는 건지 정확히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허풍과 거짓말로 감추는 이들에게 저자는 코미디언답게 풍자의 도구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노르웨이인들이 생각하는 자연의 의미를 유쾌하게 파헤치는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심각하지 않게 다루고 있어서 가볍게 읽기 좋은 북하우스의 에세이였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세이스트 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어디까지나 존중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매우 인상적인 에세이를 만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공이 깊은 분들의 에세이도 이따금씩 만나보긴 했는데

 

이번에 만나본 황정은 작가의 첫 에세이 <일기> 는 아주 찐~~하게 다가온 책이었어요.

 

포켓북 만큼이나 보통 책의 판형보다 작아서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읽기 좋게 생기긴 했는데

 

속에 들어있는 알맹이는 아주 꽉~ 차 있습니다.

 

읽다가 관심도 없고 몰입도 잘 안 되는 내용들이 있으면 보통 억지로 읽어내려 하지 않고

 

가볍게 넘어가는 편인데 그런 부분이 하나도 없었어요.

 

때로는 강력하게 말하고 싶은, 공유하고 싶은 이 사회의 메시지도 전하면서

 

어떨 때는 혼잣말 하듯이 가볍게 스리슬쩍 넘어가기도 하고.

 

황정은 작가의 책은 <연년세세> 연작소설이 처음이었고 이번 <일기> 라는 에세이가 두 번째 만남인데

 

가만 보면 황정은 작가의 문체가 듣기 싫은데 내 말 좀 들어보라고 억지로 붙잡아두는 스타일도 아닌 것 같은.

 

그냥 제 느낌입니다. ^^

 

 

 

 

 

작가의 말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어떤 날들의 기록이고 어떤 사람의 사사로운 기록이기도 해서,

 

그것이 궁금하지 않은 독자들이 잘 피해갈 수 있도록 '일기' 라는 제목을 붙여보았습니다."  라고.

 

독자들이 잘 피해갈 수 있도록 길까지 친절하게 열어 주긴 했지만

 

피해 갈건지, 그 길로 갈 건지는 뭐 어디까지나 독자 맘이니까요.^^

 

저는 '일기' 라는 제목보다도 #황정은 #에세이 # 창비  라는 해시태그가 더 크게 눈에 들어와서

 

피하기는 커녕 기꺼이 두 팔 벌려 안고 싶었습니다.

 

어떤 책들은 기대를 저버리곤 하지만 이번에는 저의 촉이 맞았어요.

 

기억에 남을 또 하나의 책을 만났습니다.

 

기억에 남는다는 건, 나도 인지하지 못하는 어느 한 구석에 박히게 되었다는 것이라

 

이런 책을 만나게 되면 어딜 가나 추천하게 되거든요.

 

작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책으로 오랫동안 소장하고 싶은 그런 책이 되었고

 

동시에 #황정은 이라는 이름도 이번 책을 만남으로 해서

 

저의 애정하는 작가 리스트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  

 

연작소설 <연년세세> 도 충분히 좋았는데 거기에 황정은 작가의 첫 에세이 <일기> 가 확실히 각인시켜 주는군요. 

 


누구든지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 감정들과 겹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되면

 

다른 누군가에게 끌리기 마련.

 

어떤 책을 만나든 겉표지를 꼼꼼히 살피는 습관 때문에 뒷표지에 있는 이 글을 가장 먼저 만났는데


황정은 작가의 첫 에세이 <일기> 를 제대로 읽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놓였다고 할까요?

 

최소한 이 책을 읽는 나의 시간이 아깝진 않겠어~ 라는 생각에.

 



당신이 내내 건강하기를 바랐다.

 

지금도 당신의 건강, 그걸 바라고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우리가 각자 건강해서, 또 봅시다.

 

언제고 어디에서든 다시.





황정은 작가의 말과 조금은 다르지만 결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저의 말은 이것입니다.

 

사람들과 헤어질 때도 다음을 기약하며.....

 

저랑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에서든 소통하는 모든 분들은 아실 거예요.^^

 

 

모두들 무탈하기를.



그래야 우리의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으니까요.

 

또한 각자의 나날들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경의중앙선과 호수공원이 보이는 파주로 이사하고 나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허리 디스크 질환을 겪으며 건강이 매우 안 좋았던 그 때로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

 

 열심히 운동을 시작했다는 황정은 작가.

