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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프랑스식, 연애 -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인류 프랑스인들의 성과 사랑
곽미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그녀들의, 프랑스식, 연애> 라는 책 제목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단어가 가득이다.
부제로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인류, 프랑스인들의 성과 사랑" 까지 보면
'엄훠~ 섹시하다는 파리지엔느의 연애소설과 같은 스토리가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
(내가 ㅋㅋ 실제로 책 제목만 보고 그런 생각을 좀 했다.)
그래서 이 책이 좀 가벼운 연애책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경기도 오산이었다 진짜!
파리지엔느의 연애소설이 아니라 파리, 프랑스의 문화가 녹아져있는
연애에 대한 가치관, 결혼에 대한 문화 그리고 여성인권!
요 근래 재미있으면서도 굉장히 유익하게 읽은 책이었다.
요즘 '여성혐오' 라는 키워드로 이리저리 논쟁도 많고 서로 비난하기도 하고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들의, 프랑스식, 연애> 를 읽어보니 괜히 유럽, 프랑스가 아니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되더라.
여성에 대한 시각 자체가 달랐다. 그렇기에 그녀들의 프랑스식 연애가 가능한거다!
프랑스 역시 원래부터 여성이 존중받고 인정되는 사회는 아니었다.
68혁명을 거치면서 여권이 신장되었는데, 이를 통해 변화된 프랑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 68혁명 : 1968년 5월 프랑스에서 일어난 사회변혁운동
(기존의 사회질서에 강력하게 항거하는 운동이 일어났고 이는 남녀평등과 여성해방, 학교와 직장에서의 평등, 미국의 반전, 히피운동 등 사회전반의 문제로 확산됐다.)
여성의 경제적인 독립
여성의 주도적인 피임
존중에 기반한 낙태 결정권
!
1. 여성의 경제적인 독립
프랑스에서는 전업주부보다 일하는 여성들이 주류이다.
'전업주부, 사람들이 우리를 외계인처럼 보지만...' 이런 인터뷰(과장되었지만)가 나올 정도로
전업주부를 선택한 이들에 대한 다큐가 나올정도로!
이런 것들이 가능한 것이, 여성을 동등하게 바라봐주는 시각
그리고 육아에 대한 책임을 전 국민적으로 공유하고 있다는 것! (충분히 사회에서 육아를 책임져 준다)
게다가 아이 유무와 관계없이 자유로운 헤어지는 관계이기도 해서 여자들의 경제적 자립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전문직임에도 3개월만 쉬고 다시 일을 시작한 글쓴이의 형님 아네스!
"나는 엄마이기도 하지만 직업인으로서 내 인생이 있잖아"
p.282
멋지다. 이런 선택이 가능한 사회라면,
여성이라서 취업불이익, 진급의 한계, 경력단절 등을 걱정해야할 필요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경제활동인구가 많아지니 절대적으로 이익이 아닐까 싶었다.
2. 여성의 주도적인 피임
프랑스에선 엄마가 여자아이를 데리고 산부인과에 자연스럽게 간다.
그리고 피임약을 먹게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일단 산부인과에 가는 것 부터가 거부감들기 때문.
시선 자체가 젊은여자애가 산부인과? 사고친거 아냐? 쯧쯧 이러는데
어찌 편히 가랴!
그런데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 단순히 성에 대해 개방적이라는 게 아니라
수동적인 피임에서 능동적인 피임으로 스스로 하면서 건강한 관계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나중에 나도 딸을 낳는다면 산부인과에 자연스럽게 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여성에게만 책임을 가중한 정규 성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는 성교육을 해주고 싶었다.
3. 존중에 기반한 낙태 결정권
가장 인상적인 건 낙태를 결정할 권리가 여자에게 있다는 것!
아래 파트를 읽으면서, 나도 울컥해졌다.
"두 번째로 아름다운 하루는 시몬 베유 덕분이야.
1975년 시몬 베유 덕분에 낙태가 합법이 되었어.
그날, 너를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내가 겪은 일들을 넌 겪지 않아도 되겠구나,
여자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나라에 너는 살게 되겠구나, 하면서 말이야."
p.70
우리나라는 낙태가 합법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결혼한 여성도 낙태를 하려면 남편의 동의를 얻어야하고
피치못할 사정으로 여성이 낙태하려고 해도 남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왜? 내가 아니라 타인이 선택/동의해 주어야 하는 것일까?
참 아이러니하다. 아니 부조리한 것 같다.
원치 않은 아기를 낳음으로써 여자가 포기하는 건 인생이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내가 원하지 않은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고 지금의 인생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인거다.
낙태에 대해서는 논쟁이 많지만, 여기서 중요한건 여자의 결정권을 인정해 준다는 것.
이것이 충격적이었다.
당연한 것인데, 그 선택권 조차 얻기 위해선 많은 투쟁을 해야한다니. (프랑스 역시 많은 투쟁으로 이뤄낸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이런 선택권 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게 참 슬펐다.
그렇기에 그녀의 어머니가 왜 울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낙태에 대한 이야기의 마무리는
낙태를 결정한 딸에게 해줄 수 있는 프랑스 엄마식 위로!
"넌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니 죄책감을 갖지 말라"
"어쩔 수 없었잖니" 가 아니라 너는 선택할 권리가 있고 그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말라는 말이
정말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내용이 책 보다 좀 더 ㅋㅋㅋ 무거워진 것 같은데,
책은 정말 치우침 없이 깔끔하게 써내려져갔고, 위와 같은 프랑스 여권 뿐 아니라
'부르조아 여성' 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프랑스의 사회상을 담았고
프랑스식 유혹의 기술 이랄까, 프렌치시크에 대한 이야기
'뇌가 섹시하다' 란 그네들의 매력발산법
남자를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란제리 등 다양한 사회상, 가치관을 담아내었다.
가벼운 연애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파리지앵, 파리지엔느 스타일, 그리고 결혼까지
단순한 연애스토리가 아니라 프랑스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담아서
프랑스 문화공부와 함께 우리나라와는 다른 가치관을 배울 수 있는 알찬 책이었다.
재미와 지식을 모두 챙길 수 있는 <그녀들의, 프랑스식, 연애> 강추!
게다가 요즘같은 상황에서 이 책을 읽으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