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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 - 이중섭의 삶과 예술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예술기행
허나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평점 :
이중섭은 이미 국내에서도 대중적인 작가다.
그의 그림을 보고 "이중섭"을 바로 떠올릴 정도면 대표적인 작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의 삶에 대해선 여느 해외작가들 보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저자가 말했듯 전쟁의 시기이기도 했고, 여러모로 남아있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 허나영은 최대한 중립적인 위치에서 다양한 문헌을 확인하여 이중섭의 삶을 되짚어 갔다.
일반 일대기적 서술과 달리, <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은 그가 발자취를 남겼던 곳들을 찾아간다.
서울, 통영, 부산, 제주, 도쿄까지 그가 남겼을 자취를 하나씩 찾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ㅠ 아무래도 격변하는 시기였기 때문일까, 그가 살았던 그 시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대신 기념관 등에 남은 그 시대의 추억이라든지, 변했지만 조금의 흔적이 남은 곳이라든지
이런 묘사, 표현, 사진 등 때문에 이중섭의 삶을 이해하는 데 한 층 더 도움이 되었다.
책 자체에는 크게 여행얘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해를 돕고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만 있음)
이중섭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여행에 더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뒷 부분의 "이중섭으로 떠나는 여행" 파트를 보면 더 좋음!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사실은 이중섭이 부잣집 막내아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의 와이프 남덕(마사코) 역시 부잣집 딸이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라는 시기 때문인지, 집안이 몰락하고 가난에 허덕이며 피난 다녔다는 게 참...
삶이 다이나믹한 부부였구나 싶었다.
분명 부유했기에 그 시기 유학까지 가며 그리고 함께 프랑스 유학까지 꿈꾸며
미술공부를 하고 즐길 수 있었던 거지만
가난해진 순간 에도 미술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꿈을 가지고 했다는 것이 참 대단함을 느끼게 했다.
친구 구상의 표현처럼 이중섭은
"판잣집 끝방, 시루의 콩나물처럼 끼어 살면서도 그렸고,
부두에서 노동을 하다 쉬는 참에도 그렸고,
다방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도 그렸고,
대폿집 목로판에서도 그렸다.
캔버스나 스케치북이 없으니 연필이나 못으로도 그렸다.
잘 곳과 먹을 것이 없어도 그렸고, 외로워도 슬퍼도 그렸고,
부산, 제주도, 충무, 진주, 대구, 서울 등을 표랑 전전하면서도 그저 그리고 또 그렸다."
p.130
계속 그림을 그리고 그리고 그릴 수 있었던 건
그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일 수도 있지만, 그림을 통한 자아성취, 성공 등에 대한 희망을 항상 갖고있기 때문이었다.
보면 이중섭은 우울해질 순간에도 항상 긍정적으로 희망적으로 삶을 바라본 화가 같았다.
실상은 그렇지 않더라도, 최대한 그림을 통해 그런 슬픔을 희망으로 승화한다랄까?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보면 별거 없는 상황에서도 행복하고 기뻐하는 표정의 사람들이 보이는데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건 작가가 그렇게 바라보고 있고,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이중섭은 부인과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열심히 만든 작품들을 모아서
태성과 태현이에게 줄 자전거를 하나씩 사가지고 갈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그저 가족들을 달래려 한 말이 아니라 스스로도 잘 될 것이라 믿었다.
자신의 예술작품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했고, 그동안 꾹 참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에 대해 성공을 당연시하며 기다린 것이기도 했다.
p.162
이 책은 딱딱하지 않고 이중섭의 삶 속에 그의 그림과 발자취를 잘 녹여 쉽게 읽히게 쓴 책이었다.
카페에 앉아 순식간에 다 읽어내려간 것 같음.
게다가 책도 작고 귀엽고 깔끔하니 ㅋㅋㅋ 만족스러웠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몰랐던 이중섭의 면모를 봤을 뿐 아니라
그의 삶 자체가 참 흔히 말하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온 진짜 "화가" 였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가 시대만 잘 만났다면 어려움 속에 고통받지 않고 오래오래 좋은 작품을 많이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과 함께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