 

데드 리프트 90개, 스쿼트 60개, 플랭크 3분을 기본으로 하고 푸시업도 하고.

 

때로는 동네를 달리거나 산보도 하고. 

 

의식해서 호흡하고, 먼 것을 보고, 몸을 데우고 땀을 흘려 피를 잘 흐르게 하는

 

운동으로 작가 자신에게 가장 유효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걷기, 산책이라는데

 

저는 가만히 달리기라고 보태면서 읽고 있더라구요.^^

 

물론 저 역시도 와이드 스쿼트는 일상이고 달리다 보니 종아리가 두꺼워짐이 느껴져서

 

수시로 요가링을 끼고 집 안을 걸어다니긴 합니다 ㅋㅋ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에 의해 탄생한 소설과 다르게

 

에세이는 온전히 그 사람의 사사로운 기록이 맞다는 걸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에세이 <일기> 의 시작이었어요.

 

황정은 작가는 이렇게 살고 있구나..... 그의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으로 시작되었지만

 

그것이 전체를 다 차지하면 사실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긴 해요.

 

다행히도 그렇지 않아서 끝까지 참 진지하면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서

 

이 책의 독서에 투자한 저의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는 거.

 

소제목도 어쩜 읽기도 전에 그래서 무슨 얘기가 들어있을까? 호기심을 놓을 수 없게 참 잘 지었어요.

 

책마다 달라서 확신하긴 어렵지만 소제목 지분은 황정은 작가님일까, 편집자님일까?....

 

쿠키일기, 민요상 책꽂이, 흔..... 이건 뭐지? 싶었던 궁금증이 해소되었고

 

목포행 은 제가 예상했던 그것이 맞아서 같은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P. 133

 

누군가는 세월호가 침몰한 장소가 진도 부근이니 모뉴먼트는 거기 설치하라고,

 

그것이 마치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고 공평한 의견인 것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참사나 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 장소에 모뉴먼트를 세워 제대로 기억하고 

 

재발을 경고하는 일에 늘 소홀했던 이 사회의 사정을 생각하면 너무 순진한 의견이다.

 

나는 그런 의견들에서 어찌되든 알 바냐,

 

사라저버리라고 말하는 악의마저 느낀다.

 

세월호 침몰은 진도 앞바다에서 배가 침몰하고 끝난 사건이 아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진도와 안산에서 전국으로 이어지고 연결된 사건이므로

 

나는 산보하는 길에, 산보하는 길에도 그 기억들을 우리가 다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을 생각하고 다음을 생각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무 정치적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런데 나는 누가 어떤 이야기를 굳이 '너무 정치적' 이라고 말하면

 

그저 그 일에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말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그건 너무 정치적, 이라고 말할 때

 

나는 그 말을 대개 이런 고백으로 듣는다.

 

나는 그 일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습니까.

 

 

코로나 시국에 작가의 일상 또한 바이러스로부터 안녕하기를 기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모든 활동들이 모두 멈출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작동하는 것은 아마도 작가적 관찰력이 아닌지.

 

관찰한다는 것에 대해서 전에는..... 말하자면 2018년 1월 나혼자 제주도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저 역시 관찰의 힘을 미처 깨닫지 못했었드랬어요.

 

'새로운 나' 를 찾아,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고자 떠났던 제주도여행 이후로

 

저도 주변에 늘 있지만 사소하게 지나쳤던 모든 사람, 사물, 자연들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한발 더 가까이.....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보지 않고 좀 더 가까이.

 

나를 움직여 한 발 가까이 다가가는 것에서 부터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시작된 것 같아요.

 

관찰한다는 것은 곧 관심을 갖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겠다는 것.

 

그렇게 황정은 작가는 자신의 첫 에세이 <일기> 가 사사로운 기록을 담았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간들, 이 시간이 흐르고 있는 이 사회를,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삶을 영위해가는 사람들의 상처와 슬픔을 보듬으며 투박하지만

 

좀 더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고.

 

 지금, 여기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서 가만히 귓속말을 하는 거 같아요.

 

전에 없던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작가가 바라본 사람들의 불안감, 그 불안감이 증폭되어

 

서로를 혐오하고 구분 지으며 낙인 찍는 모습들을 가만히 대면합니다.

 

코로나 위기에 매우 취약한 사회적 안전망과 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이 드러나면서

 

어디에나 있는 혐오 문화를 작가의 일상과 잘 버무려내고 있어요, 그의 문장으로 어렵거나 추상적이지 않게.

