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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평점 :
아주 오래전 장애우인 어머니가 장애아로 태어난 딸을 숨지게 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본인은 아주 좋은 부모 슬하에서 유복하게 자랐지만 장애인의 삶을 딸에게만큼은 물려줄 수 없어서 그랬다는 어머니의 말이 가슴을 아리게 했던~
남들과 다르다(피부색깔, 장애)는 이유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그들은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대상으로 치부하여 이상한 눈으로 처다보거나 차별하고 그들의 이동권마저 보장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
고희를 넘긴 아버지가 장애아로 태어난 두 아들을 위해 쓴 책 아빠 어디가?라는 소설책을 읽고 보니 나란 인간은 참으로 부족한 아버지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거기에 비하면 정말 하느님의 큰 선물을 받았다고 감사를 하여야 함에도 여전히 무언가 부족하다고 아이들을 닥달하고 부모의 눈에 맞게 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내가 만약 저자인 장 루이 푸르니에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상황을 받아들이고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었을까. 그들이 나와 우리 자식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을 다르게 보지 않고 그들 역시 우리와 동일함을 더 크게 보는 마음을 그들보다 우리가 먼저 가질때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도 차별이 심하지 않은 나라라 믿어 의심치 않는 프랑스에서도 장애아와 장애아를 자식으로 둔 부모의 삶이란 역시 다름이 더 크게 도드라져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부모의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 찢어지고 그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 그들이 부모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때 슬픔에 젖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동정을 구하는 그런 소설이 아니다.
"나는 눈물로 호소하며 동정을 사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 장-루이 푸르니에
'내 아이가 장애아라는 사실을 곧바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서프라이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장애아는 하늘이 주신 선물이야"
웃으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장애아를 가진 부모가 아니다.
이런 하늘의 선물을 받으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아이구! 이러실 필요까지 없었는데..." 43쪽,
그는 이런 선물을 두번이나 받았다. 그렇다고 그는 매순간 웃어도 웃는 것이 아닌 다양한 상황들을 통해 그가 아들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정말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하는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아빠 어디가?는 둘째 아들 토마가 내 뱉는 거의 유일한 의미가 확실한 말이다. 그러나 토미는 어느 상황에서나 이 말을 계속 지껄이므로 의미가 없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대답을 계속 동문서답처럼 해야 하는 아버지의 마음,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한편의 개그로 보고 한껏 웃음이 터져나오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무의식의 심층에 깔린, 말로는 내뱉지는 못했어도 속으론 백번 수천번 지껄였을 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때로는 위트로 때로는 충격적이다 싶을 정도의 직설로 저자는 장애우들과 부모들의 속내를 만천하에 알리고 싶어 이 소설을 쓴 것 같다. 물론 마튜와 토마에게 직접 하지 못했던 말들, 그들에게 받고 싶었던, 쓰고 싶었던 편지와 하고 싶었던 일, 장애아로 태어난 것과 정상인으로 태어 난것의 차이가 만들어 내는 수많은 상황들에 대해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임에도 그는 값싼 동정보다는 진정성을 더 들어내 보인다.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아마 너희들과 함께 미술관에 갔을거야. 우리는 함께 램브란트, 모네, 터너의 작품을 감상하겠지. 그리고 또 다시 램브란트...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아마 너희들에게 클래식 음반을 선사했겠지. 우리는 우선 모차르트의 음악을 감상할 거야. 그리고 베토벤, 그리고 바흐, 그리고 또 다시 모차르트...,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아마 너희들에게 수 많은 책을 선사했겠지. 프레베르, 마르셀 에메, 크노, 이오네스코, 그리고 또다시 프레베르,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를 데리고 영화관에 갔을 거야. 그리고 함께 오래된 영화를 보는 거야. 채플린, 아인슈타인, 히치콕, 브뉴엘, 그리고 또 다시 채플린,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와 함께 고급 레스토랑에 갔을 거야. 우리는 함께 샹볼-뮈지니를 마셨겠지. 그리고 또 다시 샹볼-뮈지니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와 함께 테니스를 치고, 농구를 하고 또 배구 경기를 했을 거야.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와 함께 고딕 성당의 종탑에 올라갔을 거야, 나는 너희와 함께고딕 성당의 종탑에 올라갔을 거야. 그리고 우리는 함께 조감을 느껴봤겠지.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에게 유행하는 옷을 선물했을 거야. 너희들이 최고로 멋져 보이게 하기 위해서 말이야.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 둘과 약혼녀들을 오픈카에 태우고 무도히로 데려갔을 거야.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조용히 너희에게 좋은 공연표를 건넸겠지. 그러면 너희는 그것을 약혼녀에게 선사하는 거야.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우리는 함께 너희의 결혼 피로연을 즐겼겠지/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손자들을 봤겠지.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아마 미래를 두려워했을 거야.
하지만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너희는 맘들과 다를 바가 없었을 거야.
아마 학교를 땡땡이를 쳤을지도 몰라.
잘못된 길로 빠져들어 비행청소년이 되었을지 몰라.
더 큰 소음을 내기 위해 오토바이 배기관을 바꿨을 지 몰라.
백수가 되었을지도 몰라.
장-미셀 자르를 좋아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짜증나는 여편네랑 결혼했을지도 몰라.
그리고 이혼을 할지도 모르지.
장애아를 둘지 또 누가 아니?
다행이야 이런 일을 모두 피해갈 수 있어서.
정말 그는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단 하나도 해 줄 수도 없었고 함께 할수 없었다. 그래도 그는 다행이라고 한다. 그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조바심을 태우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란 보장도 없고. 자신처럼 장애아를 낳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일을 피해갈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한다
매 이야기마다 심각한 주제이면서도 어느 순간 웃음을 번지게 하는 의외성이 강한 말로 장애아를 둔 부모들에게 전혀 꿀릴 것 없으니 당당하게 살아라는 격려의 말을 던지고 있다.
공을 너무 멀리 던지고 아내와 내가 공을 찾아줄 수 없는 그런 먼 곳으로 공을 찾으러 나선 마튜와 이제 성인이 되었지만 전혀 자라지 않고 점점 등이 굽어버린 토마를 위해 쓴 아빠 어디가?는 그 아이들은 영원히 읽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의 마음만큼은 두 아들들에게 전해졌을 것이고 이 책을 읽는 모든 부모들과 아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 장애아들과 그들의 부모들의 마음자리를 헤아리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 그래도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한 걸음 성큼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 어디가?
고속도로를 타러 간단다. 역방향으로 말이야.
알라스카로 가지, 가서 백곰을 쓰다듬어주자꾸나
그리고 백곰한테 잡아 먹히는 거야.