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스스로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거짓이다. - P371
"파괴되었든 정화되었든, 미스, 그건 전부 관점의 문제일 뿐이에요. 옛 세계는 전쟁이라는 병폐로 썩어가던 지옥이었어요." 마치 이곳에서도 금기어 목록이 유효하다는 듯, 여자는 그단어를 말할 때 목소리를 낮추었다. "타자 덕분에, 욀랄리 딜뢰•는 뛰어난 후견인들이 이끄는 새로운 인류를 창조해 냈고, 그들은 세대를 거듭하며 다 함께 우리 영혼 속의 악덕을 정화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왜 타자가 오늘날 원래의 계획에서 벗어났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이 새로운 세계조차 아직 구원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기는 걸까요? 바로 그렇기에, 완벽을 향한 탐구를 한층 더 밀어붙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입니다." 여자는 열의를 높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당신은 말이에요, 이미 당신의 의무를 다했습니다." 그렇군. 오펠리가 두려워하던 바와 아주 정확히 일치했다. 이탈 연구소를 지휘하는 배후가 누구이든 간에, 욀랄리 딜뢰의발자취를 좇고 있었으며 심지어 그 궤적을 더욱 깊이 파고들고있었다. 목적은 사람들을 지하 독재로부터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길 잃은 양 떼를 정해진 길로 되돌려 놓는 것이었다. 늘 그래왔듯 사람들에게 똑같은 시각, 똑같은 행동 방식, 똑같은 인생사용 설명서를 강요하려는 것이었다. 요컨대, 영원한 유년기 말이다. 오펠리는 타자가 인류에게 바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자신의•종말론을 끝내는 것이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 세계의 진짜 문제는요," 오펠리의 거부감을 눈치챈 여자411 - P411
가 말을 이었다. "절망스러울 만큼 불완전하다는 거예요. 인맥트, 우리 모두 불완전해요. 개중엔 유독 더 불완전한 이들도 있고요." 오펠리는 또다시 뜬구름 잡는 소리나 듣고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녀는 구체적인 사실을 요구했다. "그림자는 뭐죠? 에코는요? 타자들은 뭐예요? 그것들은 진짜뭐죠?" 여자는 잠시 주저하더니 이내 몽상에 빠진 표정으로 변했다. "당신이 들이마시는 공기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미스, 여기엔 또 다른 공기가 섞여 있죠. 바로 이 자리, 지금 이 순간에도당신의 온 주위에 말이에요. 냄새도 없어요. 감지할 수도 없죠우리는 그것을 아에라르기룸이라고 부릅니다. 문자 그대로 ‘은으로 된 공기‘라는 뜻이죠. 당신은 그 안에 당신 몸 전체를, 그리고 가문 능력이 있다면 그 능력마저도 각인시킵니다. 이 공기는 어떤 장소에서는 밀도가 꽤 높아서, 적절한 장비만 갖춘다면아주 언뜻 엿볼 수도 있죠. 당신은 그 공기 속으로 당신의 각각의 행동과 말들을 전파시킵니다. 그리고 때때로, 이 공기가 특•정한 상황들 - 가령 거대한 붕괴나 아주 미세한 어긋남 - 에의해 교란될 때면, 공기는 그 안에 퍼져 있던 당신의 행동과 말을 파동처럼 되돌려주죠." 오펠리는 본능적으로 숨을 참았다. 렌즈의 프리즘을 통해 판독실들을 들여다보았을 때, 그녀는 오직 그림자들과 에코들만이 아에라르기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었었다. - P412
" "이제 상상해 봐요." 여자가 나긋나긋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게 되돌아온 파동 중 하나가 스스로 사고하기 시작한다면? 사고한다. 지금 이 경우에 퍼펙틀리 들어맞는 동사죠. 그러니상상해 봐요. 전적으로 아에라르기룸으로 이루어진 당신의 복제본이, 돌연 스스로를 자각하고, 바로 그 자각을 구심점 삼아 결정화되며, 당신의 언어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당신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말해주고 싶어 안달이 나 있죠. 그게 바로 타자예요." - P413
상실이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거예요. 그것이 우리가 ‘보상효과‘라 부르는 것이예요. - P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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