 

이런 것이 필력인건가 ..... 싶습니다.^^

 

 

 

P. 17

 

혐오는 어디에나 있어. 내게도 있다.

 

나는 실은 많은 순간 내 이웃을 혐오하고 먹는 입을 혐오한다.

 

하지만 그걸 남에게 드러낼 권리가 내게는 없어.

 

그런 건 누구에게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디에선 그걸 한다.

 

어디에나 있다.

.......

 

노래로 표정으로 말로 몸짓으로 혐오를 드러내면서, 혐오를 드러낼 권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

 

 

 

P. 18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의 <다뉴브> 엔 혐오를 드러내는 잔인성이 

 

특별히 잔인한 어느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 안에" 있다고 말하는 페이지가 있다.

 

그러므로 "외적 혹은 내적 법으로 적절히 막아내지 못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그 순간

 

약자를 찾아 난폭성을 발휘" 한다는 것이다.

 

 

 

 

P. 19

 

혐오를 드러낸 일화를 소개하며 <다뉴브> 의 화자는 말한다.

 

"그때부터 나는 힘, 지성, 어리석음, 아름다움, 비열함, 약함이란 것이,

 

빠르건 늦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상황이고 부분들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삶의 숙명이나 자신의 성격 탓으로 돌리며 이를 악용하는 사람은

 

한 시간이나 일 년 후 형언할 수 없는 똑같은 이유로 공격당할 것이다."

 

 

<다뉴브> 라는 책 당장 도서관에 가서 찾아봐야겠습니다!!!

 

 

 

황정은 작가와 주변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 모두가 겪어야 했던 반강제적인 변화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차분하게 가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작가가 좋아하는 (저도 사실 가장 좋아하는 상상 속의, 아니 현실에 있는듯한 인물) 빨간 머리 앤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가정 폭력으로 상처입은 아이들을 사회가 보호해줄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작가적 시선으로 바라본 이 사회를 저 역시도 다르게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돋보이는 것은 역시 문장으로 표현해낸 몇 줄들이 곳곳에 깔려 있다는 것.

 

세상에 널려 있어서 너무 흔한 단어 하나, 사람들의 행동조차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고찰해온 작가의 머리 속을 탐험하는 기분.

 

또 하나, 작가에게 그리고 제게 빠질 수 없는 이야기거리는

 

 책이라는 물성이 누구에게 닿아 있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

 

"책을 벗삼아 지혜롭게" 살고 싶은 제 바램대로 내내 책을 곁에 두고 읽을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인데요.

 

전자책을 가끔 읽는 짝꿍과 달리 저는 종이 한장 한장 넘기면서 몰입하는 그 재밌는 일을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어서 종이책이 영원하기를 늘 바라는 한 사람이거든요.

 

황정은 작가 역시 전자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종이책의 매력을 풀어놓더라구요.

 

하나같이 맞는 얘기를 그만의 문장으로 명쾌하게.^^

 

 

 

P. 93

 

이미 넘긴 책장과 남은 책장의 분량을 손으로 가늠하는 것도 독서의 과정인데

 

전자책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어서,

 

내게는 아무래도 매력적인 매체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종이책은 각각 다른 두께와 촉감으로 손에 잡히는데

 

 전자책은 단일한 단말기나 전자기기의 '그립감' 으로만 남아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읽고 있는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책을 통해 또 다른 좋은 책을 만나는 행복은 제가 독서를 끊지 못하는 이유.

 

저의 관심을 사로잡는 책들과 조우할 수 있게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는 것도 보태야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도서관으로 <일기> 에서 접한 책들을 한꺼번에 들춰보러 가려구요.

 

황정은 작가처럼 저 역시도 선형 경험적 독서가가 아니라

 

자주 중단되는 방사형 경험적 독서를 추구하기에.^^

 

한번 들어간 책갈피는 한참 뒤에야 그 책에서 나올 수 있거나 아예 붙들리는 것도 같구요.

 

심지어 현재 잊고 있는 책갈피도 있을 거예요.....

 

작가들이 사랑하는 작가나 책에 대한 정보는 저에게는 참으로 꿀맛입니다.^^

 

 

ogq_58146d74c399f-3

 

 

P. 160

 

그래도 나는 자주 바란다고 말하고 믿는다고 말한다.

