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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오늘 어땠어?"라고 물으면 "그냥 똑같지 뭐"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러나 우리가 보낸 오늘이 과연 또 올까?에 대해 생각해보면 답은 조금 달라진다. 평생을 사는 동안 똑같은 오늘은 단 하루도 없으니, 사실 오늘은 모두 특별한 셈이다.『무탈한 오늘』은 이렇게 특별한 오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출판사 서평을 보고 읽고싶어졌던 <무탈한 오늘> !
제목과 깔끔한 표지디자인도 마음을 끌었지만, 누가 요즘 어때? 잘지내? 물어보면 하는 똑같은 대답 "그냥 그래" 근데 이렇게 대답하는 게
은근히... 음 죄책감? 요런게 느껴질 때도 있다. 아무것 없이 하루를 보냈나? 이런생각!
그러던 와중 <무탈한 오늘> 출판사 서평을 보고, 이 책을 읽어보면 '무탈하게 보낸 하루' 자체에 대해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왠지 하루가 불충족스러워지는.,.. 나처럼 생각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게되었다.

책을 펼치면 너무나도 귀여운 아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솔직히 요 아이들 사진만 봐도 이미 힐링되는 책이다. 강아지 고양이들의 그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표정을 보고있으면 행복하다.
이 책은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러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글도 쓰고 가구도 만드는 애프터눈 군단의 일상을 담았다.
그래서 시작은 이들 고양이 강아지의 만남, 이야기로 독자와 마주한다.
가계도? 조직도? 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다양한 강아지/고양이를 키우는데 이들은 각자의 사연이 다 있다.
그냥 사와서 키운게 아니라 유기견, 길고양이 등 하나 둘 삶에 들어온다.
우리가 함께 사는 일에 필요했던 것은
나에게는 작은 결심이었고 나루에게는 필생의 용기였다.
서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했던 것도 같은 무게가 아니었다.
약한 존재에게 찾아오는 결단의 순간들은 때로 생을 담보해야 할 만큼 절실하다. p.40
늙은 강아지, 아팠던 강아지, 어느날 우리공간으로 들어왔다 떠난 고양이 등
그냥 보내는 우리네 일상일지라도 그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삶의 영역이 있다라는 걸 느끼게 된다.

중간중간 보이는 애프터눈군단 아가들 ! 앞서 말했듯이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된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한 이야기나 작가의 삶속 이야기를 같이 감성에세이 형태로 독자에게 얘기한다.
사람에게는 의식주가 전부가 아니라고, 그것이 여타 동물보다 사람이 우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배웠지만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사람이 여타 동물만큼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아닐까 싶어진다. p.95
감성돋는 글들, 강아지 고양이를 보며 느끼는 삶의 다른 면
너무 복잡하게, 뭔가 더 꾹꾹채워넣어 하루를 보내려하기 보다는
때로는 조금은 단순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하게 된다.

시작부터 끝까지 버릴 것이 없는 가능성의 조각들.
사람들은 자라나는 아이를 보며 그 안에 잠자는 가능성에 흐뭇해하지만
사람의 가능성을 그저 업의 영역에서 규정짓지 않는다면 어른 역시 많은 가능성의 존재들이 아닌가.
...
세상을 바꿀 정도의 가능성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더 나은 존재가 되어줄 가능성과 스스로의 이상향에 한걸음 다가서 있을 가능성.
p.186
읽다보면 죽음의 순간에서 오는 삶의 소중함이나 평온한 일상의 중요함을 많이 느끼게 된다.
그러한 포인트에서 '무탈한 오늘' 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하루의 무게가 절대 작지 않다는 것들을 말이다.
그 와중에 또 다른 측면에서 나의 무탈한 오늘을 격려하는 부분이 있어서 같이 공유해보려고 한다.
사실 죽음이라는 단어가 연관되면 어떤 순간이든 안 소중할까?!
하지만 내가 보낸 그 하루 하루가, 이런 측면에서의 소중한 순간이기도 하나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아직은 나에게 남아있는 가능성들을 키우고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는 하루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보냈어" "오늘 한 게 없네 어쩌지" 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나의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아니라
그 하루하루 우리는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의 조각을 모아간다는 생각!

카페에 앉아 조용히 읽다보니, 뭔가를 해야만 하루가 만족스럽게 마무리된다는 강박관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
힐링되는 사진들도 좋았고, 내가 포커스맞춘 삶에서 잠깐 물러서서 다른 각도로 주변을 둘러보며 하루의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