 

예컨대 당신의 건강을 바라고 사람의 선의를 믿고 굳이 희망하는 마음을 나는 믿는다.

 

믿어 의심치 않겠다는 믿음 말고,

 

희구하며 그쪽으로 움직이려는 믿음이 아직 내게 있다.

 

다시 말해 사랑이 내게 있으니, 사는 동안엔 내가 그것을 잃지 않기를.

 

 

 

마지막으로 결코 쉽지 않았을, 자신의 어린 시절에 겪었던 내밀한 상처까지도 드러내며

 

자유롭고자 용기를 낸 황정은 작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자신의 사사로운 아픔을 읽을 독자들이 오해하지 않고, 밀어내지 않고,

 

끝내 이해해 줄거라 믿었을 거라는 걸 저 또한 믿어요.^^

 

 

 

 

P. 130

 

조금이라도 인간이 덜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 이 행성에 이롭다는 것을 알수록 그렇다.

 

 

 

 

 

작가가 글로 풀어낸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겠지만

 

이 문장은 저에게 새벽배송, 총알배송 같이 빠름과 부지런함을 강요하고 

 

편리함만을 추구하느라 개개인의 여유로운 삶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지금의 세태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이 새벽에 식료품을 받아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기는 건 그래도 

 

충분히 양보할 수 있다 하겠지만 책을 굳이 아침에 배송해야 할 이유가 있을지......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한 사람이지만 개개인의 여유로운 삶이 박탈 당하는 

 

이런 사회 구조가 한편 걱정스럽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문장이었어요.

 

절벽이 없는 평탄하고 안정적인 삶을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누군가의 애쓰는 삶이 멀리 떨어진 누군가를 구한다.

 

그런 일은 종종 일어나며, 픽션 드라마에서나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타인의 애쓰는 삶은 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서로가 서로의 삶에 책임이 있어서 억울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많은 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마음.

 

하지만 그래도 각자의 자리에서 크고 작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이 있어 살만한 세상입니다.

 

창비의 새로운 시리즈 에세이& 의 첫 에세이인 황정은의 <일기> 에는

 

좋은 구절들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영화 스포하듯 남겨도 되나 싶으면서도 담지 않을 수 없는.....

 

 

 

P. 164

 

어른이 된다는 건 무언가에 과정이 있다는 걸 알아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도 늘어간다.

 

 

 

 

 

P. 76

 

사람들은 온갖 것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기억은 망각과 연결되어 있지만 누군가가 잊은 기억은 

 

차마 그것을 잊지 못한 누군가의 기억으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 화석이다.

 

뼈들은 역사라는 지층에 사로잡혀 드러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퇴적되는 것들의 무게에 눌려 삭아버릴 테지만 기억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기억은 그 자리에 돌아온다.

 

기록으로, 질문으로.

 

 

 

 

글을 읽고 쓰는 일을 하는 작가라는 사람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고 보이는 것은 누구에게나 같을 것인데 

 

작가는 아마도.....모든 평범한 사람들, 아니 좀 더 사회적으로 아픈 사람들에게 시선을 두고 

 

자신이 가진 균형감과 분별력을 기반으로 해석하여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구나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는 잘 정제된 글로써 책이라는 물성을 가진 것 안에 담아.

 

 

 

 

누군가의 사사로운 기록인 이 책을 읽으면서

 

추구하는 가치들을 비롯해서 어떤 상황에서 느낄 법한 감정들,

 

나아가 지나온 저의 나날들 속에 저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어서 불편감은 커녕 공감하고 몰입하는 시간이었어요. 

 

물론 책이라는 것이 도끼가 되어 나를 불편하게 하는 어떤 것을 만나게 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그래도 에세이는 누군가의 내밀한 감정과 생각을 다 드러내는 것이다 보니

 

이것 저것 다 나랑 달라~ 라는 느낌이 들면 과연 끝까지 읽는 것이 편할까도 싶은 겁니다.

 

작가를 동경하는 마음으로 일부러 나의 생각과 감정들을 끼워 맞추려는 의도적인 접근은 언제나 

 

독서하면서 늘 경계해야겠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할 것이겠지만

 

이건 좀 ..... 경계는 고사하고 그냥 흠뻑~ 빠져들어 읽고 싶은 책이랄까.

 

더 찾아보고 싶은 책들이 생겼습니다.

 

지은이 황정은 이라고 인쇄된 책들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